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걷는 대청호수둘레길....*

도란도란 걷는 대청호수둘레길 ....* 5구간 나머지

푸름님 2011. 6. 21. 11:11

 

 

 

 

햇살이 정말 한가득

파란하늘을 채웠다.

어느 구석하나 숨을 곳 없이

낱낱이 비추는 6월의 태양이다.

 

 

지난번 구간 개인사정으로

도중하차한 P양의 땜질도 할겸

중국으로 원족간 일행들과

일정을 맞추기 위해

 나머지 길을 잇기로 한다.

 

언제: 2011.06.21 햇살이 더욱 사랑하사 너무너무 맑은날

어디로: 연꽃마을~황새바위~대청호수변~제방길~신상동~들꽃밭~토끼봉반도~ 조선~바깥아감

 

 

 

 

 

 주산동과 상촌이라는 교통안내만 믿고

하차했는데 우리가 기대했던 목적지가 아닌 낯설은 동네다.

도로를 따라 버스길을 걸어 연꽃마을 안내판이 있는곳에서

동네어귀로 들어선다.

마을 입구에 커다랗게 그늘을 드리운 일본목련,

 지난 구간 숲길에서 잠깐 만났던 어린 나무의 성체다.

 

 

 

 

연꽃마을엔 연향과 더불어 시향이 가득하다.

 

 

아직은 수련의 계절이다.

노란 수련이 등잔불같은 꽃잎을 열었다.

 

 

 

 

 

수련밭 옆 둔덕에 우렁이 알이 꽃처럼 매달려있다.

누구의 허물인지 탈피한 껍질도 보인다.

 

 

환해지는 수련밭!

수련꽃이 필때마다 부처님 오신날 등을 밝힌다. 온누리 맑고 향기롭게 하소서..

 

 


수련과 연꽃은 같으면서 다르다.

수련은 꽃과 잎을 수면에 붙어 키우지만

연은 수련과에 속하지만 꽃도 잎도 물위 세상에서 피운다.

수련잎은 물이 잘 스미지만

연잎은 절대 물을 허용치 않는다.

수련과 연의 생태에서

화합과 고결을 배운다.

수련의 갈라진 잎은 대화와 타협의 유연함을

연잎의 무엇에도 오염되지 않는 꽃잎과 잎에서 숭고함이 느껴진다.


 

 

 

 

 

 

 시작부터 우아한 연꽃의 자태가 사로잡더니

시향 또한 만만하게 길손의 발길을 놓아 주지 않는다.

 

 

아! 이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시를 만나다니..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것을

까맣게 몰랐다.....

 

 

김춘수님의 능금

 

....눈부신 축제의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손톱만한 풀꽃의

노란 꽃술이 순식간에

시 한 수로 변한다.

 

**

 

이세상 살다간

흔적

스쳐간

바람만이 안다오....

어느날

익숙한 숨결하나

느껴지면

작은 풀꽃으로

추억해 주오

 

 

 

연꽃마을의 습지도 꼼짝없이 햇살에 점령당했다.

 

 

햇살방지 작업으로 모두들 복면을 한다.

그리고.. 자 알들 논다...후훗

 

 

 

물빠진 수변은 지나간 세월을 보여준다.

그시절 한때를 풍미했던 4홉들이 병소주...

나뒹구는 소주병은 어느 실향민의 설움을 달래어 주었을까?

 

 

 

 

 

살풀이 같은 그물이 溺死木의 가지끝에 나부낀다.

강렬한 햇살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돌이 자세히 보니 눈과 입이 보이는 해태같다.

 

 

초입에 만난 연꽃의 데자뷰일까...문득 미소짓는 관음상이 잠시 외출한 연꽃좌대로 보인다.

 

 

 

나무옆에 사람이 서있으니 그대로 休....*

 

 

첫만남의 감동이 이젠 살피기로 바뀌었다나..후훗

이곳은 바위위에 해바라기 하는 왕도마뱀같으다.

