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 오는곳....*

해당화 곱게핀 흑산도와 홍도에서 1박2일

푸름님 2011. 5. 25. 12:17

 

 2011.05.21

 

얼마만의 여행인지....

5월의 끝자락에 떠난 1박2일 나의 여행은 4월부터 꿈꾸어 오던 홍도행이었다.

실은 흑산도보다는 홍도에 무게를 두고 오랜만의 여행인지라 그저 떠난다는 설레임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기다림이었다.

밤새 빗줄기는 그치지 않는다.

설친 잠끝에 꾼 꿈은 악몽이었던것 같다.

새벽 5시 아직도 빗줄기는 나즈막히 바닥에 내려 앉는 소리가 들린다.

엇 저녁 일찌감치 꾸려둔 배낭의 여벌옷에 두꺼운 외투를 다시 꺼낸다.

남쪽행이라 생각보단 따뜻할 거란 예상으로....

 

가는비를 맞으며 옆지기가 내려준 승차지점에서 괜스레 발로 물장구를 치며 버스를 기다린다.

 

버스에 오르자 낯익은 얼굴들에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눈을 감는다.

비는 아직도 내리고..

버스는 남쪽 항구를 향해 비오는 풍경을 뒤로 밀치며 내려간다.

정읍쯤 지나자 낮은 구름사이로 언뜻 햇살이 비친다.

 

뱃시간에 약간의 여유로 유달산조각공원을 오른다.

기차로 왔던 목포완 다르게 깔끔한 유달산이다.

 

 

 

                                                      

 

                                                              유달산 조각공원

 

 

 

 

아! 하늘이 맑다.

이렇게 개일꺼면서 내내 애를 태우다니.. 깍쟁이!

 

짧은 시간안에 노적봉으로 내려오라는 전달에

올려다 보이는 조각상을 찍어본다.

ㅎ 오른쪽 조각상은 지금 내 마음같다.

룰루~랄라~

 

 

 

 

조각상의 피리부는 소년너머로 목포시가지의 풍경이 정물처럼 정갈하다.

 

 

 

 

기다림이라는 제목이 붙은 조각상앞에서

소년같은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신다.

 

 

손을 형상화한 조각상은 제목이 기억나진 않지만

생명의 탄생과 비상을 나타내는것 같다.

얼핏보니 민들레 홀씨를 닮은것 같기도 하구..

 

 

 

 

 

앗! 반디지치다.

유난히 파란꽃잎이 돋보이는 반디지치가 귀여운 얼굴로 지천으로 피어있다.

 

 

 

왼쪽은? 분홍꽃은 괭이밥같은데 분홍은 처음이다.

 

 

붓순나무라... 처음 보는 남쪽에만 사는 나무인듯..

 

 

 

돌콩꽃도 보이구...조각공원에도 대견하게 야생화가 아주 많다.

 

 

 

아직 공사중인 다리가 양쪽에서 이어지고 있다. 

점처럼 떠있는 섬들을 이어주는 다리..

사람과 사람사이를 이어주는 마음의 다리도 양쪽 모두의 노력으로

이어 졌을때 더욱 견실하리라... 

 

 

 

점심시간에 맞추느라 서둘러 노적봉을 향해 내려와

 

 

 

 

식사는 행사치르듯 서둘러 마치고

드디어 흑산도를 향한 뱃길에 오른다.

설레이는 뱃고동을 들으며 망망대해의 풍경을 기대 했건만

바다는 온통 회색빛으로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다행이 몇몇 섬은 조금씩 모습을 보이지만

기억할 만한 모습은 끝내 아쉬움으로 남기고 1시간 50분의 뱃길을 따라 흑산도 예리항에 도착!

이미자의 흑산도아가씨를 들으며 흑산도 임을 실감한다.

 

*****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시인은 말했다.

고립을 느끼게 하는 섬.

나는 구원을 본다.

 

물로 둘러쌓인 육지

사전적인 의미에서 건진

섬이 주는 안도는 나만의 느낌일까?

 

막막히

나침반도 지도도 없는 항로에서

섬은 내게

바람을 기다리는 푸른돛이 된다.

