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걷는 대청호수둘레길....*

도란도란 걷는 대청호수 둘레길 5구간....* 조개를 만나다

푸름님 2011. 6. 16. 08:54

 

 

 

 

 

 

호수의 누설!

그동안 듣지 못한  이야기를

대청호는 오늘 은근히 전해주었다.

다가 갈때마다 그루터기의 나이테처럼

선명해지는 수변의 자락이

숨가쁜 단명의 세월동안 보여주는

음률같은 감동!

오늘도

이정표는 내게 묻는다.

 어디로 가느냐구....

 

*****

 

첫여름 답지 않은

선선한 바람에

물빠진 수변의 모래와

풍경들이 어룽어룽

몸을 말린다.

원래대로 라면 말뫼마을에서

견두산성을올라 고봉산성으로 이어지는 길이지만

물빠진 수변의 이야기를 들으러 외도를 한다.

진동날에서 내려 호수와 만나다.

 

언제 : 2011.06.16 맑은 바람과 햇살

어디로: 진동날~추동취수탑수변~ 가래울농장~대청호자연생태관~

고봉산성~상촌~황새바위~제방길~오리골

 

 

 

견두산성길을 지난번 다녀왔다는 핑계로 수변을 더 걷기로 했다.

말뫼마을 직전 진동날에서 하차하니 기다렸다는 듯 와락 안기는 풍경이다.

 

 

 

마른꽃인줄 알았다.

채 이슬이 마르지 않은  손톱만하게작은 꽃잎이 보일듯 말듯 인사를 건넨다.

 

 

기분좋은 오솔길을 스미듯 걸어 수변에 당도한다.

 

 

 

햇살에 반짝이는 물살이 조바심처럼 기슭에 찰싹인다.

 

 

 

 

"꿈과 희망을 가득안고 햇빛쏟아지는 벌판으로~♬"

숨쉬는 모래사장을 걸으며 모두들 말이 없는 감동이다.

 

 

 

처음엔 예쁜꽃이 눈에 들어왔다.

갈수록 작고 눈에 띄지 않는 꽃이 마음에 닿는다.

가막사리다. 이또한 흔히 보이는 잡초같지만 어린잎은 식용으로

 전초는 낭파초라 하여 기관지염 인후염등 약재로 쓰인다.

 

 

너무 처참하여 잠시 생각이 굳어버렸다.

살아서 펄떡이던 생명체가 영혼이 빠져나가고 난 모습은 무생물의 그것보다 극렬하다.

무슨이유로 아이팔뚝 만한 물고기가 주검으로 내동댕이 쳐졌을까... 방치된 폐그물에 걸려 그랬을까?

마음은 그물을 걷고 있는데 행동은 그렇지 못하다. 나의 비겁이 부끄럽다.

 

 

 

마음에 두꺼운 단층이 쌓이고

살아온 서른몇해 너의 세월에 차마 말하지 못한 물속세월을 야윈가슴으로 호수가 드러내면

 내 시선으로 그어주는 눈금을 면류관처럼 높이 씌워주리라...

아픈 망향의 서러움 부드럽게 쓸어내며 물살로 찰싹이거라....

걷어 올려진 무릎팍마다 새겨진

감정의 시퍼런 멍 

물살이 씻겨 주리라....

 

 

 

 

 

한차례 비잉 선회하는 새한마리.. 날개짓 따라 움직여본다.

 

 

 

★조개를 만나다.

 

기슭마다 알지 못할 신호들이 암호처럼 그려져 있더니 조개들의 발자취다.

물빠짐에 따라 오체투지로 애쓰며 물을 따라 가고 있다.

세마리중 가운데는 대칭이라는 조개고

양쪽은 말조개,가운데 옅은색깔은 대칭이 어린개체,

세번째는 재첩

 

 

 

조개들이 스으읍! 혀시린 동작을 하고

치마자락 이끌듯 물의 심장으로 향한다.

 

 

 

아까보았던 대칭이와는 조금 다른 외양으로 귀이빨대칭이가 아닐까?

귀이빨대칭이는 멸종위기1급 야생동물로서 보호대상이다.

