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그 아름다운시절 대전둘레산행

대전둘레 산길걷기..네번째 [대청호 물길30km~국사봉~꽃봉~내탑] 2004.11.03

푸름님 2011. 7. 27. 17:07

 

 

 

 

 

대전둘레 산길걷기..네번째 [대청호 물길30km~국사봉~꽃봉~내탑]


터전이 넓어 '한밭'이라 부르는

대전에 푸른 물줄기로 생명수를 대주는 대청호를 따라

 물길 칠십오리와 호반을 두른 아름다운 산길을 다녀왔다.
  
한밭을 감싸안은 천리 비단길 금강이 머무는곳...대청 다목적댐이 빚어 놓은 대청호수는 실향민들의 안타까움을
담은채 푸른 호수로 반짝이며

수 많은 사연이 녹아 있는 정겨운 호수다.

대청댐은..
 
[저수 면적 72.8㎢, 저수량 14억 9천만 톤, 댐 길이 495m, 댐 높이 72m]
 
대청호수는 우리나라 3번째 규모의 호수로서,
1975년에  착공, 1980년에 완공되었다.
대전광역시 대덕구 신탄진 관내의 갈전동, 미호동, 부수동, 삼정동, 황호동, 이현동 등

6개 동과 대전광역시 동구 관내의 추동, 세천동, 신상동, 신하동, 사성동, 주촌동, 오동 등이

대청호와 인접하여 있고,

충청북도 관내의 청원군, 옥천군, 보은군 등 200여 리까지 그 물줄기가 닿아 있어,

2개 시.도, 5개 군.구의 4,134 ㎢의 광활한 유역에 조성되어 있다.

 

 

 

 

 

 

 

네번째 발자국 : 2004년 11월 3일 수요일 흐림과 맑음

산 행   코 스 : 대청호 물길 30km->국사봉->대청호변 능선[오동]->주촌동[꽃봉]->571번도로[내탑동]

함께한 사람들 : "대전 둘레 산행팀" 11명


계획된 코스대로 라면 오늘의 둘레 산길이 마지막날에 잡혀 있었지만,

배를 섭외하는 일정이 앞당길수 밖에 없어 오늘을 물길과 산길을 함께 걷는 일정으로하여 둘레 산길 걷기에 나선다.

133번 시내버스를 타고 신탄진역 앞에서 내려 70번 순환버스로 대청댐 광장까지 이동이 순조롭다.

 

 

 


버스안에서 내다 보이는 대청댐 가는길의 은행나무 잎새들이 어제 내린 비로 방금 세수 한듯 맑고 곱다.

봄이면 벚꽃과 개나리가 흐드러지던 호숫가의 풍경이 이 가을, 단풍과 추색이 물든 푸른물결로 마지막 추혼(秋魂)을 불사르고 있다.

 

 

 

 

 

오전9시 40분, 새로운 얼굴이 합류한 11명의 일행이 준비된 배에 오른다.

 

 


오늘 저어 가는 뱃길 아래에 수몰되기전의 시경계가 있다.

상기된 얼굴로 배에 오르는 일행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시속 60km의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배 뒷전의 포말과 태극기 깃발이 마치 우리의 결기 인양 힘차게 나부낀다.

 

 

 

왼쪽으로 청남대의 잔디가 보이고 접근금지 부표가 하얗게 점점이 떠있다.

 

무심한 청남대는 요즘의 경제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통령이 쉬어 가는 별장 답게 빼어난 경관과 풍치로 말이없다.

아름다운 광경에 나도 모르게 섬처럼 떠있는 한곳을 가르키며 찜!!하고 말하자 일행분이 막 웃으신다.

 

아/름/답/다/.... 자연의 어우러짐은 그 어떤 형용사를 갖다 댄다 해도 십분의 일도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는다.

 

 

 뱃길로 보는 경치는 대전쪽의 풍치보단 충북쪽의 경치가 아름답다.

