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 오는곳....*

마지막 외출....*그날 추동에서 만난 조개와 섬

푸름님 2011. 9. 3. 11:11

 

 

 

 

 

샘터와 함께 대둔산엘 가기로 한날..

왠지 자꾸 눈에 밟히던 그분에게 가고픈 심정이

어쩜 이리 통할 수 있었는지....

가슴이 저리도록 야윈 모습에 진작 찾아 뵙지 못한 자책으로 명치가 아팠다.

무슨말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허둥대다 함께 외출을 했다.

그분내외와 친구, 이렇게 넷이서 나눈 마지막 외출이 될 줄 알았다면

좀더 정성을 다하고, 좀더 살뜰히 살펴 드릴것을...

늘 인생은 회한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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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진마을의 들꽃밭에 들러 노란꽃 한송이를 앞섶에 꽂아드릴때 보이던 풀기 없는 그 웃음..

철없이.. 믿기지 않아서 ..얼릉 빨리 나아야 우리랑 호반둘레길 같이 하지요 하며 어거지를 부렸었다....

수생식물원에서 야윈 발을 주물러 드리며 전기오면 안돼요~ 우스개에 힘없이 웃으시며 똑바로 앉지도 못하던 그 고통을

어찌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애써 운명을 떠올리며 사는게 다 그렇지 해보았지만 그래도 슬픔은 더욱 깊어지던 그 순간들...

이제는 이 세상 어디에서도 두번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차마 믿기지 않는다.

지난 초여름의 그 뜨겁던 날을 회상하며 신 새벽에 늦은 글 정리를 한다.

 

*****

 

야속하게도 바람이 너무 맑다.

방금전의 절망감은 마음을 훑고 바람따라 갔는지

 눈에 보이는 풍경은 야속하리 만치 해맑다.

 

*****

 

대청호를 향했다.

시간이 어중간 하여 대청호생태관엘 먼저 들렀다.

오후가 되어도 따가운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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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침입자에 마음이 상하는지

칠면조가 있는대로 몸을 부풀리고 경계를한다.

치이~~ 넌 내 상대가 아니다 뭐..

 

 

 

 빨간 찔레장미다.

같은 길이로 한아름 작은 항아리에 꽂아 보았던 열여섯의  그 장미는

 화폭속으로 들어가고 뜨악한 햇살아래 나의 장미는 세월을 건너와 있다.

 

 

만들어 놓은 듯 얇은 꽃잎과 강한 색감의 외래 국화종인가보다. 벌노랑이의 도널드덕 처럼 귀여운 얼굴

 

 

생태관 아래 연못엔 수련이 한창이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꽃잎을 닫는 중의 수련 수련!

 

 

 

 

 

보일락말락한 노란꽃잎보다 연못을 덮은 가시연의 잎이 꽃만큼 아름답다.

 

 

*******

 

생태관을 건너 지난번 산길에서 보았던 호반섬을 만나러 길을 건넌다.

길가에 떡쑥과 함께 어우려져 피어 있는 개꽃아재비무리다.

 

 

 

 

취수탑아래로 물이 빠지면서 만들어낸 우묵한 자국들.. ㅎ 물 발자국일까?

 

 

 

한줄로 도도하게 걸어갔을 큰새발자국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한다.

대청호의 속살을 이렇게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 볼 수 있으리란 기대는 하지 못했었다.

오랜시간 호수에 씻기고 햇살에 마르기를 거듭했을 섬..

오직 이곳으로만 갈 수 있는 만남의 길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처럼 거기 놓여있었다.

걸으면서도 못내 믿기지 않아 조심스레 다가간다.

 

 

 

 

 

그 섬에서 조개를 만났다.

섬과 꼭 닮은 조개가 물속에서 섬처럼 오수에 잠겨있다.

 

 

 

 

寂寞

 

조개, 섬과의 조우는

한참동안 잃어버렸던

성년의 꿈을 불러낸다.

 

모래살이 빚어내는 굴곡진 시간

여름 한낮의 적나라한 고요

 

찬연한 대낮 속으로

드러난 희디흰 뼈마디 같은 갈증

 

마른 바람과 정적의 빛무리 안에서

낮게 더욱 낮게 세상속에 엎드리는

곰삭은 지혜 하나

禪처럼 건진다.

 

 

 

 

 

 

 

나에게 고요를 담을 손가락을 다오..

 

 

 

 

 

 

 

 

 

 

 

 

 

 

 

내 비록

갇힌 물에 살지만

나는 등을 펴고 산다.

 

가끔 모른척 던져 놓은

나뭇가지를 따라

뭍으로 내동댕이 쳐지지만

 

너무 기뻐하지 말라 

나는 갈 때를 알 뿐....*

 

 

 

 

 

시시때때로 찾아 오는

노크...

똑  똑  똑

 

문을 열고

나는 잠시 외출할 테다.

 

푸른 창문하나 마음에 그려 넣고

팅커벨처럼 새벽이 오기전 돌아올테니

 

세상이 묻거든 외출중으로

대답해 주게나

 

 

 

 

 

 

 

 

 

돌아오는 길...

어쩔 수 없는 이기심에 무력해지다.

한 생명이 잦아들고 있음에도

나는 잘 먹고, 잘 보고,

잘도 돌아댕긴다.

 

달리기를 기다리며 노려보는

어두워 지는 거리에 매달린 붉은 신호등.

불이 켜지면 악셀레터를 밟을 것인가

그곳엔 갈 수 없는 길이 놓여 있을 뿐....

 

 

[2011.06 유월의 글을 뒤늦은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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