주변을 돌아보니 소리없는 조개의 주검이 눈에 제법 띄인다.

 

 4대강사업으로 얼마전 낙동강일대에서 집단폐사하였다던 귀이빨대칭이..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의 압력인지 환경부는 야생동물보호대상 1급에서

2급으로 강등예정..함께 강등당할 수달,흰수마자, 층층둥글레등등...

4대강 개발사업에서 환경댠체의 환경영향평가부실 논란에 언급된 종들을 집중적으로해제 하므로서

 멸종위기 동식물을 멸종의 지름길로 내모는 힘있는 사람들의 부실한 정신건강...

이게....정말  최선입니까?

 

 

 

 

말조개의 아가미 주변의 뿌연 물체는 아마도 조개의 산란과 방정으로 보인다.

자료를 찾다보니 이런 말조개나 대칭이, 그리고 두드럭조개 등이

납자루나 각시붕어의 산란처가 된다는 사실을알았다.

신기하고 경이로운 생명의 세계다.

정말..

살아있는것은 모두 위대하다.

 

 

 

방금전의 충격과 사색에서 지금 나의 마음은 내부수리중...

 

***

금모래다.

사금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반짝이는 금모래..

그러나 소중한건 오늘 만난 금빛 추억이다.

 

 

 

조그맣게 범람하는 감동의 물줄기하나..

한떨기 푸른방동사니가 모래밭의 단조로움을 깬다.

 

 

신기루처럼 나타난 사초밭에서 두더지놀이다.

뿅! 맞으면 여기저기 다른곳에서 튀어 오르는 꽃두더쥐..ㅋㅋ

 

 

 

 

 

 

 

 

 

오아시스처럼 몇그루 그늘이진 졸참나무아래서 잠시 목을 축인다.

호반길을 걷다보니 갖가지 충영을 만난다.

조개도 그렇고 충영도 그렇고

자연은 이렇게 더불어 사는 지혜와

스스로 치유할수 있는 강인함을 가졌다.

다만 인위적인 절단만 없다면...

 

 

 

이제 막 물이 빠진 기슭을 발바닥이 무거워한다.

한줌씩 매달린 땅의 세포들.. 이대로 서있으면

내 겨드랑이에서도 푸른잎이 돋을까?

 

 

긴 백사장을 걷다 뒤볼아보니 이런다..ㅋㅋ 카메라만 보이면 주문하지 않아도 자동이다.

지금의 마음상태를 P양이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햇빛 찬란한 물속에 넘실대는 감동,

이순간은 사르트르도, 찌고이네르바이젠도, 반 고흐도 뒤로 밀린다.

형언할 수 없는 생명체로 잉태되는 자연의 조합..

그대,  내 목숨의 용량이 측은하다.

 

 

 

저 산은 앙다문 입술 속을 푸름으로 꼭꼭채우고 있다.

 혓속같은 기슭을 걷는다.

 

 

 

발자국에서 보여지는 오리의 뒤뚱거릴 귀여운 엉덩이가 떠올라 배시시 웃는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였을까? 조그만 물새의 발자국이 따라서 오종종...

 

 

 

 불거진 근육같은 이 언덕은

혓바늘 돋는 고달픈 일상이었을까?

패인 구멍에서 우우 맴도는 바람...

내게 고요를 들을 수 있는

나팔같은 귀하나 있었음 좋겠다.

 

 

 

 

 

 

 

 

 

 

 어디로 가는가

혼자 한번 간 길도 길일까...?

 

지금

이 헐거운 시간에도

할퀴듯 욱신대는

마음의 관절

 

돛을 잃고

헤매는

아!

너 마음아

어디갔니....*

 

 

 

 

 

 

 

 

말조개를 닮은 조개섬이었다.

간신히 물빠진 길을 모세의 기적처럼 건넜던 그 섬에

개발의 상징같은 대로가 생겨 버렸다.

역시 운치는 조금은 부족한 듯한 애틋함이 더하였다.

그사이 햇볕에 표백된 모래가 상아질처럼 뽀얗다.

 

 

 

 

 

조개섬을 건너다 보며 점심상을 펼친다.

