바람이 불어 오는곳....*

대둔산 돛대봉

푸름님 2012. 7. 6. 02:24

 

 

 

 

 대둔산 돛대봉....*

[2012.06.23]

 

 

마음은 내가 걸어가는

길을 따라간다.

 

월성봉을 오르고

짜개봉을 다녀오고

낙조대를 오르며

마음에 돋아오른 푸른돛

 

그리워하던 돛대봉이

내마음 떠날 생각을 않네..

 

마침내 푸른돛을 올린다.

 

 

◎ 다녀온길 : 수락주차장~ 선녀폭포~ 석천암 ~ 낙조대~ 돛대봉~ 수락전원마을~ 보광사~ 주차장

 

 

 

수락주차장에서 한무리의 산꾼들이 하하호호 희희낙락이다.

저리 좋을까... 우습지만 그것이 산을 찾는 우리네 모습이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승전탑아래서는 6.25가 다가 와서인지

사복의 경찰관들이 반공을 일깨우는 자료전시를 하고있다.

잠시라도 지나는 산꾼의 관심을 붙들기 위해 볼펜까지 나누어주며..

 

*****

 

잠시 대둔산자락의 수많은 풍상을 떠올려본다.

지금은 폐쇄되어 오를 수 없는 군지계곡은

삼국시대때 백제의 척후병들이 계곡에 와서 잠복하였다가

신라군의 선발대군사를 발견하여 몰살하였으며,

임진왜란 때에도 왜병이 은신한것을 아군이 발견하여 사살하였고,
 6.25 전쟁시 공산군이 6년간이나 은신하였다가 사살되었던 계곡이기도 하다.
전설에 의하면 군인들이 골짜기에서 많이 죽었다 하여

군지옥골이라 하였고 군지옥골을 군지계곡으로 부르게 되었다 한다.

가끔은 지나며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던 이유일지도..

 

수락계곡 입구의 경찰승전탑은 1950년에서 1955년까지 계속된 무장공비토벌작전으로

공비 3,412명을 섬멸하였으나 우리 측 피해도 커 경찰관, 군인 및 애국청년대원등 1,376명이

전사한 것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대둔산 주차장에서 오르다보면 서있는  동학혁명 항쟁전적비며,

바랑산의 월성봉에도 월성고지전적비 등등.. 대둔산이 겪어온 수많은

아픈 역사와 풍상에 새삼 이 아름다운 산하의 상처가 애달프다.

 

 

 

 

 

 

 

입구에서 빠져든 어두운 생각에서

채 빠져나오기도 전에 만난

선녀폭포의 몰골은 참혹하다.

가뭄이 심하기는 했지만 이정도일줄이야..

여간해선 물줄기가 이리 약하진 않았는데

마음이 아프다.

 

 

 

 

계곡의 절정인 폭포는 이미 힘을 잃고

전의를 상실한 패잔병같은 흐름으로 바닥을 겨우 적시며 연명하고 잇다.

 

 

 

 

 

 

무거워진 발길에 힘을 준것은

돌틈사이 몰래 숲길을 밝히는

산골무꽃의 연보라꽃등이다.

 

 

 

안내판은 보이지만 울창한 숲에 가려 독수리는 보이지 않는다.

 

 

 

오래전 기억속의 모습은 지금과 달랐다. 석천암 표지판을 보고 오솔길로 내려선다.

善來善去自然行/ 석천암 天山合掌 나무판떼기에 글씨가 소리가 들릴 듯 살아있다.

 

 

 

오솔길... 암자로 가는길이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요즘은 어디고 절집마다 불사로 시끄러운데 정돈되지 않았다는 느낌보다는,

생긴대로 놓인대로 지내온 친근한 모습이다. 석천암은..

오솔길을 돌아 눈을 드니 저 멀리 탑 한기, 참 자리도 잘 잡았다.

 

 

 

암자의 이름이 이곳에서 지어졌구나.. 石泉庵

 

 

 

 

 

돌아나오는 길에 다람쥐 한마리가 꼬랑지를 쫑긋거리다 멈추고 눈 맞춘다.

잠시 바람도 멎어주고 나도 몇 초간 숨을 죽인다. 바위위에서 버티는 발가락이 귀엽다.

 

 

 

꼬리가 뭉툭한 까치수영이다.

 

 

 

기름나물도 작은 손바닥 같은 하얀 꽃을 피우는 철이 되었다.

 

 

 

 

숲사이로 오를때엔 모른다.

주변의 산들이 이렇게 나를 에워싸고 있었는지를..

정면으로 불쑥 떠오른 월성봉에

내 눈은 눈썹달을 걸어본다.

 

 

 

바위위에 가부좌를 튼 석천암 초입에서 올려다 보이던 탑이다.

 

 

 

 

 

 

 

 

  

 

 

 

 

 

 

 

 

 

 

바위채송화다. 이 또한 꽃창포의 이름처럼 돌나물과 돌나물속의 식물을 전혀 과가 다른 쇠비름과의 채송화에 갖다 붙혔다.

 

 

 

언제 보아도 설레이는 꽃빛 ... 산나리다.

 

 

 

 

 

 

 

저렇게 유장한 그림을 그리는 산그리메의 선을 따라 마음이 너울댄다.

 

 

 

 

 

 

 

 

 

 

 

 

 

 

 

한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아찔한 절벽에 떨군 씨앗이 저런 근육질의 줄기가 되기까지

나무의 세월은 그대로 수행이었을 것이다.

 

 

 

 

몇백이 넘는 고지를 날으는 암먹부전나비, 

가녀린 더듬이에는 멋스럽게 줄무늬까지 드리우고

접힌 날개를 꼼짝도 않는다.

