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걷는 대청호수둘레길....*

도란도란 걷는 대청호수 둘레길 아홉번째구간....* 법수리에서 사음리까지[2011.12.01]

푸름님 2011. 12. 1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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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다.

한장씩 넘기던 달력이 마지막 잎새처럼

아쉽게 달랑 한장만 남아버렸다.

한해의 그림이 몽환처럼 스치며

무언가 다른 느낌의 마음으로 첫날의 산행에 나선다.

인디언들은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 했고,

12월은 '다른 세상의 달', 또는 '침묵의 달'이라 했다.

우리에게 12월은 '또다른 시작과 만나는 달'이 아닐까?

오늘 도란이들의 대청호수 둘레길은 절반을 마치고 다시 절반의 시작인 구간이다.

 

어제 내린 비로 맑고 청아한 공기가 12월이라기 보다는 늦가을의 삽상한 아침같다.

오늘은 도란이 外에도 3분이 더 참가하여

일곱빛깔 '레인보우'가 출발한다.

 

낮은 구름과 겨울빛깔로 갈아입은 나무사이로

12월의 무지개를 찾아 출발이다.

 

 

 

일   시 :  2011.12.01 낮은구름 맑은공기

누구와:  한송이, 피아노,꼬꼬, 풀꽃, 샘터, 맨땅, 보라꽃(빨주노초파남보순..^^*)

어디로:  법수리승강장~연꽃단지~ 대청호수변~ 열녀각~어부동교회~대청호수변~마름골~ 사음리승강장~산수리맛보기

 

 

 

 

법수리 승강장에 차한대를 세우고 출발이다.

건너편 승강장의 할아버지는 궁금은 하시지만 무관심한척

흘금흘금 우리 일행을 보고계신다.

 

 

출발지에 세워진 우리마을 자랑비의 내용이 참 소박하다.

지난번 구간의 국사봉 내림길에 세워진 묘가 없는 광산김씨비석의 유래를

엿볼수 있는 내용으로 주변의 지명이나 산이름이 적혀있다.

 원래의 동이름이 牛目洞이었고  이 마을은

예로부터 이십가구가 넘지 않는다는 신비로운 내용도 알 수 있다.

'안윽하다'는 표현에서 잠시 옛스러움에 미소...^^*

하지만 법수리를 안내하는 여러 자료에서는 우무동이라 불리우고있다.

 

 

 

내려서는 길의 입구에 서리맞은 감나무에 까치밥이라기엔 많은 감이 달려 있다.

열화 같은 요청에 의해 한분이 감을 따고

잿밥에 맘을 뺏긴 일행의 얼굴은 여럿에게 웃음을 준다.

 

 

 

 

아! 참 좋다.

회색빛으로 차분히 가라앉은 초겨울 하늘과

싸한 공기, 가을걷이를 끝낸 평화로운 그루터기 풍경,

그리고 오늘 만날 호수의 잔잔한 표정,

호수너머 홀가분한 겨울나무의 자태까지....

 

 

 

연꽃단지를 지나며 하늘이 맨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눈부신 푸른 하늘에 잠시 눈시울까지 촉촉해진다.

 

 

 

 

하늘을 향해 오르고 말겠다는 듯 힘찬 걸음들이다.

 

 

 

 

흉내낼 수 없는 채색으로 수변은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삽상한 공기까지 담을 수 없음이 아쉽다.

 

 

 

 

행복한 풍경을 지나고 나면 이렇게 변신이 된다.

모두의 표정에 호수가 물들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수변을 걸어 널다란 묘소앞에서 첫번째 휴식이다.

허름한 원두막엔 오래된 연장가방이 무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언제나 호숫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물빛을 건너온 색감이 주는 특별함이 있다.

그것은 어쩌면 수면 안쪽의 가지 못한 길이 건네주는 이야기 인지도 모르겠다.

 

 

 

 

기억 저편에서 잉잉 대며 돌아가는 탈곡기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버려진 채 녹슬은 세월만큼 기계의 휴식은 부식되어 벌겋다.

 

 

 

 

호수는 말이 없다.