 

 

 

 

 

새의 선물

 

어느날 무심히

내맘 안으로 날아 들어와

 

노을에 뻐꾹이 울던날

명치 끝에 푸른 멍만 남기고

소식이 없네

 

어느날 밤 잠결에

밤새 물결 찰싹이더니

 

이렇게 많은 글자로

 편지 한장

 남겨놓았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 돌아올줄을 나는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무의 흔적이 동네어귀의 신작로를 경계하고, 우체부의 자전거 소리에 솔깃하던 어머니의 젖은 눈시울..

.....

지금은 물에 잠긴 사람살던 집들이 이제는 물고기들의 놀이터가 되었으리라

여기는 살강, 여기는 뜰팡 그리고 저긴 장독대... 살갑게 윤을 내던 그 여인은 지금쯤

백발이 성성할까?

 

 

 

긴 제방이다. 그대에게 가는 먼 길처럼 둑은 따가운 햇살아래 하염없이 이어진다.

 

 

 

mysttery circle 처럼 풀들이 싸인을 만들었다.

동그라미 하나에 사랑과

동그라미 둘에 자유와

동그라미 셋에 열망과.....

 

긴제방이 끝나고 신상동 꽃길입구가 보인다.

 

 

 

언제 보아도 정겨운 포플러 풍경

 

 

 

 

목책이 끝나는 곳이 들꽃밭이다.

금계국이 그날처럼 곱지는 않지만 남은 여생을 노랗게 부여잡고 있다.

애처로운 모습에 왈칵 눈물이 솟는다.

 

 

그랬다.

맑은영혼을 가진 한분이 계셨다.

어느날 갑작스런 병마가

그분의 맑던 웃음도 건강하던 발걸음도 앗아가버렸다.

그분 내외를 모시고 어쩌면 생의 마지막 외출이 될지도 모를 나들이를 이곳으로 왔었다.

차마 시들어 가는 꽃을 눈 맞추지 못하고 외면하고 만다.

 

 

 

 

왜이럴까..

자꾸...

조뱅이가 그새

한생을 다 살았다.

 

 

 

 

 유배당한 고도처럼

수변이 고요하다.

 

 

 

살아간다는 것은....

 

다.

 

 

 

사랑이 고프고

자유가 고프고

열망이 고프고

꼬르륵...

 

 

 

 

자유...

 

 

평안....

 

 

 

열정....

 

 

休....

 

 

 

 

그리고 또 살아감....

 

 

평화스러운 줄만 알았다. 이 넓은 초원을 보면 겉은 그랬다.

 

 

 

아이구야!... 조그만 풀잎 마다 그림자처럼 달라붙은 검은 물체가 온통 벌레다. 전쟁이다.

 

 

 

 

기겁을 하며 뛰어 나오다가도 놓치기 싫은 풍경을 담는다.

호반 둘레길에서 자주 만나는 사초류의 풀.. 꼭대기 마다 귀여운 수염을 매달고있다.

 

 

 

 목마른 영혼처럼 갈라지는 대지...

이제 곧 차오르는 물길에 상처는 아물것이다.

 

 

오후2시가 조금 넘은 시각,

초원을 지나 음식점 조선이 보이는 길로 올라 오늘길을 마무리한다.

 

 

나는 아무래도 보이지 않는 것을 편애하나보다.

시각에 따라 달리 느껴지는 이길의 숨결을 가슴에 담는다.

 

 

 

바람이 가는길

 

꺽어도는 오솔길

저 길을 돌아서면 그대가 있을까

 

마중나온 바람에

파르르 치떨던 잎새 푸른돛을 머금는다.

 

지구별을 몇 바퀴돌고도

아직 닿지 못한 먼 별빛

 

사사삭 풀잎을 이끌다

발이 묶인다.

 

오후 두시

바람과 잎새의

아름다운 파탄이여....

 

 

 

 

 

 

[201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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