후훗.. 내안에 너있다!

 

 

 

 

 

기슭을 훑던 바람은 아직도 호숫가를 맴도는지

신작로같은 임도의 열기가 훅훅 얼굴을 친다.

이 따가운 햇살에도 씩씩한 망초가

버드나무와 어우러진다.

 

 

 

 

 

도로를 건너 가래울공원을 지나쳐 대청호자연생태관을 향한다.

설치미술인 돌고래는 길너머 호수를 꿈꾼다.

 

 

 

 

생태관의 수련이 많이 지고 부들이 제법 모양새를 갖췄다.

 

 

 

 

 

 

 

자연생태관을 지나 숲길에 들어선다.

수변의 평지만 걷던 허벅지가 가파른 비탈이 버거운지 무겁다.

조록싸리의 꽃잎도 지는 중인지 색깔이 덩달아 무겁다.

 

 

한낮의 햇살이 숲길에 스밀 동안 우리가 걸었던 수변풍경이 아스라하다.

 

 

 

이내 적응이된 경사면을 지나 철탑 아래길과 이어진 임도의 왼쪽방향을 따라 잠깐 걷는다.

 

 

 

경사면 바위에 붙어 기린초가 목을 빼고 인동꽃향기가 싱그럽다.

 

 

 

 

삼거리에서 왼쪽 비탈길을 따라 고봉산성을 향한다.

 

 

 

 

역시나 흔적만을 보이는 산성의 모습..

언젠가는 대전 주변을 둘러싼 산성을 따라 길을 잇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고리산과 백골산성능선

그리고 오늘 가야할 제방길과 폐고속도로가 보이고

안아감과 바깥아감 사이의 대청호가 새찍어 먹을 만큼 남아있다.

 

 

햇빛이 우릴 사랑하사 오늘 걸었던 대청호반 기슭을 또렷이 다시 보여준다.

 

 

 

 

북서 방향으로 멀리 계족산성의 아슴한 경계가 보인다.

 

 

급박한 내림길을 구르듯 내려서니 임도다.

묵은포도밭옆 을 지나 상촌입구에서 개조심이라 크게 써놓은 길로 들어서려다

두발 모양이 도사님 같은 어르신의 제지로 조금더 위로 진행하니 제대로된 표지기가 나온다.

제지 당할때는 무안하기도 섭섭하기도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우리같은 얼치기들의 성화가 성가스러웠을 집주인의 입장이 이해가 된다.

 

 입구를 찾은 일행의 표정이 득의만만하다.

 

 

길을 제지한 어르신의 담장 안밖으로 꽃들이 피었다.

ㅎㅎ.. 그래서 꽃만큼만 용서(!)다.

 

 

 

 

6시까지 약속이 있다는 일행의 시간에 맞추어 발빠르게 움직이다 만난 어린나무다.

목련이라기엔 잎이 너무 길쭉하고 후박이라기엔 잎이 너무작아보인다.

나중에 알았지만 일본목련의 어린나무다.

 

 

질러서 가는길에 예전 서낭고개였는지 돌무더기다.

 

 

무리지어 피어있는 사초꽃이다.

 

 

사초과의 식물은 맞는것 같은데 줄기가 세모진것이 방동사니로 분류될 듯한 외모다.

 

 

 

 

 

연꽃마을에 이르러 P양은 귀가길에 오르고 우리는 황새바위로 향한다.

 

 

쥐눈이콩만한 버찌가 색깔도 찬란하게 다닥다닥하다. 흐미~~

 

 

 

담쟁이로 푸른 위장을한 바위가 황새바위인 모양인데 썩 내키지는 않는다.

 

 

 

 

 

다시 조개를 만났다.

얼른 물빠지기전에 들어가라고 등을 떠민다.

말조개 자체도 소중한 생명이지만

별난 번식생태인 토종민물고기의 번식처이기도 하다니

더욱 보호해 줘야 할 일이다.

 

 

 

 

 

 

햇살이 열띤 꽃한송이 풀섶에 키워내고,

 외진 오솔길 초록빛으로 스미고 있을 동안

호수는 어미새가 알을 품듯 고루고루 어루만지며 바윗돌을 품었나보다.