기슭을 걷는 나그네의 발자국소리에 가끔씩 뒤채이며 찰싹일 뿐,

 눈부신 아침햇살의 열열한 환호에도 보일듯 말듯 반짝이는 물결뿐....

 

 

 

 

 

 

 

 

 

 

 

 

수변엔 귀와 눈으로 보는 연주가 한창이다.

온몸으로 스미는 화음에 심장은 잔잔한 고동으로 화답한다.

나는 언제나 호수와 사랑에 빠진다.

 

 

 

 

 

 

브랜드 사장님! 전속모델로 쓰실의향은?? ^^*

 

 

 

수변을 돌아 날망이다.

시원하게 뻗어올린 낙엽송의 무리와 호수, 하늘이 어울린 그림이

일행의 말처럼 시골 이발관의 그림같다.

 

 

 

날망을 오르는 길의 나무들이 길과 만나 그림자 놀이를 한다.

 

 

 

내려서는 길에 어김없이 광산김씨의 묘비석이다.

 

 

 

묘소주변으로 심어진 독특한 나무다. 빨간단풍도 곱지만 잎모양도 특이하다.

 

 

 

 

봄이 되어 호수가 길을 열면 좀더 편안히 다가갈 수 있을 테지만,

지금은 덤불로 뒤덮힌 비탈을 가파르게 내려선다.

이쯤에 둥지를 틀던 어린새들은 잘 성장했을까?

테크로 만들어진 연꽃단지를 지나며 갈대숲을 방금 지난 바람과 만난다.

 

 

 

푸른달과 흰구름

동요속의 나뭇잎배처럼 혼자 떠도는 조각배다.

이름만으로도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

조각배, 돛단배, 새벽기차, 시골버스, 아버지의 자전거 ......

 

 

 

 

 

                                                                                    갈대숲을 지나 기슭에서 만난 거북이섬.

수면위에서 유유히 유영을 즐기는 모습니다.

 

 

 

금린(錦鱗)....

 

어느새 호수는 비단같은 비늘을 자랑하는 한마리 물고기를 그려내고 있다.

아니 수천 수만의 물고기가 한마리 고래처럼 반짝인다.

금린과 꽃같은 잎새...

선홍빛 이별

 

오늘 풍경길에 회남대교 옆의 '금린'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맑아진 날씨에 덩달아 눈도 밝아져 멀리 식장산의 뾰족한 탑이 바는끝처럼 보인다.

 

 

 

 

 

 

 

 

 

 

 

숲을 돌아 기슭으로 들어갔던 입구와 만난다.

 

 

 

개념도에 경주김씨의 열녀각이다.

열녀각이라....시대유감이다.

 

1988년 충북유림에서 세운 비각으로

절효부경주김씨기적비(節孝婦慶州金氏紀蹟碑)다.

비각은 정면 1칸, 측면 1칸 겹처마 맛배지붕 목조기와집으로

사면은 홍살로 막았다.

비각의 둘레에는 돌담장을 둘렀다.

화려한 각, 해묵은 정려비의 비문에 덮힌 먼지,

비각을 둘러싼 홍살이 주는 전설(傳說)은

썩 내키는 기림은 아니다.

 

 

 

 

상념을 털어내 듯 산수리로 들어가는 길목을 바람이 어느새 쓸어 놓았다.

 

 

 

점심자리를 찾기 위해 연꽃단지를 살펴본다.

 

 

 

겨울蓮

 

고운빛이 깊어 검어진 얼굴

천년을 품는다는 씨앗을 떨구고

바람이 들어와 음계를 탄다.

 

토막난 뿌리를 닮은 열매

忍苦의 시간 선명한 표정으로

 시리게 맨 얼굴 수면에 부비고

 

빈 하늘 적시며

이곳 저곳 떴다 지는 못위의 햇빛들

먼길 달려온 적막한 바람

 

못(淵)내 아쉬워

마른침 꾸울떡 넘기고

 초겨울 선잠에 안긴다.

 

 

- 풀꽃-

 

 

 

 

 

 

 

 

 

 

참 간결한 교회모습이 아름답다.

간결해서 더 두드러지는 숭고함, 어부동교회다.

