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걷는 대청호수둘레길....*

도란도란 걷는 대청호수둘레길 열두번째구간....* 진삿골에서 숫고개까지

푸름님 2012. 1. 27. 21:36

 

 

도란도란걷는 대청호수둘레길 열두번째구간 나머지....* 진삿골에서 숫고개까지

 

[2012.01.20 금요일 걷는 동안 잘 참아준 고마운 겨울비]

 

 

누구누구 : 도란이 넷과 원추리님, 신샘님, 맨땅님

어디로 : 진삿골~ 호반~갈대밭길~이다리~ 호반~관찰사비~숫고개

 

 

어제는 종일 겨울비가 내렸다.

뜻밖의 비보와 날씨마저 궂어 종일 우울했다.

누구나 가는 길이고, 사람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예측할 수 없는 목숨의 용량에 측은해진다.

숨이 다하는 스스로의 육신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길은

얼마나 서글플까....

眞我를 찾아 늘 고행처럼 살던 한 사람이 갔다.

지나치면 다정도 병이듯이 배려도 지나치면 매정하다.

병이 깊도록 침묵했던 배려가 야속하기도 하고, 미련하게 들려주지 않으면

눈치도 못채는 나의 청맹과니에 한숨을 쉬어 본다.

그가 떠나느라 비가 왔나보다.

차마 떠나지 못하였는지

아침에도 비가 내린다.

 

 

*****

 

 

 

비소식으로 하루 앞당겼던 일정이

 다시 금요일에 출발이다.

는개처럼 흩뿌리는 비가 내렸지만,

아무도 망설임없이 약속장소에 모인다.

 

지난 구간에 미처 다 하지 못한 나머지 호반길을 마치기 위해

차량 한대를 思鄕塔 옆에 세우고 진삿골로 향한다.

 

 

 

 

 

진삿골 버스종점 옆에서 임도를 따라

지난번 멋진 노을과 함께 차를 마셨던 곳에서 능선으로 올라선다.

사라진 그날의 노을빛 처럼 고운 생하나가 저물었는데, 나는 또 이렇게 살아나간다.

 

 

 

 

 

 

노을이 머물던 건너편 산마루엔 회색빛 구름만 무겁게 얹혀있다.

 

 

 

 

비에 젖은 낙엽은 아무런 저항없이 발길에 눕는다.

촉촉한 느낌이 봄길같다.

 

 

 

지난번 버스 시간에 맞추느라 표지기만 만지고 돌아섰던 길로 내려서며 만나는 섬이다.

 

 

 

 

 

 

 

 

 

수변을 걸어 진삿골로 이어지는 길에 나룻배다.

 

 

 

 

 

나룻배

 

 

사랑은

아파야 깊은 줄만 알았다.

 

사랑도 진화한다.

 

깊으나 얕으나

임을 싣고 건너던 옛 시인의 나룻배는

박물관에 있다.

 

도식적인 거리

그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룻배에 몸을 실었던 영혼의 중량

기우뚱 나룻배를 기울일 만큼 깊고 두텁다.

 

뭍으로 떠나간 사랑의 빈자리

 

나룻배에 서린 N극과 S극은

종일 저혼자 맴을 돌고

 

온 호수를 헤매고 돌아온 바람에

애꿎은 갈대숲이 운다.

 

 

 

 

 

 

 

 

 

 

풀도 겨울잠을 자는지 모두 누워버렸다.

 

 

 

 

 

 

 

 

 

수몰되기 전엔 이길이 진삿골로 들어서는 길이었으리라...

 

 

 

수풀에서 쉬던 고라니였을까? 화들짝 뛰어 올라 골짜기를 따라 산으로 달아난다.

먹이를 찾아 밭 근처까지 누빈 발자국이 애잔하다.

 

 

 

마치 고향으로 돌아가는 귀향길에 맞이한  마을어귀의 풍경같다.

 

 

 

 

 

 

 

 

 

회색빛이던 하늘이 어느새 희미하게 푸른 미소를 보여준다.

 

 

 

푸핫! 오늘 스캔들 내주기로 약속하고 한방이다.

 

 

 

하늘향해 수없이 내젓는 손짓..

