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 오는곳....*

칠보산! 마음속의 보석이 되다....*

푸름님 2009. 7. 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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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보산[778m]

 

그숲에 가면

여린잎 자라

무성해진 그늘

바람결에 묻어오는

푸른숨을 만난다.

 

차오르는 숨결

비워지는 우주

구비친 유연한 계곡에

귀씻은 맑은마음

덩달아

한아름

안긴 하늘..

아!

 

 

[2009.07.04]

 

 

[초입의 소금강]

 

 

 

 

 

괴산군 칠성면 태성리위치

쌍곡구곡을 사이에 두고 군자산과 마주한 칠보산.

굳이 이름의 연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다른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일곱 개의 보석처럼 아니 보석보다 아름다운 산!

옛이름은 칠봉산이다.

 

*****

 

떡바위~청석재~칠보산~시루봉~악휘봉~선바위~살구나무골

 

  

 

 

떡바위 산장앞에 주차하고 제4곡인 문수암골로 숲에 들다.

예전엔 비가오면 신발을 벗고 건넜던 초입에 나무다리가 놓여졌다.

오른편으로 보배산줄기가 보인다.

 

 

 

엊저녁 내린비에 숲은 생기를 띠고 청량하다.

산수국이 나비같은 헛꽃으로 장식하고 첫 인사다.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이슬을 머금은 이파리와 어울려 더 싱그럽다.

 

 

 

숲너머 하늘은 여름 햇살이 한창인데

살갗에 닿는 숲안의 공기는 서늘함이 느껴져 첫새벽 산길 같다.

 

 

 

가파르지 않으면서도 오밀조밀 볼거리가 있는 산길..

칠보산의 寶중 하나에  이러한 德을 추가해도 좋으리라...

 

 

 

잠깐의 다리쉼을 쉬고 이내 보배산과 이어지는 청석재다. 

 

 

 

조망터의 바람결에 시원해진 마음

눈을 시원하게 하는 잘생긴 소나무  

 

 

 

바람과 햇볕에 소나무 등걸의 무늬가 잘 다듬어진 부조처럼 정교하다.

이런 자연의 색감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능선을 따라 걷는다.

지면에 닿는 발바닥의 느낌..

알알이 구르는 마사토의 감촉이 두꺼운 신발창을 투과해 느껴진다.

아 좋다. 참! 좋다.

얼린 포도주의 살얼음을 한입 물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이곳에 묶어둔다.

 

*****

 

잠시 시끌시끌한 무리가

지나간다.

아직 정상에 이르기 전부터

조망터 마다 야호송을 외친다.

이궁~ 메아리노래의 가사를 얼른 고치던지

교과서에서 삭제를 하던지...

언제나 찾아가서 착실히 외쳐부르는 야호맨들...

아니나 다를까

배낭위로 닌자거북이 마냥 커다란 함지박을 매단채

천렵처럼 떠들썩하게 지나간다.

 

*****

 

 칠보산 정상이다.

애초에

칠보산만을 돌을까하다가

악휘봉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와 마당바위에서 건너다 보이는 거북바위다.

얼마나 오랜세월을 흘러 이산정까지 올랐을까

아직 목마른듯 거북은 하늘까지 오를 기세다.

 

 

 

바위마다 석부작처럼 돌양지가 자라고 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노랑꽃..

초록과 바위, 앙증맞은 노란꽃잎이 참 잘어울리는 꽃... 마음에 한웅큼 햇살이 든다.

 

 

 

어머나!

탄성이 절로 나오는 소나무의 품새에

저멀리 군자산의 능선도 잠시 빛을 잃는다. 

 

 

 

사뿐!

마음한자락 걸어두고

 

 

 

눈으로 이리 저리 보듬어 본다.

 

 

 

나뭇가지 너머로 보이는 대아산의 푸른물결!

조망이 좀더 좋으면 멀리 속리산의  그림까지 보일터인데...

 

 

 

소나무와 어울려

무리지은 바위군상이

조곤조곤 칠보산이야기를 전해준다.

 

 

살구나무골로 바로 내려가는 길을 버리고

악휘봉을 향해

북동쪽으로 길을 휜다.

방향을 바꾸자 

이제까지 청량하던 느낌의 산길이

연초록 그늘사초가 융단처럼 깔리고

거름진 부엽토가 두터운 검은 흙길로 습기가 느껴진다.

 

이따금 어린 엄나무는

손바닥만한 이파리를 키우고

남몰래 어린 몸뚱아리에 가시를 키우고 있다.

바람잔 숲속이라 오늘은 사초의 춤이 정물화처럼 고요하다.

이크! 내눈에 빠지던 하루살이가 카메라 앞에 흔적처럼 찍혀버렸다.

 

 

 

이제 까지의 산길에는 말쑥하던 나무등걸이

북으로 방향을 바꾼뒤엔 이끼와 더불어 축축하다.

살아 있는 나무등걸에 일엽초가 제 몸처럼 자라고 있다.

 

 

 

 

꼭두서니닮은 풀꽃하나가

꼿꼿이 꽃대 하나를 올리고 있다.

