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걷는 대청호수둘레길....*

도란도란 걷는 대청호수 둘레길 10구간....* 회남대교에서 염치재까지

푸름님 2011. 12. 19. 00:54

 

 

 

 

 

한사코

이 길을 걷는 마음은

무엇을 향한 그리움일까....*

 

도란도란 걷는 대청호수둘레길 열번째, 회남대교에서 염치재까지

 

언제 : 2011.12.16 금요일 겨울의 알싸한 맛을 제대로 느낀날

어디로 : 회남대교~181.9봉~390봉~어성리고개~장뇌삼경작지~산불감시초소~

거구리하산길~집단묘~염치재

 

 

 

 

 

일정을 조정해 하루 늦추었건만

감기에 발목잡힌 일행과 오늘 개인사정으로 빠진

회원님으로 인해 다섯명이 출발이다. 

 

 

 

 

오늘 가야할 능선이다.

호수는 차가워진 날씨에 얼어 붙은 듯 고요하다.

 

 

 

 

하산지에 차를 대고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길의

 아침햇살이 잔잔한 호수에 들어 앉았다.

 

 

 

 

 

 

 

 

회남대교를 지나 왼편으로 산길에 접어든다.

처음부터 경사가 만만치 않다.

 

잘하면 '뒤비지겠다'는 경상도식  솔직한 표현에

왁!하고 웃고나니 숨은 차오르고 다리는 더 버겁다.

 

 

 

 

호반을 걷고 싶은 마음을 외면한 비탈은 수면과 꽂히듯 곤두서있다.

첫번째 삼각점이다.

 

 

 

 

살금보여지는 지난번 구간 걸었던 풍경을 맛보기로 보고는

능선과 볼이 시린 차가운 공기에 목도리로 둘둘말고 걸음에 속도를 붙인다.

 

 

 

 

겨울나무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호수풍경이 나무의 간격을 뚜렷이 보여준다.

아무렇게나 떨구어진 씨앗처럼 보이는 나무들이지만 알고보면,

나무가 갖는 전생치수는 우리가 보여지는 것에 얼마나 현혹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수북이 쌓여져 흔하디 흔한 낙엽의 대부분인 참나무의 도토리가

땅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웠지만,

크게 자랄 수 없는 조건이라면 위로 자랄 것을 포기하고 흔적을 남긴 뒤,

이듬해 다시 싹을 올리고, 다시 실패하면 다시 또 몇 십번아니 몇 번이 되더라도 반복하여

실제 지상의 나무 나이와 큰 뿌리의 나이가 차이가 나는데 이를 전생치수라 한다.

바로 결과를 보지 못하면 이내 지쳐버린채 포기하고 좌절하는 우리내 생태와 대조되는 교훈이다.

 

 

모처럼 그림자로나마 다섯명이 모였다.

 

 

 

 

 

아직 햇살이 채 퍼지지 않은 능선 왼편의 호수는

수직의 깊이가 주는 푸른 명상에 잠겨있다.

 

 

 

 

 

 

 

 

이제 막 능선을 넘은 햇살이

겨울나무에 일제히  빛살을 촉수처럼 키운다.

 

 

 

외사랑

 

아! 눈부셔

이렇게

눈빛과 눈빛

마주치다니....

 

부끄럽게 몰래한 사랑

달아날 새 없이

붙들린 눈빛

 

 

 

 

 

 

 

 

 

 

그리움

 

언제나

기다림의 길끝에 서있던

기억속의 미류나무

 

그리움의 키

세월따라 커져가고

 

기다림이

그리움이란걸 알아버릴 즈음

 

눈물 자욱처럼 번지는

 분홍구름 나무끝에 걸리면

 

쓸쓸한 창아래서

우두커니 젖는 마음....

 

 

 

 

 

 

 

스치는 바람에 빨갛게 얼어버린 작은열매

맨몸으로 겨울을 견디고있다. 동요가사처럼 목도리라도 매어줄까?

찔레열매를 닮았지만 맺힌 모양으로 보아 까마귀밥열매인것 같다.

 

 

 

 

 

수면으로부터 느껴지는 냉기가 지상을 벗어나 구름으로 몇점 떠있다.

이렇게 알싸한 겨울 한낮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순간 순간이 차갑게 고정되어 지는 한 컷의 크로키다.

 

 

 

 

 

 

 

 

 

능선으로 내달리던 산길이 어느덧 가슴처럼 부푼 오르막이다.

붉은 경고판의 삼엄한 문구에 비해 허술한 경계가

'좋은말로 할때 들어오지 마시유~'하는것 같다.

 

 

두발 오르면 한발 미끄러 질 듯한 경사진 흙길을 보폭만큼 삽질로 다듬어 놓았다.

산불감시초소로 가는 걸음을 수월케 하기 위한 수고로운 손길에 우리도 덕을 본다.

