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걷는 대청호수둘레길....*

도란도란 걷는 대청호수 둘레길....* 네번째구간 나의 이어도

푸름님 2011. 6. 10. 08:52

 

 

 

 

 

처음 시작할때의 설레임과 초조함이

이제는 여유로 자리잡고 있다.

개념도를 보는 눈도 익숙해지고

수변을 걸으며 누리는

바람과 햇살

갯내음...

 

***

 

언제 : 2011.06.10 제주에 장마가 시작되었다는데.. 아직 이곳은!

어디로: 말뫼마을~대청호수길~240봉~204봉~마산동산성~대청호반~관동묘려~은골길~미륵원~대청호반~말뫼마을

 

오늘은 시작한 곳으로 돌아오는 길이라서 차로 이동한다.

가로변의 버찌가 먹을만하게 익었다.

여전히 노란 금계국이 해맑은 얼굴로 지나치는 차량이 흔드는 대로

까딱까딱 예쁜 몸짓으로 인사를 건넨다.

 

 

 

 

짙은 보라색과 짙은 노랑의 조화는 너무 강하다.

족제비싸리꽃이 피었다.

외양에서 느껴지듯 토종이 아닌 외래종이다.

딱히 보수적인 주장을 하자는건 아니지만 외래종의 강한 색감을 보면

순한 우리 토종들이 비껴 앉는 자리가 느껴져 안쓰럽다.

 

 

시작부터 생각이 좀 많았나 보다.

말뫼마을에서 효평소공원쪽으로 대청호수길을 따라 5분정도 오르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산길로 접어든다.

 

 

역시나 친근하게 맞아주는 으아리의 환영을 받으며,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안개와 숨어버린 햇빛이지만

오늘 흘릴 땀에 대비해 정제염을 챙겨 먹는다.

 

 

잠시 쉬는 나무사이로 대청호의 그림이 펼쳐진다.

 

 

 

올여름 첫인사를 나눈 노루발꽃이다.

이렇게 계절을 이어 산에 들면

시간차별로 만나는 들꽃들이 반갑고 대견하다.

그 작고 여린 몸 어디에 혹독한 겨울을 이겨낼 힘이 있었는지

잊지 않고 내미는 대견둥이들...

 

 

 

흐린 조망속에 꿈처럼 드러난 대청호의 그림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치한처럼 달라드는 더위와 거미줄 ..

끈끈한 느낌의 산길끝에 은률송씨 묘를 지나 임도에 내려선다. 냉천길에서 찬샘정으로 이어지는 임도다.

 

 

풀꽃이다. 그야말로 풀에 핀꽃, 갈풀이 씨앗처럼 꽃을 피웠다.

막 이삭피는 갈풀 밭을 햝는 한줄기 바람

누구도 눈 여겨보지 않는 잡초

낮은 자세로 씨앗을 감싸는

유연한 강인함

 

 

 

해바른 곳에서 뱀딸기는

전혀 타협의 여지가 없는 붉은색으로 여물고

표독한 모습에 고이던 침샘이 꼴깍 놀란다.

 

 

냉천방향의 임도에서

마산동산성입구쪽으로 방향을 튼다.

초입의 안내판에서 지금위치를 확인한다.

후훗.. 지금 내 청춘의 주소는??

 

 

소리쟁이를 감고 올라가는 넝쿨이다.

빠꼼살이의 단골 메뉴였던 소리쟁이 열매..

어느 볕 좋은 샘가에 서면 그때처럼 빠꼼한 밥상한번 차려놓고 맛보아야 겠다.

소리쟁이로 차린 맛이 유년의 기억처럼 달콤  쌉싸름 할지....

 

 

호반길 내내 보여지던 노란 얼굴이

 이젠 길쭉한 열매를 달고 있다.

 

 

사스미골로 가는 포장길을 잠깐 걸어 오르막 즈음에

왼편으로 마산동 산성을 향해 방향을 바꾼다.