 

 

대전쪽의 풍경은 어촌의 소박한 풍경을 보여주지만 충북쪽으로는 고도가 높은 탓인지 마치 절해고도의 풍치를 자랑한다. 어릴적 종이배를 띄우며 만경창파의 바다를 꿈꾸던 때의 감흥처럼 오늘 일행들은 나이를 잊은 감동으로 환호성을 연발한다.꿈같은 뱃길이 끝나 회남대교 아래에 일행을 내려주고 배는 떠난다. 짧은 동반이었지만 떠나는 아쉬움의 크기는 언제나 비슷하다. 괜히 가슴 한곳이 찌르르한게.. 10시 10분이다.회남대교를 잇는 571번도로로 오르자 다리 시작부근에 멋드러진 카페가 하나 서있다. 다리와 반대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걸으며 드디어 제작된 표지기를 나누어 주신다. 노란 꾀꼬리색의 표지기가 보기에도 산뜻하다. 각자 하나씩 이름을 적어 오늘 산길에 매달기로 한다. 내 이름을 써 넣고 지긋이 바라보니 어깨가 으쓱하니 흐뭇하다. 가방에도 하나씩 매달고 힘차게 걷기 시작한다. 출! 발!


도로를 따라 걷는 일은 산길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달갑지 않다.

원래의 작정한 하선지점이 오동의 끄트머리 였지만 배를 대기가 여의치 않아 부득이 회남대교 아래에서 하선하였기에

국사봉을 오르는 산길을 찾아 동네 주민의 조언으로 새말 부근에서 산길에 들어선다.

아직은 대전이 아니다.

 

 

주민들의 왕래가 있는 것인지 가파른 경사로의 산길은 희미하지만 길이 나 있다.

수북이 쌓인 솔잎 낙엽의 오솔길을 걷는 느낌이 시몬스 침대보다 나으면 낫지 덜하지 않을것 같은 감촉이다.

 조용한 시골동네에 떼로 걷는 무리를 경계하며 초입부터 짖어 대던 개들이 한참을 올라온 아직까지도 웅웅대며 분을 삭이고 있다. 그

러거나 말거나 풍경에 취하고 스스로 고취된 오늘의 산행에 반주쯤으로 여기며 산길을 헤쳐나간다.

소나무가 거의 빽빽이 들어 차 있고 키 높이의 잡목이 우거져 있어 보행이 쉽지는 않지만 이런 숲길을 개척하듯 걷는 맛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아차하는 사이에 앞의 일행에게서 튕겨져 나온 나뭇가지가 활시위처럼 한대 갈기고 모른채 제 자리로 돌아 간다.

동대문 놀이를 하듯이 반쯤 구부리고 나뭇가지를 두 팔로 휘저으며 지난봄 불에 그을린 나뭇가지의 검댕으로 옷이 궂어지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드디어 국사봉[319m]이다.

 

 


            삼각점이 있고 봉우리 다운 면모는 그다지 보이지 않지만 경기도 광주산악회 소속의 '이단우'님이 세워 놓은 전국300개명산등반기념 표석을 보고 모두들 감탄을 한다.

 300번이 아니라 300개라니..

정상에는 두 그루의 커다란 나무중 한 그루가 안타깝게 불에 속을 시커멓게 태우고 허리가 부러진채 빈 속을 드러내고 있다.

 

 

 

 

자연의 훼손은 순식간이지만 그 회복은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려야 하는지 새삼 경각심이 든다.

처음으로 노란 우리의 [대전둘레산행]표지기를 매달아 놓고 내림길을 나선다.

 

 

 

 

 

 역시나 수풀을 헤치고 진행해야 한다.

길을 잘못들어 경사로를 내려 갔다 다시 타고는 수고끝에 능선길을 찾는다. 능선 중간에 잘 다듬어 놓은 묘 1기가 있다.

 

상석 둘레에서 물한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내림길 끝에 농가의 복숭아 밭이 있다. 수풀을 스치며 도로로 내려선다.

 앞선 일행의 옷에는 온갖 풀씨가 다 달라 붙어 있다.

한참을 떼어내며 수선을 떤다.

그런데 이상하다.

충북과 대전시의 경계표시가 서 있다.

도로의 남쪽방향으로 한참을 걸어 내려가다 오동이라는 버스정류장의 안내를 보며 왼쪽으로 경사면을 타고 오른다.

