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걷는 대청호수둘레길....*

도란도란 걷는 대청호수 둘레길 6구간....* 백골산성과 꽃님이반도

푸름님 2011. 7. 14. 14:36

 

 

어디로 갔을까?

일정에 쫓기다 보니 사진편집이 토막나 버렸다.

잘 보관한다고 보관해 놓은 자료가 반토막이 날아가 버렸다...

편리한 만큼 매정한 컴퓨터....

 

언제 : 2011.07.13 수요일 장마사이 잠시 비그침

어디로 : 바깥아감~ 백골산성~시경계3거리~순복음기도원~독골~꽃님이반도~절골

 

 

바깥아감에서 백골산성에 이르는길은 요즘 내린 비에 촉촉한 초록으로 가득차있다.

가파른 오름길에 습도와 함께 가쁜숨은 자꾸만 발길을 붙잡는다.

표식이 없는 강살봉에서 시원한 우유와 토마토로 목을 축이는 동안

앞서 날아간 동료 둘은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보드라운 내림길의 풀섶에 이슬이 곱다.

 

오늘 산길에 만난 들꽃은

이렇다할 꽃은 없고

누리장나무가

주머니같은 꽃봉오리를

준비하는 모습과

봄철에 무리진 모습에 감탄했을 법한

백선의 씨앗이 밭처럼 눈에 띈다.

 

간간이 보이는 대청호의 물을 눈으로 마시며

앞서간 동료를 따라 헐떡이며 백골산성에 다다른다.

백골산성 안내판의 전경에 오름길의 힘든 숨결은 간데 없고

모두들 환호성이다.

 

긴 장마로 호수는 입을 다문채 사색에 잠겨있다.

 

백골산성의 흔적을 찾아 오솔길을 따라 이동해 보지만 무성한 수풀에 가린 산성의 흔적은

그나마 자취조차 보이지 않는다. 다만 수풀사이 멀리 서대산의 실루엣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 줄뿐....

 

*****

 

아침에 지인의 문자에 오늘길의 산성에 대한 자료를 부탁받는다.

 

에구구... 우야꼬! 산성자료는 담을 만한 유적도 없었지마는

저장해 놓은 컴이 어디에 감추었는지 몇날을 찾아도 찾을 길이 없다.

 

지워버린 문장은 약간의 가책만으로 복귀가 되겠지만은

사라져 버린 사진은 자책도 원망도 소용이 없다.

 

무엇보다 아쉬운건 대전시경계3거리에서 만난

7년동안이나 그길에서 기다려준

대전둘레산행노란표지기다.

 

*****

 

2004년 11월 처음 대청호 주변의 산길에 올랐을 때의 경이로움과 가슴벅찬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지금처럼 산이 가까이 느껴지지 않았을 때의 산행은 이름있는 산의 잘 정비된 길만이 나에게 허락되어 있었다.

2004년 대전시경계둘레산길을 돌면서 단순한 행보가 아닌 뜨거운 무언가를 가슴 깊이 느끼며

동료애라는 또 다른 감정을 안을 수 있었던 행운이 오늘 산길 내내 되살아 났다.

그 시절 반가운 얼굴들을 만난 듯 뜻 밖의 조우에 가슴벅찼었는데....

모두 날아가 버렸다.

 

*****

 

시경계삼거리를 찍고 되돌아 순복음교회기도원까지는

수풀이 길을 감추어 발밑이 보이지 않는 험난한 길이다.

다행히 경험이 있는 안내자의 덕분으로 어려운 코스를 수월히 통과한다.

 

기도원으로 흐르는 계곡이 불어난 물길로 제법 당차게 흐른다.

기도원아래 저수지에서 물뱀의 유영도 보고

아담한 오솔길을 걸어 독골입구에서 점심을 먹는다.

때 아닌 낮 모기들도 회원들의 뜨거운 피를 점심(!)으로 만찬!

긁적거리는 회원들의 뒷모습에 웃음을 참으며 도로를 건너 꽃님이 반도를 향한다.

 

마을이 수심에 잠겼다.

가꿔온 논 밭이 일부 침수되고 걸어야할 호반길도 물에 잠겼다.

눈치 빠른 동네개의 성화를 뒤로 하고 미안함과 서운함을 안고 꽃님이를 향한다.

 

 

꽃님이식당앞의 돌이다.

 

 

능소화가 칠월의 하루를 살고있다.

오소소 떨어진 능소화는

땅에 떨어져서도

상기된 얼굴 그대로다.

슬픈전설때문인지

모습만큼이나

애절한 몸짓....

 

 

 

수변은 오늘 발길을 허락치 않는다.

먼 눈맞춤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방축골로 향한다.

 

 

도라지꽃...*

봉긋한 꽃망울에 그리움을 그대로 담았는가

활짝 벌리지도 오므리지도 않는 절도있는 꽃잎안에 꽃같은 암술이 한없이 순결해 보인다.

꽃...

가만히 불러보는 한 음절의 간절한 이름....

과학적으로 식물의 생식기라 표현하기엔 더 많은 의미를 가졌을 이 아름다움을

어떤 언어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

바라볼 수록 빠져드는 여린 맥과 색감에

머리속이 하얘진다.

아름다움과 슬픔의 동질감!

 

 

 

참깨꽃이다. 화초로도 손색이 없을 청아한 꽃!

 

 

방축골 입구의 양버즘나무가 시원하게 그늘을 드리웠다.

 

 

 

호수와 어우러지는 싱그러움 !

여름이면 그리워지는 유년의 그 그늘속엔 아름드리나무의 신비로운 줄기구멍과 당치도 않은 학교마다 지닌 용의 전설을 떠올리게 한다.

