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걷는 대청호수둘레길....*

도란도란 걷는 대청호수 둘레길....* 첫번째 해피로드 그 이후

푸름님 2011. 5. 1. 09:02

 

 

 

 


첫번째 구간을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한 것이

아무래도 아쉬워 일요일 점심을 넘긴 시간에 집을 나선다.

혼자라는 홀가분함과 약간의 두려움이 섞인 흥분이 미열처럼 달뜨게 한다.

 


장동을 넘어 있을법한 직동마을과의 연결도로를 찾기위해 장동 휴양림길에 접어들자

아차 싶다. 오늘 계족산 황토 맨발걷기 대회날인지 고개마루부터 주차된 차들로 꽉 차있다.

네비게이션을 믿었다가 도로 처음길로 안내하는 바람에 시간만 허비하고

원래 길인 신탄진으로 향한다.

 


삼정마을 어귀 '호수의 그림두편 '옆에 주차를 하고 일단 조각배가 떠있는 수변으로 내려선다.

 


언  제 : 2011. 05. 15

어디로: 삼정마을어귀~ 여흥민씨종가뒤~ 203봉~덕고개~연봉~갈밭~배고개~아랫피골

누  가 : 혼자서 살금살금

 

 


삼정마을의 유래: 예전이름은 산전골[山田]골로 산을 일구어 살아가는

   마을이라서 이름지어 졌지만 훗날 어느 노승이 이 마을에서 3명의 정승이

나올 명당이 3개 있다하여 삼정(三政)골이라 붙혀 졌다한다. 묘하게도 지

금은 이씨 강씨 민씨 3개 성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

 


호수의 그림 두편앞 수변에 묶인 저 배는 오늘도 출항의 돛을 꿈꾸고 있다.

 


 

 


한송이 찔레가 성급하게 꽃잎을 열었다.

 

 


 


수풀속에는  앙증맞은 메꽃이 봉오리를 내밀고 꽃마리꽃도 작은미소를 보탠다.

 


 

 


삼정마을 표지석 옆에 강촌이라 씌여있다. 지난번 길의 이촌 농장이 더 아랫말이고 중간이 강촌 이제 길을 건너면

민씨가옥으로 삼정마을의 3개 성씨를 다 보게 된다.

 


 

 


여흥민씨종가댁은 살짝 열린 대문으로 주인댁의 열린 마음이 엿보인다.

울밖 함박꽃이 함박웃음을 웃을 채비를 하고 지붕위 작은 풀들이 기와의 멋을 한층 더한다.

 


 

 


표지기를 따라 들머리를 들어서고 뚜렷한 길을 따라 오르니 철망으로 경계를 두른 막다른 길이다.

잠시 고민하는 터에 수풀속에서 어디가세요? 하는 물음과 여기는 개인이 들어오면 안되는 사유지라는 말이

연이어 들려온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오늘 길의 뜻을 얘기하며 길을 묻지만 민씨댁 며느님이라는 그 분은

잘 모르신단다. 다시 처음 위치로 돌아와 희미한 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오르니 철망을 넘어 작은 등로가 이어진다.

숲그늘엔 요즘 한창인 노린재나무가 고운 꽃을 피우고 있다.

 


 

 


신기하게도 산길은 끊어질듯  이어져 있다.

 


 

 


옳게 가고 있을 지 염려 될 만하면 노란 표지기가 안심을 주는 호젓한 산길..

오월이 시작되는 숲에는 연초록이 성장중이다.

 


 

 


드디어 조망이 보이는 묘지터에 이르니 건너편으로 대청호가 수반 같다. 황사가 심할 거라더니 ..먼 풍경이 뿌옇다.

 


 

 


'엄마일 가는길에 하얀찔레꽃..

찔레꽃 하얀잎은 맛도 좋지...'

유연실의 찔레꽃을 낮게 읊조린다.

찔레꽃은 배고픈 꽃이라 했던가..

그래서 하얀 찔레가 서러워 보이는 것일까?

이제 아무도 모르게 혼자 흐드러지고

깊어질 찔레향을 상상하며

발길을 잡는 찔레길을

조심스레 지난다.

 

 


 

 


여름이 깊어지면 여기 저기 덤불이 무성할 초지를 길을 찾으며 건넌다.

숲길을 혼자 걸으니 그림자도 초록으로 보이는 듯하다.

 

 

말끔하게 정돈된 묘지를 왼쪽으로 길은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이쯤이 203봉인것 같다.

