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 오는곳....*

두타산으로 가는 험한길....* 구룡폭포와 쉰움산[2011.07.31]

푸름님 2011. 8. 3. 01:53

 

 

 

 

 

 

두타산[1,353M]

두타()는

어감에서 느껴지 듯 불교적인 용어다.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불도() 수행을 닦는다는 뜻.

 

동해시와 삼척시 경계에 위치하며 태백산맥의 주봉()을 이루고 있으며,

 북쪽으로 무릉계곡 동쪽으로 고천계곡, 남쪽으로는 태백산군,

서쪽으로는 중봉산 12당골이 있다.

4km 떨어져 있는 청옥산(:1,404m)을

 포함하여 두타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쉽게 나를 허락하지 않던 두타,청옥산을 오늘 드디어 만나러 간다.

이상하게도 인연이 닿지 않던 그곳을 향해 감겨오는 눈을 비비며 새벽 5시 대전 IC앞 원두막에 차를 세우고 낯선 일행들 사이를 비집고 자리에 앉는다.

낯선 사람들 틈에 끼어 움직인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결정이었지만, 내게 간절한 곳이었던 만큼 두근대는 마음에 4시간이 넘게 달리는 버스가 지루하지 않다.

헌데... 오늘도 무릉계곡을 볼 수 없단다.

내게는 청천벽력같은 코스 변경... 이름조차 생소한 구룡계곡트레킹을 하고 두타산 정상에서 시간을 보아 무릉계곡쪽이든 쉰움산 방향이든 결정을 한단다.

갸우뚱... 계곡이 뭐...그래 보았자...  설악의 천불동보다야 ... 흠 흠! 그런데 만만치 않은 내공들이 보이는 산꾼들을 데리고 나중에 결정한다니

에이! 오늘 산악대장님이 좀 몸을 사리는구나 했었다. 그런데..엄마야!  고난의 역사가 쓰여지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9시 30분 일행은 삼척시 미로면 고천리에 도착한다.

언제나 처럼 단체산행 일행들은 준비할 여유 없이 요이 땅! 이다.

굽은 다리를 스트레칭으로 조금 풀고 초입에 들어서니 거의 꼬리다.

 

산행코스 : 미로마을~ 구룡폭포~ 된비알~ 두타산~ 쉰움산~천은사

 

 

 

흐린날씨에 새벽이슬인지 빗물인지 풀잎끝의 영롱한 구슬에 첫인사를 한다.

 

 

 

 

마을의 물길 정리를 위한 커다란 배수관이 이미 장마는 끝나가건만 계곡위에 가로로 놓여있다.

 

 

 

통골재로 오르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구룡폭포 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냥 그만 그만한 계곡의 시작이다. 다만 미끄러운 길에 쥐약인 나의 등산화가 걱정이다.

 

 

 

멀리서 보니 X자로 보이는 제법 웅장한 폭포다. 모여 있는 사람들이 폭포구경하며 쉬는 줄 알았다.

그런데 밧줄로 길을 열고 있다. 10시 16분이다.

 

 

 

잦은 비에 물줄기가 거칠다.

 

 

 

이름처럼 아홉마리의 용이 살 수 있을 만큼 골골이 많은 폭포다.

 

 

 

길이 없는 곳을 열어가는 선등자의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따라만 가는 사람도 힘든데 그들의 수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벌써 11시 23분이다.

순서를 기다리며 올라선 길에 바위솔과 땡끼벌집이다.

 

 

 

안개로 시야가 트이지는 않았지만 가랑비보다 이슬비보다 약한 는개속의 산행도 제법 운치가 더한다.

언제나 그렇듯 안개속을 걸어 가는 것은 무언가 자존의 힘을 더 느끼게 한다. 하물며 오늘 목표한 곳이 두타[頭陀]임에랴....

물줄기는 다양한 모습으로 바위를 안고 흐른다. 문득 한용운님의 나룻배와 행인을 떠올린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발끝에 온통 신경을 쓰다 보니 일행중 한분이 발에 쥐가 났는지 대장님이 발을 따고 있다.

체격이 왜소한 그분은 오늘 꽤나 힘들어 보인다.

 

양쪽에서 흐르는 물줄기와 바튼 바위 위에 연분홍 꽃잎의 노루오줌이 안개처럼 피어 있다.

볕좋은 날도 햇빛이 한줌이나 들까 싶은 계곡에서 여리디 여린 꽃이 당연하다는 듯 꽃대를 올렸다.

 

 

 

물줄기의 향연이 뜸해지고 안개가 짙어진다.

 

 

 

 

 

 

12시가 넘은 시각에 비록 적당하진 않지만 비탈에 기대어 모두들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마치고 오르는 길을 찾느라 한참을 서서 기다린다.

이쯤이면 계곡도 끝나지 않을까 했는데 아직도 오름길이 한참이란다.

출발부터 지금까지 발이 편하질 않다.

바위길을 손으로 더듬어 붙잡고 유격처럼 기어 오른다.

그 틈바구니에 꿩의다리가 꽃은 지고 이슬을 머금고 있다.

 

 

 

안개와 가파른 거친길을 오르는 중에 그래도 하늘이 느껴진다.

왼쪽으로 구름이 푹신한 융단 같은 곳이 좌골이란다.

