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 오는곳....*

예산가야산....* 가야 산이다.

푸름님 2009. 7. 28. 09:05

 

 

 

 

 

 

 

가야산[678m]

 

 

충남 서산시와 예산군의

경계를 이루는 가야산은

예산, 당진, 서산에 걸쳐

서해를 향해 호령할 듯 서있다.

백두대간 칠현산에서 분기한  금북정맥의 산답게 

기암들이 징검다리 마냥 하늘을 받치고

있는 기세가 당차다.

 

동남쪽은 육산이고 서북쪽은 돌산지형으로

가야산에서 석문봉까지 암릉을 형성한 후 두 줄기로 나뉘어

 일락산과 옥양봉, 수정봉을 향해 갈라진다.

곳곳에 백제에서 조선시대에 걸친

문화재가 산자락마다 있다.

서쪽으로는

커다란 은행나무를 품고 있는

고풍스런 해미읍성이,

북쪽에는 보물 143호로 지정된

대웅전이 있는 개심사가 있다.

 

북동쪽 자락에는 조선시대의 명지관인

정만인이 점지한 남원군묘와

육관대사로 알려진 풍수지리도사인

손석우의 묘가 있다.

뿐만 아니라 남쪽에는

충남 서북부를 대표하는

15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백제시대의 수덕사가

명성을 떨치고 있다.

 

 

*****

 

 

수상한 하늘을 걱정하며

많은 인원이 가야산을 향해 출발이다.

가야 ..산이라는 문방님의 재치있는 말솜씨에

차창을 적시는 가랑비의 걱정을

잠시 뒤로 미룬다.

 

수덕사 나들목으로 나와 덕산쪽으로 접근하여

남연군묘에서 산행시작이다.

 

[2009.07.25]

 

 

 

★  산행코스 :  남연군묘~가야봉~석문봉~옥양봉~남연군묘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잘게 부서지는 비부스러기는 싫지 않은 시원함으로

성하의 초록에 더욱 또렷한 색감을 입힌다.

 

남연군묘 입구를 단장한 무궁화는 제철을 맞아 차분한 연보라꽃잎에

이슬까지 머금은 고운 모습으로 가야산의 아침을 열고 있다.

 

동백꽃은 생생한 채 떨어져 보는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우아하던 목련은 지는 모습의 처참함에 고개를 외면케 하지만,

무궁화꽃은 또르르 제옷깃을 스스로 여미어

단아한 모습으로 떨어져 내린다. 

뒷모습조차 아름다운 꽃이다.

 

 

 

남연군묘의 주산(主山)은 가야산 석문봉(653m)이다.

석문봉의 좌우에는 옥양봉(621.4m)과 가야봉(677.6m)이 연이어 시립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풍수에서는 천을(天乙), 태을(太乙)이 호위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천을, 태을이라 함은 북극성 주변의 별로서 천황대제를 뜻하는 천황대제성(天皇大帝星)을

좌우에서 보좌하는 별을 말한다.

석문봉을 중심으로 천을, 태을로 3개의 봉우리가 균형 잡힌 형태로 늘어서 있는 모습이

마치 큰 봉황의 머리와 양쪽 날개를 연상시키게 하여

뭔가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참조:백과사전]

풍수지리에 문외한인 눈으로 보아도

명당이라는 느낌이 드는 위치다.

 

남연군묘의 단정하게 다듬어져있는 봉분 주위에는

상석과 비석, 한 쌍의 석양(石羊)과 한 쌍의 망주석(望柱石)

그리고 하나의 장명등(長明燈)을 석물로 설치하였다.

모든 석물의 조각이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들이지만

장명등이 특히 눈길을 끈다.

전해지는 얘기가 많지만 과연 명당이란 무엇일까....

 

오페르트 도굴사건과 그후의 천주교 박해,

대한제국의 멸망과 일제로의 식민지화 등 일련의 역사를 상기해 보면

 이 곳이 과연 명당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개인의 영욕은 충족되었을지라도

나라의 운명과 얽힌 이야기로는 너무나 참담하다.

 

 

 

남연군묘는 그 자리의 예사스럽지 않음을 대변하듯 조금은 높은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

언덕 옆에는 최근에 보호각을 지어 '남은들 상여'를 재현하여 보관하고 있다.

당시에 썼던 상여는 중요민속자료 제31호로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남연군묘를 이장할 때 운구했던 상여다.

연천에서 가야산까지의 먼 길을 종실의 무덤을 옮기는 일이여서

상여가 지나는 길목마다 해당 지방민들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상여를 마지막으로 운구했던 광천리(남은들) 사람들에게 이 상여가 기증되었다.

 

 

역사는 흐른다.

복잡한 상여의 모양처럼 얼마나 많은 얽히고 설킨 내막이 있었을까...

유리에 투영된 산자락이 말없는 전언을 한다.

 

 

 

 

젖은 길섶에서 하늘타리가 비에 젖은 꽃잎을 앙 다물고 있다.