소풍때 비가 오면 옛날 아무개가 나무를 베다 용이 승천하지 못하여 복수(!)로 행사때마다 비가온다는 소극적인 용의전설...

그 나무아래서 사방치기, 땅따먹기, 공기돌 놀이를 하던 동무들은 지금은 무엇을할까...

내게는 따스한 추억을 선사하는 다정한 나무다.

 

 

줄기의 특이한 무늬가 버즘처럼 보였는지 플라타나스의 우리이름이 양버즘나무이다.

 

 

 

바람기 없는 호수의 풍경은 정물처럼 고요하다.

 

 

 

 

 

 

 

 

 

 

 

 

 

 

 

방축골의 끄트머리에 자리한 음식점 바깥으로 물과 가까운 곳에 이른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노란 버섯과 맥문동이 연보라빛 꽃을 피웠다.

 

 

미모사가 무당벌레의 접근으로 잎을 얌전히 접고  무당벌레는 지나는 나그네를 피해 미동도 않는다.

 

 

방축골의 아름다운 풍경을 두르고 어떤용도로 지었는지 사방 단도리를 단단히 한 집 한채

굳게 닫혀있다. 주인은 짝짝이 신발을 이끌고 근처로 나갔을까?

 

 

요즈음 청개구리는 목이 쉬었을 것이다. 그 많은 비에 밤낮으로 개굴대었을 터...

손톱만한 청개구리가 느린 동작으로 나를 경계한다.

장난기에 카메라를 가까이 가니 자세를 고치며 여차하면 뛰어오를 태세다.

연초록 살갗과 투명한 젤리같은 발가락에 온힘을 준 모습이 귀엽다.

 

 

 

방축골을 돌아 나오는 길목에 정한수를 떠 놓고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 감나무 아래 바위앞에 치성의 흔적이다.

 

멀리 지난 호반둘레길에 보았던 관동묘려의 모습이 정면으로 보인다.

관동묘려 왼쪽으로 두번째 줄기 정상이  함각산이고 그 왼편 정수리가 견두산성가는길일 것이다.

 

 

호수가 말이 없으니 작은 곤충과 꽃잎이 눈에 들어온다.

 

 

붉은산꽃하늘소[이름 참 길기도하다]가 자리공꽃송이의 이꽃 저꽃을 순례하고 있다. 녀석의 더듬이에 톱니가 있는것을 보니 수컷이다.

 

 

 

 

 도마뱀이 놀란 가슴에 허둥대며 모래밭에 납작 엎드려있다. 풀색이 아니고 벌써 갈색이다.

 

 

호박줄기에 걸터 앉아 있는 화려한 악세사리 같은 이녀석은

요즘 한창 걱정을 끼치는 주홍날개꽃매미의 어린녀석이다.

 

 

오늘따라 눈에 많이 띄는 꽃님이친구들....

세상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순리에 따라 많은 생명들이 함께 교감하며 살아간다.

무엇이든 順理에 逆行하면 불행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이 얼마 만큼 인지조차 파악이 어려운

인간의 욕심이 가장 경계해야할 스스로의 적이다.

 

배암차즈기가 이름보다 귀여운 얼굴로 인사를한다.

 

 

 

수자원공사건물이 대청호에 그대로 모습을 빠뜨리고 수심에 젖어있다.

 

 

 

 

비구름 가득한 하늘이 두구두구 초읽기에 들어갔다. 

 

물에 잠긴길을 포기하고 칡넝쿨이 점령한 묵밭을 지나 보이지 않는 길을 연다.

깨금이 풀섶에서 남몰래 익어가는  울창한 낙엽송 길을 지날때

후두둑 ! 빗방울이 더이상 무게를 참지 못하고

고요하던 숲에 수런수런 내려앉는다.

 

 

 

 

이제 막 피어나는 칡꽃에 반가운 인사를 건성으로하고 발길을 서둔다.

 

 

고삼이 콩꼬투리같은 열매로 익고

 

 

빗방울을 피해 노랑띠알락가지나방이 납작 몸을 움츠렸다.

 

 

숲길이 끝나고 절골동네의 한옥이다.

비에 씻긴 한옥은 막 세수를 끝낸 새댁의 얼굴처럼 정갈하다.

 

 

 

한때는 푸르렀을 마른풀잎에 마음으로 물을준다.

 

 

칠월의 햇살과 억센 비바람을 견디고 토실이 익어가는 감의 건강함에 푸른 선물을 받는다.

 

 

절골입구의 버스정류장에서 오늘 행보를 마친다.

 

 

 

 

무궁화꽃이 피었다.

어릴적 놀이처럼 혼자만 뒤돌아 눈감는 술래가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동료들과 꽃이 피는 동안 고운길을 열어갈 수 있음에 무한 감사하다.

혼자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외치는 그 간극 만큼이나 짧은 생에서

이토록 고운풍경, 소중한 생명을 만날 수 있는

오늘이 얼마나 감사한지....

 

 

*****

 

솎아낸 푸성귀처럼 고만고만한 삶에서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할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나는 안다.

 

몇년을

 치열하게 삶에 투신했던 시간속에서

숨가쁜 영혼의 허덕임을 충분히 깨달았다.

 

붕대를 감은 마음의 치유에는

 소박한 피난이 필요하다.

 

유일한 문을 열고 나설 수 있는

열쇠는 오직 나만이 열 수 있는 통로다.

 

마땅한 삶이 보이지 않을때는

길에 나서고 볼일이다.

 

[2011.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