 

 

 

초록숲 사이로 오후의 햇살이 길위에 사이사이 내려 앉았다.

아른거리는 빛무늬로 장식한 숲길,

사르락 사르락 바람이 숲과 이야기 하는 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춤을 추고 작은 이파리들이 환호하듯 갈채를 보낸다. 

 

 

 

낮은 그늘에 은대난초다. 잎이 꽃대보다 길으니 은대난초가 맞을 것이다.

 

 

 

애기똥풀이 노랗게 꽃무리를 이룬 곳에 삼엄한 경고문이다.

 

 

 

 

숲그늘이 끝나고 경작지 경계를 해놓은 곳에서 오른쪽으로 꺽는다.

 

 

 

 

멀리 탄약창의 철조망이 보이고 이곳을 내려서면 덕고개다.

 

 

덕고개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주변에는 주말 농장인지 소규모의 경계표시가 있는 경작지가 제법 눈에 띈다.

 

 

 

 

 

 

초록색 철책이 있는곳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덕골 승강장이고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단풍나무 묘목을 심어놓은 조경림이다.

 

 

 

얼핏 한그루의 커다란 나무 같지만 여러그루가 만들어 낸 둥근 숲이다. 신통하게...

 

 

뒤돌아 보니 내가 걸어온 길이 가르마처럼 희미하게 보인다.

 

 

붉은병꽃이 초록숲사이에서 유난히 곱다. 숲 그늘에서 쉬며 돌아보니 멀리 액슬루타워의 실루엣도 보인다.

 

 

 

반갑다. 참 건강한 숲...

 

 

 

다시 희미한 길찾기에 고마운 표지기들을 만나고,

 

 

깊은산 숲속에서 산벚이 익어가고 있다.

 

 

저곳을 지나 왼쪽으로 연봉을 올라야 하는데 표지기를 따라 오르다 개념도를 잘못 인식하여 도로 내려와 직진을 한다.

 

 

 

사진을 정리하며 이제야 표지기의 내용이 제대로 이해가 된다. 이곳이 성황당고개이고 연봉까지 300미터라는 자세한 안내다.

 

 

 

연봉을 놓치고 내려서는 숲길엔 취나물이 눈에 띄고

아까 보았던 은대난초와 닮았지만 이것은 은난초다. 꽃대가 잎보다 길으니까..

야생화를 동정하는건 참 어렵다. 언제나...

 

 

내려서는 갈전동에 멋진 전원주택이다.

본인이야 조경수로 비싼값을 치르로 선택한 소나무이겠지만

소나무의 여정으로 보면 난데 없는 타향살이에 시름시름 앓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대청호의 수몰민처럼...

자연은 될수록 그자리에 그대로 두고 보아야 하는게 옳은 일이 아닐까?

보고프면 사람이 움직일 일이다.

 

 

내려선 도로 건너편에 갈전동 유래비가 있다.

잠깐 갈전동의 유래를 살펴보면, 이름에서 보이듯 갈대밭이 많아 갈전이라 불리웠고 예전에는 갈대蘆(로)자를 써서

蘆田이라 하였다. 서해안의 해태를 만드는데 필요한 갈대를 사러 이곳에 올 정도로 갈대가 많았다 한다. 일설에는

칡(葛)이 무성하여 붙혀졌다고도 한다. 남으로는 이현동,서쪽으로 용호동, 북쪽으로는 삼정동에 접해있다.

뒷산 연봉을 배경으로 아침햇살이 비출때의 대청호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운 동네다.

 

 

멀리 전원주택 한채가 유일한 아래 갈전의 주택이다.

 

 

유래비에서 남쪽 이현동 방향으로 500걸음쯤 아래 송강식당이 보이는 곳에서 왼쪽으로 꺽어 내려간다.

 

 

 

 들풀을 좋아했다.

어린시절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가 천변에 있어 하교길은 늘 뚝 아래 하천으로

노닥노닥 에둘러 오는게 낙이었던 나는 집에 돌아와  그날 본 생물의 이름을 언니의 생물학습도감에서 찾아보며 하나 씩 알아

가는 재미를 즐겼다. 그런데 유독 이 풀만은 자꾸 뱀풀이라고 외워져 각인의 위력이 느껴진다. 원 이름은 '뚝새풀'..그런데도

나의 기억은 항상 뱀풀을 먼저 떠올린다.

 

뚝새풀이 모내기 전의 논 가득 바람에 눕고 있다.