그래 언제나 중요한건 속도가 아니라방향이지....

 

 

울창한 솔숲이다.

빼곡한 숲너머는 어느 풍경으로 다가올까

나무와 숲, 나와 너와 우리....

 

 

고사리에 눈이 팔렸었다.

이 대궁하나 꺽어 소꿉처럼 밥상을 차릴 소망(!)으로

눈동자가 곱슬곱슬한 고사리 밥을 닮지 않았을까 속으로 혼자 웃으며

유난히 많은 고사리에 흐뭇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구나 ...

왜 이리 늦은 고사리가 많을까...

아뿔싸!

숯검뎅이 나무둥치...

그 사이 로 해맑은 연초록의 생명력...

 

 

땅 아래로 꽂히던 시선을 두렵게 두리번 대니 온통 붉은 빛이다.

그 뜨거운 열기에 얼마나 두려웠을까..

가녀린 제 목숨의 씨앗을 보호하려고

뜨거운 열기를 막으려 등걸을 옹송그리며 애썼을까...

명치가 아프다.

 

 

 

마산동 산성을 끝으로 불길이 잡혔나보다.

산성의 굵은 나무가 장렬한 전사처럼 검게 주검으로 서있다.

 

 

 

참담하지만 다시 희망이 자라고 있다.

 

 

완만한 오름길이었는데 내림은 급하다.

내려선 고갯길에서 길을 건너는 방향을 수변을 더 보기 위해 왼쪽으로 내려선다.

내고장 6월은 청미래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수변과 맞닿은 고추밭에

납작 엎드리듯 일손바쁜 농부의 굽은 등을 더위가 누르고 있다.

 

 

밤꽃

 

수줍어 얼굴 붉히는 향내 때문에

도대체 무엇이 암술이고

어디가 꽃잎인지

자세히 눈맞추지 못하네..

 

7,8월 더운내 품으면

촉수처럼 많은 수술

흔적도 없고

 

와드득 깨물면

9월의 가을이 한웅큼

 

 

 

장마를 대비해 물을 많이 뺀 대청호는 오늘따라 할 얘기가 많은가 보다.

 

 

햇볕도 없고 바람도 없는 호숫가에서

물빛 풀빛으로 영혼을 축인다.

 

 

안녕! 악어섬....*

멀리서 볼땐 수면으로 머리만 내민 악어처럼 보였다.

그냥 전망좋은곳으로만  부르기엔 미안한 멋진 자리에게 미흡한 이름하나 지어준다.

 

 

 누구나 가슴속에 섬하나 있다.

파도가 잔잔할 때면 드러나는 이어도처럼

부유하는 삶에서 잠시 정박하는 푸른섬.

이렇게 가슴 밖으로 튀어 나온

섬을 만났다.

 

 

겹겹이 앞뒤로 푸른 바리케이드를 치고

어디로 나를 이끌것이냐..

첨벙첨벙 허우적대는

마음의 물질

까딱까딱

종종대던

꼬마물떼새 발자국따라

소박한 세상하나

열어볼까나

*

*

*

 

 

 

 

 

 

딴세상이다.

유에프오에 올라 지구별을 보면

이런 아름다움을 속속들이 볼 수 있을까

어설픈 봄을 보내고 서툰 여름이 찾아왔다.

 

 

 

 

 

 

 

 

 

그녀의 마음은 저벅저벅 물속을 향하고 있다.

가려진 햇볕에 오히려 분방해 지는 마음자리

눈이 현란하지 않으니 마음이 깊어진다.

 물빛으로....

 

 

이렇게 가까이 다가서니 악어머리가 아닌 익룡의 머리같다.

비약일까? 아무렴 어떻겠나 

지금 나의 몸과 마음을 흡입하는 이 풍경에 나도  한마리 작은 생물로 풍경이 되어 있는걸....

 

 

제자리에서 비잉 셧터의 기억을 믿고 둘러본다.