 가족묘 인듯 대여섯기의 묘가 모여 있는 둔덕으로 올라 전망을 보니 환상이다.

 

 

대청호를 연못처럼 품고 있는 건너편 수변경계가 나이테처럼 벌건 맨살을 경계로 소나무 숲을 이고 있다.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의 끝자락으로 계족산의 산성이 보이고 거기까지의 전망이 원근으로 명암을 이룬 광경은 한 폭의 명화처럼 아름답다.

 

 

 

환상적인 감상을 접고, 다시 길 아닌 길을 헤집고 오르다 겨우 뚜렷한 산길을 찾아낸다. 안도를 하며 좀 전의 광경을 오른쪽으로 보니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감탄이다. 길을 찾아 편안한 마음으로 걷고 있는데 선두가 이길이 아까 지나간 길이라고 한다. 속으로 얕은 머리를 굴리며 그럴 리가.. 분명 산을 내려가 도로를 걷다가 다시 산으로 올라 왔는데 지나간 길일리 없다며 의심을 하는데 맞단다..아까 휴식을 취한 묘의 상석이 눈앞에 나타난다. 이기.. 무신 조화란 말이가.. 갸웃대며 생각해보니 시경계로 내려선 자리를 꼭지점으로 ,산길을 올라탄 부근을 다른 꼭지점으로 ,그리고 이묘지를 나머지 꼭지점으로 트라이앵글처럼 선을 그어 보니 우리가 그렇게 돌아 올라 왔다는 추적이 가능해진다. 일행은 국사봉에서 다시 길을 찾기로 하고 다시 국사봉을 향한다. 그바람에 시간은 허비 했지만 좋은 구경을 한 일행은 누구도 억울해하지 않는다. 국사봉으로 돌아온 일행은 점심을 하기로 하고 맛난 밥상을 차린다. 역시 꿀맛이다. 솔잎주를 한잔씩 돌리고 오늘의 최고봉인 국사봉에서 정상주 건배를 한다. 이제 제대로 된 대청호숫가 능선길을 따라 꽃봉을 향해 출발한다.
 
앞서가던 일행들이 발을 멈추고 일제히 탄성을 지른다. 지금까지의 경관은 서막에 불과했다.

 

 


어쩜! 오늘이 대청호 단풍의 절정일 줄이야...푸른 호수위에 떠있는 단풍의 자태는 산과 골이 빚어내는 곡선과 채색의 조화가 신비로울 지경이다.

나는 너무 아쉬웠다. 이 아름다운 경관을 수 많은 대전시민이 모른채 가을을 지나고 있다는 것이.. 그리고 다짐한다. 봄이면 다시 이곳을 찾아 때마다 보여줄 이 비경을 너와 함께 호흡하겠노라고..전국의 이름난 명산이 가진 수만가지 장점으로도따라내지 못할, 내 고향..내 살붙이 같은 이땅의 고운 속살을 짧은 혀와 얕은 머리로는 결코 표현 해내지 못함을 아쉬워 하며, 내 발끝이 이어지는 이 산길에 나는 감격하고 있다. 마음깊이 사랑이솟는다. 국사봉에서 이어지는 호숫가의 능선은 바닷가 절벽위를 걷는 느낌과 흡사하다.

 

 

 

 

예전 물에 잠기기 전에 고갯마루였는지 잘록한 갈림길 아래쪽으로 성황당의 흔적이 보인다.

 

 

 마음이싸하다.

이십여년전 고향을 등지고 낯선 타향으로 불안한 봇짐을 싸고 나섰을 그들의 심정이 전해오는듯 고갯길은 가파르게 치고 오른다.

이웃마을의 집성된 성씨가 서로 다르듯이 고개를 사이에 두고 수종이 달라 양쪽의 경계가 가을을 뚜렷이 다른 맛으로 전해온다.

이제 개념도의 꽃봉을 향해 가는 일행의 심중에는 오늘의 산길이 시 경계든 아니든 그건 그리 중요치 않다.

나는 오늘 신천지를 발견한 콜롬부스처럼 온통 마음이 꽉차 오른다.

