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꾸무럭 댄다.
시원하게 한줄기 뿌리던지
어째 주춤대는 품이 몇 방울 지리다 말 듯한 날씨다.
詩人은 위인이 아니다.
상처받은 영혼을 음률로 승화 시켰을 뿐
멍투성이 생채기 투성이의 심장으로 세상을 살아간
시인의 집을 들렀다.
鄕愁....*
굵은 목소리로 그림을 그리듯 노래하던 그 詩
정지용의 생가에 가다. [2011.09.]
[충북 옥천군 옥천읍 중앙로 99 (삼영리 174) ]
열려있는 사립문을 들어서니
마당 왼쪽의 우물과 항아리
더도 덜도 아닌 우리네 아버지들의 집들이다.
울담을 벗어나니 정지용시인을 기리는 기념관이다.
세월의 틈새를 잇듯이 담쟁이 여린 잎이 시간을 재며 기어간다.
밖으로 나오니 몇방울 비 설겆이가 담쟁이 잎을 씻다 말고
성급한 감나무 잎사귀 서툰 단풍을 흉내낸다.
鄕愁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베개를 돋아 고이 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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