5컷안에 담긴 풍경이지만 마음안엔 셀 수 없는 컷으로 담아놓는다.2011.06.10 대청호에서의 한낮 ....*

 

 

 

방향은 달라도 같은 마음

 

 

마주보기...그녀의 풍경속에 담길 나의 모습또한 이러하리라.

 

 

강인한 푸른생명력 잎이 소사나무를 닮았지만 설마 이곳에? 바위채송화가 돌틈에서 애틋하게 꽃을 피웠다.

 

 

열매처럼 매달린 충영.

 

 

 

풍경에 어울릴 줄 아는 마음은 참 아름답다.

오랜 물살에 씻긴 모래알처럼 마음을 정화시키는중...

 

 

어쩜 이리도 자리를 잘 잡고 살아가는지..

물이 차이면 미련 없이 또한 삶을 놓겠지...

 

 

 

더 이상 갈 수 없을 땐 돌아섬이 당연하다.

결고운 모래밭에 마음 한자락 매어두고 돌아 나온다.

 

 

나무의 일생이 고단하였나보다.

비록 꺽이고 뒤틀린 몸이지만 푸른마음은 가시처럼 잎으로 돋아나고

절해의 고독은 안으로 깊어지는 성찰이 보인다.

 

 

 

 

 

이제는 친숙해진 개꽃아재비

 

 

 

물에 비친 그림자가 재미난 모양을 만들어 낸다. 

 

 

잠시 물가를 떠나 오솔길이다. 담쟁이가 기대 오를 담이 없어 땅쟁이로 번지고 있다.

 

 

 

물가엔 나뭇가지가 물그림자로 먼나라 글자 같은 편지를 쓴다. 국민 여러분 에...행복하십니까?

 

 

여지껏 물빠진 자리엔 메꽃만 보이더니 댕댕이덩쿨이 꽃망울을 매달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상전인 고삼도 보인다. ㅎ

너삼,느삼,도둑놈의지팡이라는 특이한 이름으로도 불리운다.

 물론 약재다 오죽 쓴맛이 나면 괴로울苦자를 쓸(!)까...^^

 

 

 

 

노루발꽃이 아기코끼리처럼 길게 수술을 늘어뜨리고, 인동꽃은 더위에 혀를 내밀었다. 난생 처음 만나는 푸른옥잠난초다. 부디 잘 여물어서 내년에도 또 그 후에도 볼수 있기를..

 

 

 

곡선으로 둥글게 이어지던 기슭이 턱을 삐죽이 내민 모습으로 새롭다.

 

 

고들빼기다.  씀바귀와 비슷하지만 노란꽃술이 다르고 줄기를 감싸는 잎이 또 다르다.

 

 

 

 

유려한 몸매를 뽐내며 솔숲이다. 리기다송으로 이어진 마산동산성 주변의 솔숲과는 품새가 다르다.

류씨부인의 묘소가 있는곳이다.

 

              

 

 

 

 

얼마전 방송에서 안철수씨와의 대화를 본적이 있다.

그는 동그란 소년같은 얼굴로 화려한 말솜씨가 아닌 진솔한 그리고 겸손한 말투로

자기가 죽은 다음 내가 다녀가기전 보다 무언가 조금은 나아진 흔적을 남기고 가는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말했다.

즉 좋은 흔적을 남기고프다고..

류씨부인의 흔적이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다.

 

 

풀들이 오종종 제각기 저만의 빛으로 푸른물을 들이는 바닥을 밟기가 미안한 맘으로 내려선다.

 

 

관동묘려의 지붕이 기와 특유의 기품으로 내려다 보인다.

"이곳은 열녀로 열녀문을 하사받은 쌍청당(雙淸堂) 송유(1389~1446)의 어머니 유씨 부인이,

 문종 2년(1452) 82세로 돌아가시자 이곳에서 장례를 지내고 그 옆에다 만든 재실이다.