 

 

 

훤하다.

왼편으로하늘과 맞닿은 덩치큰 그림이 고리산이고

가운데 하늘금이 섬세한 식장산줄기를 멀지만 알아듣게 보여준다.

 

 

 

 

 

 

 

 

 

지나온 일곱,여덟, 아홉구간들의 길이 한눈에 보인다.

 

 

그랬구나..

한사코 이길을 걷는 마음이 그리워 하는 것은

나도 하나의 길이 되고싶은 것 이었음을....

우뚝 솟은 국사봉의 능선과 아기자기한 추억을 새겨준 수면과 지면의 만남은

또렷이 내 마음의 경계선을 그려주는 하나의 지도가 된것이다.

 

 

 

첫 만남의 서먹함이 지나고 나면

이미 구면이 된다.

새록새록 동지애가 깊어지는 일행들이 고맙다.

같은 길을 걷는 다는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시간인가

서로를 업고 부둥켜안은 저 가방들처럼....

 

 

 

   

 

 

 

 

남대문교건너 분저리로 들어가는 길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수몰로 인해 높히 양지바른 곳을 찾아 올라온 묘지들이 참 많이 보인다.

 

 

 

 

 

잠시 휴식을 끝내고 나선 능선에서 바라본 회남대교쪽 수변이

한마리 물고기를 그린듯 하다.

반짝이는 수면이 바로 금린(錦鱗)이 되었다.

 

 

 

 

 

 

 

다음구간의 샘봉산과 한지마을이다. 

 

 

 

내려선 안부에서 오른쪽으로 내림길에 표지기가 여럿 달려있다.

오늘 길안내를 해주신 님이 대부분 이 표지기로 인해 거구리로 하산하는 알바를 한다는데,

돌아와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니 교통편이 여의치 않은 이번 구간을

아예 이곳에서 하산한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조금은 덜 불편해서 인것 같다.

그런 후에 다음구간을 염치재에서 올라 한지마을이나 샘봉산으로 잇는다해도

다음구간에 큰 무리가 없을듯하다.

 

 

 

 

 

 

 

 

 

다시 오르고 내리고, 또 오르고 내, 리, 고..누가 오늘 코스 짧다고 하였는고??? 에고고...

 

   

 

 

숲길에서 비켜있던 햇빛이 시야를 점령해버려 깃털같은 구름이 은빛으로 반짝인다.

어디가 하늘인지 어디가 구름인지 구비도는 능선들만 또렷하고,

 능선사이의 호수가 지구를 반바퀴돌아 아메리키지도를 그리고 있다.

 

 

 

 

묘지주변의 황금측백이 볕을 받아 정말 황금빛이다.

황금측백나무를 묘지주변에 많이 심는데는 풍수적인 이유가 있다.

풍수적으로 나쁜 자리에 묻힌 시신에는 진딧물 같이 생긴 염라충이 생겨 시신을 해하는데 

風과水의 균형이 깨져 생기는 이런 해충을 죽이는 힘을 측백나무가 갖고 있다.

바로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피톤치드이다.

사람에겐 유익한 피톤치드가 벌레들에게는 말그대로 죽이는 물질인 것이다.

 

 

 

 

 

 

앞의 두사람과 뒤의 두사람의 실루엣 대화가 재미있다.

 

 

 

 

 

 

 

하늘

 

훤훤한 저 파란하늘

다가갈 길을 모르더니

구름이 하나둘 징검다리 놓아

하얗게 문을 그리고 있네

 

 

 

 

 

 

 

 

 

 

 

 

 

 

 

햇빛과 놀며 돌아나온 숲길에 어느덧 염치재 도로가 보인다.

 

 

 

 

 

 

 

 

 

 

두볼을 에우던 바람끝에 목적한 곳에 다다랐다.

목표가 선명한 길은 종점의 후련함을 준다.

매서운 추위속에서도 씩씩했던 동료들에게 박수를 전하며

함께 하지 못한 두분의 마음도 함께

마무리의 기쁨에 초대한다.

 

이렇게 한구간을 끝내고

아코디언건반 같은 길을 달려

오늘의 추억에서 돌아온다.

 

 

 

 

*****

 

 

 

※ PS :

 

 

귀하다 생각하고 귀하게 여기면,

귀하지 않은것이 없다.

하찮다 생각하여 어정어정 거드름피우다

상처나 후회에 마음을 내주게 된다면,

인생이 씁쓸한 핑계거리로 가득차고 말것이다.

숲길에 말없이 자리하던 참나무의 전생치수를 배우고,

오늘 내가 한번간 이길을 천번도 더읽어 경전처럼 되어버린

바람이 전하는 말을 귀담아야하겠다.

 

바람이 숲에 머물듯 

나도 너에게로 가는

길이 되고싶다.

내 영혼에 부는 바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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