횟수가 거듭되는 산길걷기에서 사랑이 깊어짐에 감사와 두려움이 함께 인다.

 

이 아름다운 산하를 우리의 손자의 손자까지도 누려야함을,그 사명에 나는 과연 얼마나 기여 할 수 있을 것인지를,

작은 티끌같은 옅은 의식으로 시작한 이 일에 이제는 슬며시 두려움이 일고 있음을,

작은 발걸음 하나에도 이제는 신중해야하는 일을 저지른 외경심이 자중의 무게로 가다듬어야 하는 의무감이 느껴진다.

 

 

오동을 벗어나 주촌동의 산길을 걸어 꽃봉을 향한다.

 

 

꽃봉은 행정구역상 충북 옥천의 방아실과의 경계 봉우리임이 이름에서도 풍겨진다. 방아실은 한자로 꽃다울 방(芳)자에 언덕 아(阿)자로 이 마
을 지형이 마치 꽃이 피어오르는 형상 같아 방아실로 유래했다니, 꽃봉오리의 정상에 꽃봉(峰)이있다는것은 참 어울리는 이름인것 같다. 희미한 산길을 따라 꽃봉을 향해가는 중간 중간에 '강산에'님과 '구름나그네'님등 낯익은 표지기가 마음을 안심시킨다.

 

 

 시계종주의 선구자이신 그 분들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드디어꽃봉[285m]에 도착한 우리는 작은 삼각점을 보고 꽃봉의 실체에 약간의 실망을 한다.
그러나 가을이 깊은 이계절에 이름에서 풍기는 꽃봉의 면모는 없지만은 꽃봉을 찾아 가는 산길
은 꽃봉 그 이상이었다.

 

 


 
방아실로 내려가는 산길을 따라 내려섰다가 다음 산길의 연결지점을 잇기 위해 일행은 온길을 되돌아 571번도로의 은하파크를 향한다.

오늘은 잘못 길을 드는 경우가 많았지만 인적이 드문 산길걷기에서 각오하고 나섰으니 그리 마음쓰이진 않는다. 역시나 내려오는 길에서도 은하파크가 아닌 내탑동의 음식점이 있는 곳으로 4시55분 하산하여 63번 버스를 타고 대전시내로 나온다. 산행한 시간에 비해 돌아오는 버스노선의 배차간격이 드문탓에 오랜시간 이 걸렸지만 그간의 코스중에 가장 아름다운 코스라 자부할 만한 코스였다.
 

 

 

 

 

 

  

 

--------꼬리말들-------

샘터 푸름님의 정성어린 산행기로 말미암아 대전시 주위의 여러가지 정보를 알게 되어 마음이 성숙되어 가는듯 합니다. 한권의 소설책같이 재미있게 쓰신 글월에 많은 감동을 ..... 그리고 다음산행기가 무척 기다려지네요.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산행되시길..... [2004/11/07]

비올라 음악 쥑 입니다 [2004/11/07]

나무향 일도님의 수고로 다시 재현하게 되어 그날의 감회를 더하시니 더불어 감사를 드립니다.아름다운 비경을 홀로 재차 만끽하시다니 ..다시 밟을 봄날이 기다려지네요! 거듭된 수고에 감동과 박수를 보내드리고 늘 환한 웃음처럼 기쁜날 되세요. [2004/11/07]

코요테 우리 고교시절 내탑까지 걸어서 수영다녔읍니다...내탑이란 말 오랫만에 듣네요...그리고 정신일도님 참으로 대단하시네요... [2004/11/08]

너른 숲 호반하면 춘천이란 도시가 대명사가 되었는데 우리가 사는 대전에도 이렇게 몇진 호반이 자리하고 있다는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거울에 비추어진 가을의 풍경 잘보고 갑니다. 다섯번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004/11/08]

 

정신일도
대청호를 양쪽에 두고 산행을 할 때에...태양빛으로 말미암아 오른 쪽은 은 빛 대청호의 모습이...왼쪽은 옥 빛 대청호의 모습으로 ....참으로 환상적입니다. 모든 분들에게 산행을 권해 봅니다. 그 곳에 항상 아름다운 대청호의 모습이 여러분들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