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에 부는 바람....*

하루....* 꽃을 만나다

푸름님 2008. 6. 25. 21:33

 

 

 

 

 

 

 

 바다가

몹시 그리운 날이었다.

휑 하니 가슴연

큰물을 보고 나면

모호한 감정의 경계쯤은

묻힐 것 같았다.

 

바다로 가다.

 

반토막 짜리

하루의 시간을

가쁘게 서둘러 바다로 가다....* 

 

** 

 

 

꽃을 만나다. 

 

 

 

꽃....*

 

그것은 언제나

두가지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토록

사랑스런 모습으로

가녀린

저 어깨위로 피워 올린

아름다움 그 너머의 세계...

 

그 아름다움을 소유하였다 하여도

못내 다가 설 수 없는 망설임...

 

터트린 꽃망울을 환히 들여다 보아도

나는 끝내 너의 속내를 알지 못한다.

 

 

 

 꽃.. 첫번째*

 

 

                                                        -  김춘수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꽃.. 두번째*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

흔들리지 않고 피는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꽃.. 세번째*

 

 

나리꽃이 피었다.

복잡한 나리네 족보...

하늘보고 핀 하늘나리,

땅보고 핀 땅나리,

중간을 바라보는 중나리,

잎이 돌려나면 말나리,

털이 있으면 털나리,

가장 키가큰 참나리...

우리가 흔히 백합이라 부르는

종류의 꽃도 원래 우리말은 나리라 하네....*

 

꽃.. 맨처음 이 호흡같은 호칭을

어느님이 붙히셨을까..

꽃은 꼭 꽃이라는 이름이

제대로 어울린다.

복잡한 표현들 다 떼어내고

한 호흡으로 불러내는 모습

 

꽃....*

 

바다로 가는길에

꽃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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