 

힘든 길이지만

이만큼의 높이에서 느껴지는 호흡과 바람과 지금 이 시간이

 마음속 깊은 곳까지 치유의 숨결로 느껴진다.

 

여러사람이 이길을 가고 있다.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모두의 느낌은 다르다.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는 이카루스의 날개짓처럼

어찌보면 무모해 보일지 모르는 이 두타행[頭陀行]에서,

삶의 도처에 널려 있는 일어남과 스러짐의 순리를 오늘 이 고행같은 산행에서

나는 다시 깨닫는다.

 

문득, 푸른솔가지가 뻗어 내민 손이 악수를 청한다.

그러자, 혹여 상처받고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다면

이렇게 내민손 마주잡듯 기꺼이 화해하자.

 

 

 

 

 

 

 

언제나 제자리에 투정하지 않고 피어 나는 여린 풀꽃... 그 작은 씨앗 어느곳에 우주의 섭리를 기억하다가 오늘 너는 이리도 곱게 피었는지....

하얀 참취꽃과, 노란 바위채송화, 그리고 연분홍 솔나리다.

 

 

 

 

 

 

 

이질풀꽃과 동자꽃도 피었다. 잠시 헤맨 길도 개의치 않고 고운 얼굴에 눈맞춤한다.

 

 

 

드디어 두타산 정상이다.

 

 

 

정상은 사방으로 훤하지만 안개가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

 

 

 

그나마 지천으로 흐드러진 야생화가 위안이다.

아직도 이름이 아리송한 바디나물과 짚신나물이다.

 

 

 

 

 

 

 

 

그늘에서 피어야할 동자꽃이 해바른 곳에서 여린 빛으로 피어있다. 내게는 물론 뜻밖의 횡재다.

 

 

 

두타산 정상에서 왼쪽으로 쉰움산을 향해 다시 숲길로 접어든다.

 

 

 

이파리가 돌려 났으니 말나리다. 얼굴도 반쯤 수줍게 숙였으니 하늘말나리가 아닌 말나리...

 

 

 

 

잠깐 보여주는 조망터의 북쪽 풍경은 구름이 연출한 환상의 실루엣이다.

어느 여인의 옷자락이 이리 고울 수 있을까...

청옥[靑玉]이라 하였으니 푸른 구슬같은 그 산줄기가 바로

눈앞의 저곳이리라...

 

 

 

 

 

 

 

오후 4시가 넘은 시간에 무릉계곡으로 이어지는 산성갈림길에 도착한다.

안내산행 시그널에'제발 돌려놓지마세요'라고 적혀있다.

간절한 표현에 웃고있지만 씁쓸하다.

누군가의 장난스런 치기에

다쳤을 마음땜에...

 

 

 

서둘지 않은 발길에 시간은 이미 5시가 넘었다.

헬기장 콘크리트 틈새로 타래난초가 아크로바틱한 몸짓으로 꽃대를 올리고 있다.

녹두알만한 작은 꽃봉오리와 송송한 작은 털이 오래 눈맞추지 않으면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작다.

 

 

 

길....

영원히 끝나지 않을 화두..

내가 숨쉬고 있는 한 나와 함께 할  삶의 또 다른 표현... 인생여정..

 

길위에서 만나는 이리 잘생긴 친구들이 있어 길을 나설때마다 설렌다. 

 

 

 

갑자기 불현듯 안개속에 나타난 절경에 매료된다.

수직으로 내리 꽂힌 발아래 쯤이야 안개가 가려 주었으니 보이는 풍경의 황홀함만을 만끽한다.

산에 드는 사람들은 모두 푸른솔과 바위의 어우러짐을  그 멋드러짐을 안다.

아무런 치장도 수식도 필요 없다.

멋. 지. 다.

 

 

 

 

 

 

 

 

 

 

샘물에서 목을 축이고 쉰움산을 향한다.

녹아 내리고 있는 얼음조각을 그나마 느낄 수 있는 냉커피를 차리기 위해 쉰움산으로 서둔다.

이제 빗줄기는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을 몸소 보여 주고있다.

 

 

쉰움산이다.

오십개의 우물산이라는 우리말...

뜻을 알고 나니 정이 더욱간다.

 

 

 

 

 

요렇게 멋진 곳에서 냉커피의 시원함으로 몸과 마음을 식히고 바쁜하산이다.

 

 

 

숲속의 저녁은 쉬 어두워진다.

피안의 다리처럼 두타행의 포만감을 한아름 안고 푸른다리를 건넌다.

 

 

꼴갈이 하느라 늦어진 발길을 재촉.. 천은사는 옆길로 지나친다.

다음이라는 여운을 남기고 오늘의 두타행에서

고행에서 얻어지는 충실한 포만에 뿌듯하다.

 

 

 

 

 

비록

신발아래의 두께로 인해

 둔탁하지만

땅의 소리를, 꽃의 노래를, 산의 속삭임을

안개의 응큼함을 느껴본 사람은 안다.

 

연보라 여린 꽃잎속에 감추어진

암술과 수술의 은밀한 내막처럼

오늘 두타행의 구룡계곡은

속살을 헤집고 들여다 본듯

가깝게 다가왔다.

 

처음엔 두려웠고

과정은 힘들었지만

뻐근해진 근육만큼

넉넉해진 에너지에

충만해지는 기꺼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