어느덧 보송하던 손길은 앙상한 줄기만 남았다.

 

 

 

 

 

 

 

 

 

 

푸른 호수 끝의 하늘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

물빛 , 하늘빛 마음에 가득 담으소서!

 

 

 

 

 

 

 

 

 

 

가파른 내림길, 수직의 하강에 겁이 난다.

그럼에도 놓칠 수 없는 물버들의 반영에 불안한 샷을 누른다.

 

 

 

가파른 길을 내려서 늪처럼 이어진 고랑을 건넌다.

얕게 얼은 얼음이 바스락 바스락 재미나다.

 

푸드득! 뛰어 오르는 고라니 한마리가 허둥대며 달아나다 방금전 물버들길에 빠지고 만다.

에구구.. 쯔쯧! 얼마나 추울까..

한두사람 지날 땐 숨죽이고 있다가 여러사람이 나타나니 그만 참지 못하고 뛰어 오르다 미끄러졌나보다.

그래도 오늘 만나는 야생동물들이 반갑고 대견하다.

 

끊어졌다 이어지는 수변과 산길을 번갈아 걷는다.

늘어진 칡넝쿨에 동심으로 돌아가 그네흉내를 내본다.

 

 

 

 

 

 

 

 

하나로 보였던 섬이 털난 개미같이 허리가 잘록하다.

 

 

 

건너다 보이는 마을이 이다리다.

써 놓고 보니 이다리라는 지명이 우습다.

 

 

 

풀숲끝에 호수를 바라보는 범상치 않은 비석이 눈에 띈다.

짧은 실력으로 읽어 낼 수 있는 글자는 평안도 관찰사와 연관이 있는 묘비인듯 하다.

묘의 크기가 보통 묘의 열배는 되는 듯 커다랗다.

비키라는 샘터님의 주문에 두팔을 벌리는 P양과 열심히 비문을 읽으시는 맨땅님!

 

 

 

뭔가 해독하셨는지 여쭤보니 ㅎㅎ 웃고만다.

 

 

 

 

 

 

더이상 수변을 돌 수 없어 가파른 숲길을 올랐다 내려선다.

도로에 올라섰다 내려서는 길을 밭을 가로질러  억새숲을 지나 이다리 아래로 수변을 걷는다.

 

 

 

 

 

 

 

 

쏟아질 듯 가파른 산길을 돌아 아까와 비슷한 비석군을 만난다.

지형으로 보아 물이 빠지면 아까의 비석과 이어지는 선에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원추리님이 준비해온 과메기와 맛난 점심을 한다.

막간을 이용해 멋진 분장을 한 P양에 한바탕 웃기도하고....

 

 

 

 

 

 

 

 

 

 

 

 

 

 

 

 

 

 

 

 

 

신참에게 도란이 체조도 가르치지만 어째 영~~아니다.

 

 

 

 

이렇게 숫고개로 오르는 마을을 지나 오늘 산행을 마친다.

 

 

 

 

사향탑에는 고향을 잃은 애절함이 절절한 글이 새겨져 있다.

'실향민들은 통일이 되면 고향을 찾겠지만, 우리 수몰민들은 영원히 찾지 못할 수중이어라..'

비록 웃고 즐기며 걸어온 수변이지만, 어떤이들에게는 가슴아픈 사연이 서린 호수다.

어쩌면 호수에 반짝이던 수많은 별빛같던 반짝임은

그들의 탄식이 변한 보석같은 눈물인지도 모를일이다.

 

 

*****

 

 

 

 

 

 

※ PS :

 

 

 

무릇

어떤 일의 행, 불행이란

반달같다.

 

이지러짐의 절망이 될것인지

차오르는 기대감이 될것인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약과

두번다시 볼 수 없다는 절망앞에서

눈에 보이는 현시만을 중요시 한다면

절망의 어두움에 휩싸이겠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억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다면 이별은 두려움이 아니다.

 

사랑을 믿는것은 행복하지만

사랑만을 믿는 것은 불행하다.

 

생과사의 갈림이

복잡한 혼돈이 아니라

죽음 또한

삶의 또다른 형태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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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비가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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