 

 

교회 입구에 서두를것 없이 느릿한 걸음으로

얼룩고양이 한마리가 나그네를 맞이한다.

소리부터 냅다 지르는 강아지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녀석이 탐색하듯 점심자리를 편 우리곁에 어느새 딴청을 피우며 다가와 앉아있다.

 

 

 

음........잠시후 드러난 녀석의 속셈!

늘씬한 자태의 미묘를 만나고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욘석이 그도 아니고

 

 

 

푸하하!!!  모른체 먹기가 미안해 던져준 빵 한조각이 산수리 멍이와 냥이의 잔치가 되버렸다.

그래도 고맙다. 풍성해진 식구와 둘레산길 시작 후 처음으로 가진 오락회의 유일한 관객들이다.

 

 

 

왁자하고 재미난 점심을 물리고 나서니

산수리의 아담한 풍경이 오후를 연다.

 

 

 

아쉽지만 산수리로 가지 않고 기슭을 걸을 수 있는 산수리와 사음리 사이의 수변으로 내려선다.

 

 

 

 

걸려온 전화를 받는 사이 멀어진 일행을 서둘러 좇다보니

물가에 수상한 새떼들이 군무를 하고 있다.

1번새의 동작이 너무 튄다.

 

 

 

 

 

홍수에 떠밀렸다기엔 좀 커다란 등치의 모니터

나름 설치미술처럼 주변풍경을 되비치고 있다.

제목'풍상'

 

 

 

 

 

 

 

 

 

 

 

 

 

 

 

 

꽃눈을 준비한 매실나무

 

 

 

언덕을 가로질러 마름골로 향하는 길에 심심하던 견공이 신났다.

짖고 물러서고 이끌듯 설치더니 숫자에 밀려 뒤돌아간다. 귀엽다.

 

 

 

 

개폐가 자동으로 되는 첨단 비닐하우스안에는 대추나무인것 같다. 비탈을 지그재그로 일구어 무언가 농사를 지었다. 영특한 젊은 농군의 터전일까?

 

 

 

 

 

 

 

 

멀리 작은 비늘처럼 레스토랑 '금린'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시간은 아직 가을

 

 

 

 

 

 

  

 

 

난데 없이 울고간 새의 선물인가 제비꽃이 피었다.

꽃은 자기가 꽃인 줄도 모르고 피어 어리둥절한 계절에 놀라고 있나보다.

 

 

 

 

 

 

이곳에서 바라보니 한반도를 닮았다.

이 땅이 품고 있는 수많은 닮은꼴

이곳에서도 만나는 구나..

 

 

 

 

 

마름골을 돌아 사음리 정류장으로 오르는 길에 회남대교와 금린이 또렷이 보인다.

 

 

 

시골버스를 기다리 듯 옹기종기 말 잘 듯는 회원들이 자세를 잡아준다.

 

 

오늘일정의 마지막을 정리하 듯 사진곽안으로 들어온 회원님들 고맙습니다~~*

 

언제나 12월이 주는 느낌은 상투적이지만

아쉬움과 기대가 함께한다.

삶은 늘 두가지 요소를 다 갖고 있다.

낡았으며 동시에 새로운...

 

떨어져 쌓인 낙엽길을 걸으며

나무의 비움을 배운다.

 

이제 채움의 옳은 길을

나무는 또 봄이 되면

몸소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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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S :

 

 

이곳이 물에 잠겨 이런 지형이 될지 어찌 알고

선조들은 어부동(漁夫洞)이라 이름지었을까?

예전엔 금강이 멀어 농사를 지었던 동네라는데...

 

 

 

세운지 한달 된 따끈한 사음리 유래비

 

 

 

 

두대의 차에 나뉘어 타고 귀가에 오르다

마음이 산수리로 자꾸이끈다.

 

차를 돌려 다시 산수리 아슴하던 그 길을 향하다.

저녁이 깃든 풍경은 기대 이상이다.

 

두고온 나뭇잎배 같은 산수리풍경 몇점 건진 귀로는

비록 생채기 난 내 차의 어깨와 바꿀만큼

훈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