돌려나기한 이파리가 어쩔땐 여섯이고 때로는 다섯이다.

 

 

 

전부터 참 궁금하던 이꽃!

이파리는 회양목을 닮았는데 꽃은  가막살나무를 닮았지만 수술의 색깔이 다르다.

 

 

작지만 매혹적인 산나리!

조그만 주홍꽃잎에서 발하는 선명한 빛은

온통 푸른 숲을 한 순간에 숨죽이게 한다.

고개숙인 수줍은 자태지만

머리를 낮춰야만 알현할 수 있는 꽃얼굴은

참으로 도도하다.

 

 

 

매혹이란 얼마나 멋진일인가!

무언가에 매료된 시간만큼 행복한 시간은 없다.

 

 

 

우리가 우연이라 생각하는 세상의 모든 일들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 했던가! 

눈앞에 펼쳐진 하늘금이 마음속에 들어와 한줄 현이 된다.

 

 

 

햇빛이 숨을 죽이고

구름이 몰려온다.

걸음마다 한음씩  울리던

맑은 음계의 현악기가

자진모리의 타악기처럼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

언뜻언뜻 구름과 술래잡기하며

보여주던 풍경이

운무의 속도만큼 발길을 재촉한다.

 

 

 

드러났다 가렸다 하는 바위와 소나무사이로

흐르는 시간이 이순간 살아있는 풍경이 된다.

 

 

 

돌아보니

긴세월을 지나온

소나무의 꿋꿋한 자태가

어느새 나의 배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칠보산 능선이 그사이 아득해지고

벼랑끝 산나리는 산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너럭바위다.

 소나무는

푸른시절을 꿈으로 간직한채

빈몸으로 바람을 맞고 있다.

 

 

 

어느 한시절 커다란 굴곡이 있었는지

쉬었다 가는 흔적으로 눕다 일어난 소나무..

굴절없는 생이 어디있으랴!

 

 

 

너럭바위를 지나며 대슬랩이다.

가슴이 콩닥콩닥..

머리까지 울리는 제 심장소리를 듣는일은

행복하다.

이제는 바위에 매료된다.

 

 

 

 

나는 누군가에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밧줄이 된적이 있을까?

까마득한 낭떠러지 위에 걸쳐진 밧줄에 몸을 의지한다.

 

 

잠깐 숨을 멈추고 올려다본 바위틈에 원추리가 말간웃음으로 피어있다.

습관적으로 왼손이 허리춤으로 가다가

마음을 달랜다.

 

 

 

 

아서라!

욕심이 지나치면 화가 되느니...

찰칵!

마음으로 그꽃을 기억한다.

  

 

 

후두둑!!

슬랩을 내려서서 한숨 돌리는 사이 굵어지는 빗방울에

판쵸를 입는다.

시원하다.

이렇게 쏟아지는 빗속을 몸으로 서보기가 얼마만일까?

나뭇잎을 만난 빗줄기의 쏴아~하는 소리와 이내 고랑을 이루는

경사면의 작은 시내..

잘박잘박 소리나는 걸음이 재밌어

종종걸음도 쳐보고....

 

아까보다 숲이 수다스러워 졌다.

물젖은 숲은 한층 짙어지고

신발속에 침투하는 물만 아니라면

더없이 행복한 산길이다.

 

시선이 짧아지니

마음이 깊어지고

몸에 부딪는 빗방울에

스스로도 자연의 하나가된다.

 

 

 

 

아!

 

 

 

보고싶던 풍경이다.

칠보산하면 떠오르던 선돌!

솟대처럼 가냘픈 나무 한그루 세워두고

무슨 꿈에 잠겨있을까나...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샛길의 기쁨을 모른다.

선돌을 지나 바로 오른편으로 꺽어야 하는 지점을 놓쳤나보다.

맞다 생각하고 방향을 바꾼길이 처음가는 낯섦이 느껴진다.

급박한 내림길이어야 하는데 남으로 뻗은 길좋은 능선이다.

방향은 맞다는 위로로 능선길을 느낀다.

백두대간 표지기가 하나씩보이고

반가운 한겨레의 표지기도 보인다.

내달리듯 능선을 지나지만

보이지 않는 능선밖 풍경이 궁금하다.

 

헬기장이 나오고 뚜렷한 삼거리다.

잠시 주춤데는 찰나

누군가가 길안내문을 나무에 목걸이 해놨다.

 

왼편과 오른편으로 안내해 놓아

의견이 분분하다.

장성봉쪽에서 온다는 산객을 만나며

정확한 방향을 가늠하고

살구나무골로 하산이다.

 

계곡에 접어들며

빗방울이 잦아든다.

꿈결같던 우중산행이 저무는 시간...

 

 

세속을 분리하듯

나무다리를 건너

쌍곡폭포를 끝으로

산행을 마친다.

 

 

 

 

 

햇빛이 찬란하던 숲길에

초대된

빗줄기는 오랜만에

또다른 후련함을 느끼게 한다.

지도와 나침반이 있다고 해서

길을 잃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길을 잃고 헤맨다 하여도

헤맨 길은 손해가 아니라 얻음이라는 것도

오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