ㄱ자형 재실 건물에 양 옆으로 2칸씩 방이 달려 있는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과 비슷한 팔작지붕이다.

재실 중앙에는 큰 마루를 중심으로 좌우에 안방과 건넌방을 두었고, 안방 옆으로는 2칸 크기의 부엌을 만들었다.

중앙 큰 마루에는 ‘관동묘려(寬洞墓廬)’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또한 옆면에 ‘숭정기원후(崇禎紀元後)’라는 현판이 있어 고종 31년(1894년)에 고쳐 지었음을 알 수 있다. "[문화재청]

 

 

 

 

省行橋라 이름붙혀져 있다.

언제나 다리를 건널때마다 왠지 한 장이 끝나고 새로운 막이 오르는 느낌을 받는것은 왜일까?

 

 

 

관동묘려를 지나 내려선 호반풍경에 보리가 익고 있다.

 

 

 

 

섬들은 두런두런 무슨 얘기를 하고 있을까?

 

 

하찮은 칡넝쿨이 아직은 점잖은듯 순을 뻗고 있다.

쯔쯧... 하찮은 삶이 어디있으랴.. 누구나 자신의 삶은 치열하다.

이제 푸름이 짙어지면 칡은 본색을 드러내고 치열한 1년을 살리라...

 

 

지나는 여정에 언뜻언뜻 보여지는 호수의 풍경은 그야말로 그림이다.

 

 

 

미륵원을 들어서자 사나운 개가 짖는다.

잠시 쉬어갈까 하던 마음을 접고 돌아 나온다.

마산동에서 만나는 성씨는 유씨, 송씨, 황씨..오늘 회덕황씨를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 우리는 냉천로 152번길을 걷고 있다.

 

 

청아한 색의 이꽃은 또 무슨꽃일까?

혹 그간 만나지 못한 물참대는 아닐까? 기대도 해보지만 요정도의 인물 사진으로 판명불가..

 

 

 

후훗.. 하루점드락 걸었는데 요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마산동 산성 올라가는 그길과 만난다.

 

 

길을 따라 걷는다. 마음속에 워낭소리를 쩔렁대며 내가 소인지 소가 나인지..

이 강물 한아름 퍼다 마음에 미역을 감으면 내마음에도 푸른물이 들까?

 

 

무심한 섬위로 잿빛 왜가리 한마리가 괘종시계처럼 왝왝 울며 날아간다.

시간이 많이 저물었다.

 

 

다시 보여지는 나의 이어도...

가끔은 말을 잊게하는 풍경이 있다.

바람조차 숨죽이는지 물결도 잠든 고요의 섬.

오늘 축복 받은날...

 

 

 

 

 

 

점점 옅어지는 기억처럼 물빠짐의 시각에 따라 세월이 금을 그었다.

 

 

 

그동안 보여진 섬이 모두 모였다. 벙거지 같은 모자섬도 유에프오같은 뚝떨어진 외딴 모래섬도 길게뺀 철새의 슬픈 모가지같은 섬도 기슭을 햝는 물살에

가슴을 에인 붉은 기슭도....

 

 

그동안 맑은 모래만 보여지더니 갯벌처럼 진흙이 아직은 고인 수분으로 질펀하다.

이끼인지 어린 풀인지 푸릇푸릇 새생명이 자라고 있다.

 

 

풍덩 빠졌던 마음들을 낮아지는 저녁해에 내어 말리듯 해맑은 얼굴들이다.

 

 

 

 

 

라이브가 주는 감동은

이 순간에

모든 우주가 나와 공감할 수 있다는 희열이다.

이곳의 햇빛 , 물결, 기슭을 쓰다듬는 작은 찰싹임...

내가 눈치 채지 못한 사이

벙글었을 작은 꽃잎....

 

두근 대는 나의 심장..

 

아!!!

살아 있어 행복,

아니 눈물겨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