어미새 떠난 둥지의 알처럼 저혼자 껍질을 깨는 생명,

아니 호수가 품은 저 바위알은 공룡알 일지도 모를일이다.

오늘 역시 축복받은날!

혼절할 만큼 매료된다.

 

 

 

 

 

 

 

취하듯 빠져 있던 먼 옛날 선사시대에서

낑낑대는 강아지 소리에 퍼뜩 현실로 돌아온다.

녀석, 아직은 제 주인이 옆에 없으면 꼬리를 뒷다리로 감싸는 강아지다.

그런데도 앞서간 장정에겐 깨갱대더니 나한테는 웅웅 대며 대거리를 한다.

쿡쿡! 맹구 어~엄따! 숨었어도 꼬리는 다 보이고,

지나가길 기다리다 다 갔는지 확인까지 한다.

 

 

 

 

이제 그림자가 길어졌다.

둥근 저 몸이 찰싹이며 닳아온 이야기,

그 옛날 선사시대가 아니라도 좋다. 이 들판에 초록의 거대한 공룡이

뛰놀지 않았다 해도 나의 상상속엔 녹색의 느린 걸음이 울린다. 쿵...쿵...쿵...쿵...

아기공룡둘리의 엄마같은 알로사우르스의 묵직한 울림.

 

 

 

 

 

 

 

65년 11월1일

 결심을 다졌을 주산리 청년의 4H를 새긴 돌이

 거꾸로 시간을 살고 있다.

 상록수의 시간은 멈추어 있다.

 

 

 

돌로 정교히 깍아놓은 도토리 한알.

아니 공룡나라 도토리..

 

 

 

지구본 같은 바윗돌 위로 구름이 흘러간다.

나의 어쩔 수 없는 역마살.. 현주소는 어디인지?

 

 

 

 

 

 

 

 

 

 

 

오늘 누린 풍경의 포만함에 귀가를 결정한다.

한쪽 부리에 입을 대고 부우 하고 불면 떠나가는 뱃고동이 울릴듯 하다.

 

 

조금씩 흙을 갉아내는 땅따먹기처럼 동그랗게 물결이 놀다간 자리

 

 

배는 오늘도 나뭇잎처럼 떠있기만 하는데

출어의 깃발은 어디로 갔을까...

 

 

귀로로 결정하고 올라선 뻘위로 융단처럼 자라는 새싹이다.

저 작은 몸뚱아리 어디에 성체의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인지...

 

 

 

 

 

 

 

 

 

 

 

꽃잠

 

아스라한 빛이 보여주는

오여지고 제쳐지는 삶의 넘어짐

쓰러지는 것은 일어서라는 가르침이고

넘어지는 것은 잠시 쉬어가라는 배려이리라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꽃의 낙법처럼

버리고 비우는 일에 다시 채우려

안간힘 쓰지 않으련다.

 

저녁새가

하루를 접는 긴울음을 울면

마음도 곱게 개어 머리맡에 섬겨두고

혼자 달맞이 하는 꽃옆에서

꽃잠을 곱게 자리라

치맛자락 끌며

새벽이 가만히

올때까지....*

 

 

 

 

 

 

 

 

 

 

 

 

 

 

흥진마을로 가는 길을 다음으로 미루고

폐고속도로 밑 오솔길을 지나

다리밑의 수상한 문신을 그린 장정들과 눈이 마주칠세라

종종걸음으로 지나쳐

오리골 입구까지 오늘 일정을 마감한다.

에구 왜 몸에다 그림을 그리능겨...

 

 

 

*****

 

 

아직 귀에 맴도는

선승의 물음같은 이길...

 

어디로 가는가

 

 

*****

 

가끔은

그냥

 넘어지고 싶을때가 있다.

.....

 

어디까지 갈것인지,

가는곳이 어디인지...

나는 모르네....

 

가다가 넘어지면

향기를 베고 누워

그렇게 누워 하늘을 보면

피가 너무 더워져

뛰는 심장..

숨어드는 바람

내 영혼에 한줌씩

쥐어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