 

섬집아기의 섬그늘에서 돌아오는 엄마의 품처럼

섬은 내게

쉼과 숨을 주었다.

 

 

 

 

 

흑산도의 1박2일 첫째날....*

 

 

 

흑산도 유래비 둘레에 핀 해당화가 꽃말처럼 온화한 얼굴로

미인의 잠결처럼 반쯤 벌린 꽃잎에 낮꿈을 이슬로 머금고 있다.

 

 

 

 

안개가 자욱한 예리항의 어선은 풍어를 하고 돌아왔는지

색색의 깃발이 유난히 눈에 뜨인다.

 

 

 

숙소에 짐을 풀고 간단한 차림으로 칠락산에 든다.

 

 

 

안개비가 맺어 놓은 물방울이 예술이다.

 

 

  

 

 

 

꽃보다 더 붉은 새순을 올린 이나무는 무슨 나무일까?

 

 

 

숲속은 온통 덩쿨식물의 천국이다.

 

 

 

갯가에서 자주만나는 장구채다.  

 

 

 

산행 초입부터 따라오던 코카스파니엘 이다.

불편해 보이는 뒷다리가 걱정이건만

앞서서 잘도 간다.

 

 

잘 가다가도 일행이 보이지 않으면 멈추어 기다리고

일행이 보이면 다시 서둘러 앞장을 선다.

그런 개를 두고 추측이 분분하다.

식당집 개라는둥 섬에 버린 유기견이라는둥..

그중에 나는 초입의 표지판이 생각나 혼자웃는다.

가는개...

 

 

안개는 가는개도 삼켜버리고 칠락산도 삼키고 있다.

 

 

 

 

 그럼에도 웃음만은 잠식하지 못했다.

모두 환한 얼굴로

정상에서 한컷!

 

 

 

오름길 내림길을 몇번 하고 난 등성이에 둥실 보름달처럼 떠있는 큰꽃으아리다.

이꽃을 보면 꼭 으아! 하고 감탄해야 한다. 으아리니까...그건 우스개고

요즘 대청호수변에도 참으아리가 한창이다.

으아리꽃 뿌리는  비슷한 사위질빵과 함께 위령선이라는

약재로도 쓰인다.

 

 

 

안개로 사방이 보이지 않으니 자연 발밑의 꽃들에게 눈이 간다.

그동안 보아온 천남성과는 다른 큰천남성을 발견했다.

천남성은 독초다운 성깔있는 모습으로 당당하다.

독초이지만 뿌리를 구워 먹으면 독성이 중화되어 약으로 먹기도 한단다.

 

 

 

얼핏 찔레를 닮았지만 찔레 보다는 꽃이 크고 가시가 다르다.

이파리가 해당화와 닮아있다. 낮은 떨기로 한송이씩 눈에 띈다.

 

 

안개....*

 

 

 

안개속을 거니는 것은 신기하다.

덤불과 돌은 저마다 외롭고

나무들도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다 홀로다.

 

내인생이 아직 밝던 때는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 안개 내리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을 어쩌지도 못하게

슬그머니 떼어 놓는 어둠을

전혀 모르는 이는 모든면에서

진정 현명하다고 할 수 없다.

 

안개속을 거니는 것은 신기하다.

산다는 것은 외롭다는 것이다.

사람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다 혼자이다.

[헤르만 헷세의 '안개속에서']

 

한때 암송하고 다니던 헷세의 시처럼 수채화처럼

고요한 칠락산의 안개..

안개속을 거닌다.

 

 

 

 한뼘을 움직여도 기어코 함께 기어오르는

담쟁이의 수형 같은 동행...함께 오르지만 바위에 기댄 콩란은 간결하다.

 

 

꽃은 지고 흔적으로만 알아보기엔 복잡한 족보를 가진 요렇게 생긴 꽃들..

잎사귀를 보니 팥배나무에 가까울듯...

 

 

흑산도아가씨노래비가 있다는 큰재로 가지 못하고 진리로 아쉬운 하산 !

 

 

진리의 길을 걷다 .