별 것도 아닐 이 풍경이 발길을 잡는 것은 그풍경이 이끌어 낸 아득한 유년의기억 때문이리라...

높다랗게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그리고 뚝방에 가득하던 햇살과 바람, 들풀...시냇물...송사리떼...조막손이들의 재잘거림.. 

 

 

 

유년의 기억에서 빠져나와 다시 대청호와 마주선다.

 바람이 나를 스치며 전하는 말.. 어때요?

.......

 

 

호수는 정물처럼 고요하다.

저혼자 깊어가는 호수는 하늘을 담고 나무를 안고

눈치채이지 않을 만큼의 물고기의 유영을 품고 시침을 뚝뗀채 나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라고 할 수 밖에..

 

 

 

 

 

사유지라는 쇠사슬과 함께 엄포처럼 적어 놓은 빨간 개조심을 철썩같이 믿고 잠시 고민하다

갈숲과 호수의 경계를 아슬아슬 건넌다.

전원주택 담장 옆을 어슬렁 거리는 흰둥이와 애써 눈맞추기를 피하며

가시덤불 속으로.. 아이고 하이고... 아파라!!

아픈거야 참겠지만 길이 안보인다.

대충 수변과 거리를 맞춰 사면을 기다시피 오르니

와우! 해린이만세다!

기적처럼 나타난 표지판과 산책로다.

생각해보니 사유지 옆길로 오르면 이길과 편안히 연결될 일이었지만

그러면 아까의 갈대숲을 걸을때 듣던 

타닥 타다닥 장작타는 소리처럼

경쾌한 마른 갈대 부서지는 소리는 듣지 못했을 터..

 

 

지난번 해피로드에서도 만나더니

오늘은 여수바위 산책로에서도 오리한쌍을 만난다.

물새의 자맥질을 보노라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올리고는 잠수....한참만에 떨어진 곳으로 나와

도리도리 물을 터는 모습의 앙증맞음은 소중해서 가슴아픈 풍경이기도 하다.

인간이 진정 만물의 영장이라면 착하고 소중한 이 생명들을 더불어 살 수 있게 꼭 지켜주어야 한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산책로는

가을낙엽을 건반처럼 바닥에 깔고

 사삭 사사삭

푸른여름으로 안내한다.

 

 

 

큰꽃으아리가 길섶에서 혼자 지고 있다.

 

 

 

 

멀리 오늘 일정의 종착지인 찬샘마을이 보인다.

 

 

산책로가 끝나고 주말농장 단지다.

수변옆으로 표지판이 잘 정돈되 있다.

 

 

황사가 있다더니 이쯤에선 맑은 하늘이다.

 

 

조마조마 가슴조이며 나선 길찾기..

고맙게도 길은 이렇게 편안히 인도한다.

 

 

 

 

 

찬샘마을로 이어지는 산책로에 물이 많이 차올랐다.

물에 갇힌 송화가루가 없는 곳에선 물버들이 촘촘하게 군상처럼 제모습을 물에 비추고 있다.

 

 

이렇게 초록의 산책은 끝을 맺고,

지난 2구간 때 잘못 헤매인

찬샘마을로 넘어가는 징검다리가 물에 잠겨

두메마을 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내려올때 보았네 올라갈때 보지 못한 그 꽃'

시인의 말처럼

돌아오는 풍경은 갈때 느끼지 못한 새로운 풍경이다.

 

 

갈대숲에 무성한 휘김기 풀들,

사람도 이렇게 손잡고 살일이다.

 

 

들길의 끝에서 만난 민박집 이름이 참 곱다.

 

 

요즘 새롭게 뜨고 있다는 미술치료센터가 이곳에도 있다.

무엇이든 상처받은 생채기를 치유하는데는 많은 노력이 소모된다.

상처를 보기까지는 그 인식조차 못하지만 일단 상처가 드러나면 환부는

늘 안으로 더 곪아있다. 스스로 치유할 수 없다면 더 깊어 지기 전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리라....

 

 

마을엔 노란창포가

더위의 시작을 알리며 피기 시작했다.

 

 

도착한 버스정류장의 1분후 도착!

와우!!

 

 

삼정취수장 근처에 잠깐 차를 세우고

오늘 시간을 황금빛으로 담아 본다.

 

 

 

 

무심코 지나치려던 젊은 우정이 보기 좋아

살짝 당겨 담는다.

 

 

 

나도 오늘 대청호와

이렇게

깊어졌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