 

 

 

엊저녁 달맞이를 끝낸 달맞이꽃은 

벌써 낮달을 기다리는지

아님 아직 어젯밤 단꿈을 꾸고 있는지..

 

 

 

돌담을 둘러싼 담쟁이..

한뼘을 가도 함께 손잡고 오르는 담쟁이..

 

 

 

유명하다는 지관 손석우의 묘에 당도했다.

눈길을 끄는건 명당자리보다 맑게 핀 원추리꽃이다.

 

 

본격적인 산행에 접어든길에 등골나물이 꽃을 피우고 있다.

아무렇게나 실같은 꽃잎을 열고 있는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나름대로

모양을 이루어 피고있다.

 

 

맥문동도 연보라 꽃기둥을 수줍게 피워 올리고

 

 

조용한 숲속엔 가만히 귀기울이면

제철 만난 버섯들이 때론 홀로이 가끔은 여럿이

온갖 형태의 집들을 짓고 있다.

 

망태버섯이 노란 치맛자락같은 망태를 멋드러지게

두르고 있다.

 

 

 

 

 

 

 

 

 

 

 

 

탄생!

 

 

 

 

 

 

버섯의 잔치가 끝나고 가야봉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이다.

 

 

 

 

확 트이는 서해바다의 조망과 함께

산자락을 쓰다듬고 올라오는 맛있는 바람에 모두들 자리를 뜨기 아쉬워한다.

 

 

 

짚신나물이다.

 

 

 

서서히 갖가지 모양의 바위들이 보인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산자락의 곳곳에 아름다운 풍경들이 선물처럼 풍성하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 마다 총총~♩

 

 

방긋 웃는 꽃잎마다 송송송~♭

*****

장구채가 음률을 타듯 바람에 건들거린다.

 

 

 

운무가 지나가며 산자락이 보일락 말락.. 그래서 일락산인가??

 

 

 

 

가야봉의 철탑이다.

 

 

 

 

예전에 보았던 흰꽃의 산딸나무가 흰꽃잎을 떨구고 

동그란 열매로 익어가고 있다.

 

 

저 아래 건물이 한서대학교 건물이란다.

 

 

다시 돌아 내려온 갈림길에 손가락 같은 소나무의 줄기가 특이하다.

 

 

 

건너다 보이는 석문봉을 오르는 동료들이 환호하고 있다.

 

 

 

석문봉에 이르는 길은 바위잔치다.

 

 

 

바위틈마다 돌양지꽃이 저마다 개성있는 꽃꽂이 처럼 곱다.

흔히 품질이 조금 떨어지거나 모자라는 것의 앞에 돌이라는 접두사가 붙지만

돌양지꽃은  말 그대로 돌사이에서 피어 돌양지다.

 

 

 

 

 

 

 

 

 

안개가 살짝 서린 숲길이 새벽처럼 신선한  운치를 더해준다.

 

 

 

 

붙어 있는지 떨어진 돌들인지 구분할 수 없는 돌무더기다.

 

 

 

 

쉬어가라는 숲속의 벤치에 마음 한자락 살짝 내려 놓고 

 

 

 

 

 

다시 만난 쉼터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이곳에서 보니 괴수의 얼굴 같기도 하다.

 

 

 

 

석문봉이다.

 

 

  

 

지나온 가야봉과 석문봉의 능선이 아득하다.  

 

 

 

 

 

 

 

옥양봉으로 가는 능선위의 소나무다.

 

 

 

 

상가리 저수지를 굽어보는 바위에

홀로 깃발처럼 굳건한 소나무는 어떤 푸른꿈을 꾸고 있을까....

 

 

 

 

무슨말을 하려는지

바위가 입을 열고 입술을 달싹거린다.

 

 

 

 

갓보다 먼저 커버린 주름때문에 뒤집어진 우산처럼 보인다.

 

 

 

볕바른 소나무아래지만 이끼 덕분인지 버섯이 자리를 잡았다.

 

 

아쉬운 가야능선을 뒤로 하고 하산이다.

 

 

통나무를 가로로 뉘어 만든 계단이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져 마음도 편안하다.

 

 

 

다람쥐 한마리가 계단위로 급히 사라지고

어느 청솔모와 산삼이야기를 들으며

산삼전설하나 가 추가된다.

 

청솔모를 따라간 곳에

청솔모는 사라지고 그곳에 산삼 가족이 있었단다.

대전 어느 숲속에서...

 

 

*****

 

 

수많은 길이 있지만

함께 가는 길은 서로의 인생에

같은 여정을 갖게한다.

 

어찌보면

출발시 느꼈던 남연군묘에서의

복잡한 감정들이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능선길을 걸으며

세상사는 깔아 놓은 복선 같은게 아니라

두발로 걷고 맘껏 호흡하는

매순간의 발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향내 짙은 칡꽃이 피었다.

칠월이다.

 

 

 

 

 

 

칠월...

 

아직

무엇을 시작해도

늦지 않은,

하나쯤 마무리를 해도

설익지 않을 계절에

가야산, 가야 산이 되는

산길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