장엄한 각오 같지만 후훗 ! 두발로 걸었다. 진짜로...

바다를 배경으로 붉은 벽이 아름다운 성당이다.

 

 

진리 지석묘다.

남방식 지석묘로 바둑판처럼 생긴 돌들이 무리를 이루었다.

청동기시대의 유물이라는데 이섬에서 그 옛날 선조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사방이 환해지며 전호 군락지다.

 

 

 

흰꽃이 무리지어 피는 종류의 꽃은 족보가 정말 복잡하다.

꽃잎이 자세히 보면 한두잎이 유난히 크다. 어수리 꽃도 비슷하여 혹시나 했지만

다음날 일주 관광때 안내자의 말씀이 전호란다.

봄에는 나물로도 무쳐먹지만 뿌리를 약재로 쓴다한다.

 

 

 

 

 

 

시장이 반찬인지 산행뒤의 저녁은 꿀맛이다.

흑산도의 첫밤을 설레는 맘으로 보내고

다음날 새벽 산보를 약속하고

어제부터 부족한

잠자리에 든다.

쿨쿨쿨...

 

 

*****

 

 

흑산도 둘째날....*

 

새벽에 얼핏 눈을 뜨니 4시 반이다.

서둘러 옷을 채비하고 산보에 나선다.

어제보다 벙싯 꽃잎이 벌었다.

 

 

 

 

새벽의 항구는 아직 잠에 취해 있다.

 

 

 

어제와는 반대 방향으로 숙소 뒤편 산으로 오른다.

덜깬 잠에 잘못 본줄 알았는데 누렁소 두마리가

한데 잠을 잤는지 우리 일행을 뜨악한 눈으로 한번 바라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되새김질이다.

 

 

                 

 

 

멀리 섬들도 아직 덜깬 잠으로 기지개를 켜며 인사를 한다.

 

 

떡쑥이 흐드러지고

 

 

아침 산책으로 적당할 만한 시기에 하산이다.

 

내려오는 길에 골목에서 어제 산길을 같이한 개가 반갑게 꼬리치며 뛰어 나온다.

93번이라는 문패를 단집이 제집인 모양이다.

하루 낯익었다고 친근하게 경계를 허물고 꼬리친다.

ㅋㅋ 사진을 찍으려니 긴장한 모양이다. 제대로 증명사진 한장 찰칵!

 

 

늦게까지 과식한 탓에 아침을 거르고 일주관광버스에 오른다.

나뭇가지 위가 붙은 '연리목'을 버스 안에서 찍었다.

아래가 붙지 않고 윗가지가 엉겨붙어 얼핏 머리카락을 휘어 감은듯... 이궁.. 

 

 

 

이미자씨가 부르는 검게타버린 흑산도아가씨의 마음이 구슬프게

울려퍼지는 흑산도 아가씨노래비에서 하차 상라산성을 오른다.

 

                       

 

 

상라산성에서 바라본 구불구불 열두구비 고갯길이다.

직선은 줄달음을 치지만 곡선은 한박자 쉬어가게 한다.

쏟아 붓는 힙합의 랩이 아닌 마치 구성진 트로트의 꺽기처럼 ..

 

 

 

 

 

 

 

멀리 아스라히 보이는 홍도에 아! 하는 탄성이 터지고

사방이 물이라서 방향감각을 잃었지만 홍도가 있는 쪽이 서쪽이리라..

해지는 모습이 아름다워 홍도라 했던가?이렇게 보아도 제법 규모가 커보이는

저 섬과의 거리는 시간적으로 50분이란다.

마음의 소통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앞에 누운듯 보이는 섬은 장도다.

 

 

 

다시 일주 버스에 올라 지도바위다. 가운데 보이는 구멍이 자세히 보면 한반도의 지형을 하고 있다.

 

 

많은 설명을 들었지만 이섬에 유배온 정약전으로 부터 흑산도라는 이름이 너무 어둡고 무섭다 하여,

  자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는 설명을 마지막으로 흑산도를 떠난다.

 

맑은 하늘에 축복받은 섬 일주 관광을 버스로 마치고

홍도를 향한 뱃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