 

 

 

 

 

지금 나의 위치는 지구별 위도 N 36도 07′51″, 경도 E 127도 18′52″

 

  

  

 

사는 내내 바위와 몸 부비며 살아온 소나무 암릉에 계단이 설치되었다.

시설물의 설치가 각각의 입장에서 는 상반된 바람이리라..

접근을 쉽게 하여 누리기엔 좋지만 내내 조용하던 나무의 삶은 신산스러워 졌으리라... 

 

 

 

 

 

 

암릉에 틀니 같은 계단이 얼기설기한 너머로 짜개봉이 머리만 살짝 보여준다.

두어번 다녀온  짜개봉이 고향친구처럼 반갑다.

 

 

 

 

 

 

  

 

 

 

 

 

 

우리목하늘소가 제 몸을 믿고 위풍당당하다.

 

 

 

고릴라 같이 생겼다. 눈썹이며 잔머리털과 귀까지..

 

 

 

멀리 오늘 가야할 돛대봉이 손톱만하게 얼굴을 내민다.

 

 

 

바람이 열어가는 길 ..바위도 길을 내어주고

낮은 바람의 숨결은 여린 사초잎에 푸른물결로 일렁인다.

 

 

 

며칠을 끙끙대다 드디어 답을 찾았다.

 꽃이 핀 시기로는 가막살나무꽃이려니 하고 다가서니 잎이 아니다.

덜꿩을 닮기도 했지만 잎은 마주나기를 하지 않고 어긋나있다.

아무튼 흰꽃이 자잘하게 핀 무리들의 구별은 참 어렵다.

꽃에 치중하다 보니 잎을 허투루보아 다래순과 헛갈리던 잎이라는걸

뒤늦게 깨우친다. '미역줄나무'!! 넘어가지 못하던 두가지가 해결되었다.

 

 

 

 

 

 

 

 

 낙조대에서 태고사를 내려다 본다.

 

 

 

 

 

 

 

 

 

 

 

 

 

 

 

 

 

 

  

 

 

 

 

 

 

 

 

 

 

 

 드디어 돛대봉이 산줄기가 이룬 바다에 푸른 돛을 올렸다.

 

 

 

조금만 더 하늘빛이 밝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떨어지는 빗방울에 묻히고 만다.

빨간 가위같은 꼬리를 가진 긴가위뿔노린재가 비를 예감했는지 부산하게 움직인다.

연초록의 몸통에 빨간색 꼬리와 점같은 어깨장식이 멋지다.

갓 탈피를 했는지 새초롬한 빛깔이 곱디곱다.

 

 

 

운 좋게 우산나물 꽃봉오리를 만났다.

펼쳐진 우산같은 잎은 보았지만 아직 활짝 핀 꽃을 만나진 못했다.

군락을 이룬 우산밭엔 여기저기 터뜨리기 직전의 꽃들이 비 먹은 바람에 하늘거린다.

 

 

 

 

 돌아보니 지나온 능선이 굼실굼실 따라온다.

 

 

 

낯익은 표지기다.

 

 

 

 

 

 

저 아래 수락리의 언덕하나가 잘려나가고 있다.

 

 

 

 

 

 

돛대봉에 깃발처럼 앉아본다.

언제부턴가 가슴속에 펄럭이는 푸른돛

떨치고 떠날 수 있을것인가 나는.... 

속수무책의 바램은 앓는 꿈이 되어 세월을 더듬고

세월은 속절도 없다.

 

 

 

 

 

 

 

 저기 어드매쯤 길이 있을까.... 나의 몸이 선따라 길게 눕는다.

 지면에서 솟아오른 만큼 두드리면 음(音)으로 울리는 심금(心琴)이 될 수 있을까..

삶이 몸만 있고 울림이 없는 악기라면 얼마나 서글픈 것인가....

 

 

 

 

선홍(鮮紅)

 

날것 그대로의 빛깔

부서져 사라질 것 같은

처연함이여

 

애써 다문 입술

숨죽인 갈망

 

단 한번의 정염

낱낱이 토해내고

 

점점이 흔적으로도

지우지 못할 꽃다운 저

선홍빛 나리

 

鄭 該 潾

 

 

 

 

 

 

 

 

 

 

 

 

 

돌아본 돛대봉에 마음 한자락 걸어 놓는다.

 

 

 

 

 

간간이 빗방울이 장난 같이 시시하게 뿌리더니 후텁지근함만 남기고 사라졌다.

사방이 환하던 산길이 끝나는 곳에 파평윤공영묘가 사람사는 마을로 왔음을 깨우친다.

 

 

 

시작과 끝의 맞물림

生과 死 역시 같은 궤도위의 점일 뿐이다.

*****

파평윤씨사저관을 끝으로 산행을 마무리한다.

 

 

 

▼ 노루오줌과 망초꽃

 

 

 

 

딱총나무열매

 

 

 

 

▼ 닥나무열매

 

 

 

 

▼ 개다래나무의 백화현상

 

 

 

 

▼ 수염가래꽃 : 실제는 사진보다도 더 작아 얼핏 지나치기 쉽다.

 

 

 

▼  보광사

 

 

 

 

 

★ 

 

 

 ※ P/S : 돌아오는 길의 엑스포다리

 

 

 

 

 

 

 

 

 

 

 

 

 

 

 

 

이내 꺼질 것을 알면서도

끝없이 불 밝히는 갈망

 

일체의

 시비(是非)와 분별(分別)을

놓아버리자

 

내 영혼에 부는 바람에

푸른돛 나부끼며

 

길을 잃어야만

닿을 수 있는

화엄의 바다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