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수락리에서 낙조대로....*
대둔산....*
가까이 있어 늘 찾아갈 수 있는
나의 보물창고..
긴 우기가 끝나고 반짝 햇볕이 아침창을 연다.
이런 저런 사정 볼것 없이
배낭을 매고 대둔산으로 달린다.
수락리로 올라 그동안 눈으로만 자취를 쫓던
가장 바깥능선을 타리라 마음먹고
수락리입구 밭둑에서부터
신발끈을 조인다.
♤ 수크령의 길다란 수염사이로 가을이 엿보인다.
♤ 묵은 밭둑에 핀 이질풀꽃이 샛뜩한 분홍빛으로 곱다.
♤ 누구에게나 고향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둥구나무 한그루쯤 있을게다.
도시에서 자랐지만
고향에 온듯 반겨주는 짙푸른 그 나무 그늘..
그안에 들어서면
토닥토닥 등 두드리듯 반짝이는 나뭇잎과 살랑대는 바람아래
넉넉히 쉬어갈 수 있으리라
아낌없이 주는나무의 주인공처럼..
수락리입구의 커다란
둥구나무다.
♤ 성급한 가을이 단풍부터 물들여 놓은
매표소를 지나 포장길을 따라
수락계곡입구로 산에 든다.
♤ 조롱조롱 매달린 조롱박터널이 정겨웁고
♤ 꽃범의 꼬리가 여린 분홍꽃잎을 열고있다. 푸훗..
꽃잎에 매달린 수술이 미운일곱살 사내아이의 이빠진 모양같으다.
♤ 코스모스를 빼고 가을을 이야기 할 수는 없으리..
나비는 꿈을 꾸고 있을까?
▼ 오늘 등로는 220계단을 지나 왼편으로난 가운데 능선으로 올라 마천대로..
마천대에서 금강구름다리로 내려가, 다시 삼선계단을 올라 낙조산장을 거쳐 낙조대로,
수락리 방향 가장 바깥능선을 타고 하산하기로 마음먹는다.
♤ 대둔산은 아픔이 많은 산이다.
동학혁명과 전란을 겪으며 산세가 험한 만큼
산의 연혁도 굴곡이 많다. 다리의 이름마져 승전교라니..
계곡물의 마중이 불어난 몸집으로 우렁차다.
♤ 왼편으로 승전탑오르는 긴 계단에 마음이 잠시 착잡하다.
빨치산과 의 전적에서 이룬 승전탑이라..
♤ 오른편으로 선녀폭포를 지나쳐 화랑폭포다.
♤ 군지계곡은 사철 습기가 배어나와 겨울이면 고드름으로 성을 이루고
여름이면 계곡전체가 눅눅한 습지 식물로 가득하다.
내려다 본 군지계곡의 모습이다.
♤ 좁은 통로계곡을 오르는 바윗길이 불어난 물로 발걸음이 쉽지만은 않다.
♤ 바위절벽 틈새에서 우람하게 흐르는 군지폭포다.
♤ 군지폭포의 모습이 남성적이라면 비선폭포의 자태는 살며시 비껴선 모습과
치마폭처럼 여린 물줄기가 여성적이다. 비선폭포를 기점으로 220계단이다.
♤ 가끔은 산이 사람의 발길을 거부할때가 있다.
만일 계단이 없었다면 앞으로 펼쳐질 멋진 모습은
몇몇의 허락된 사람들만이 가능했을것이다.
인공의 아쉬움이 있지만 튼튼해보이는 계단을 한발한발 오른다.
♤ 계단오름을 끝내고 왼쪽으로 꺾어 가운데 능선으로 방향을 잡는데
건너편 바랑산이 눈길을 끝다.
♤ 잡목이 우거진 조용한 숲길을 지나 첫번째 조망터다.
아쉽게도 하얀구름모자가 산 능선을 덮고 있다.
♤ 산위의 모습은 안개에 가려졌지만 산아래 풍경은 아쉬운대로
잔잔한 한자락을 보여준다.
♤ 멋진소나무다.
애국자는 아니지만 이토록 정정한 소나무를 보면 애국가 2절이 생각난다.
♤ 아까보다 멀리 바랑산과 다리성봉까지 훤하다.
♤ 오름길 왼편의 깔딱재로 오르는 길은 구름이 몰려 회의중이다.
언제쯤 물러날 것인지.. 꿈쩍 않을 기세다.
♤ 그래도 청아하게 반겨주는 산꽃이 있어 함께 미소짓는다.
미역취가 샛노랗게 피어있다.
♤ 대둔산의 남릉에서 오는길과 마주치는 길목에 선 절벽이다.
날이 맑다면 그 아래 대둔산의 속살같은 바위들이 절경을 보일텐데..
절벽에 가까스로 뿌리내린 구절초가 아찔하게 까마득한 안개뿐이다.
♤ 홀로 푸른 소나무야
얼마나 많은 바람결이 널 스쳤을까..
왼편도 오른편도 아닌 까마득한 벼랑가운데서
너는 그리도 손잡기가 싫었는지..
휩싸인 안개에 오히려 안도하는 네모습..
♤ 무슨의미일까..
마천대에 오를때마다 정상에 버티고선 저 개척탑이 못마땅하다.
이름도 모양도..눈치챘는지 안개속에 침묵이다.
에이 조망마져도 도망가고 발도장만 찍고 돌아선다.
♤ 아쉬운 발길에 쑥부쟁이 두송이가 방긋! 해맑다.
♤ 케이블카승강장을 지나 금강구름다리 직전에 올려다 보이는 바위군상이다.
♤ 금강구름다리 위로 펼쳐진 절벽들이 구름바위로 장엄함을 감추고 있다.
♤ 까마득한 아래를 보면 아찔하지만 건너다 보이는 풍경의 아름다움은
겁없이 발을 내딛게 한다.
출렁.. 마음은 출렁했지만 다리는 꿈쩍도 않는다.
♤ 구름다리에서 건너다 보이는 풍경이다.
구름의 심술이 아니라면 아래쪽 푹신한 초록융단과 함께
시원스레 뻗어 올라간 절벽의 아름다움이 어찌했을지..
건너편 천등산의 등허리는 얼마나 푸근했을지 마음으로 그리며 다리를 건넌다.
♤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는 것은 미묘한 기분을 준다.
이쪽과 저쪽의 분명한 가름,
한세계의 시작과 다른세계의 별리로 구획을 긋는다.
내마음을 읽듯이
청록의 산수화가 수묵화로 다가온다.
♤ 삼선계단이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계단을 노인 한분이 거꾸로 내려오고 계시다.
중간쯤에서 오름을 포기하고 되돌아 내려 오신단다.
기왕에 나선 걸음인데.. 함께 아쉬워하며 양난간을 단단히 쥐고 오른다.
♤ 꺄오! 카메라를 들고 내려다 보니 다리가 후들후들..
얼른 셔터를 누르고 시침을 떼본다. 마른침이 꼴깍..
♤ 그래도 하늘길보단 흙밟는 땅이 좋다.
단숨에 능선으로 올라 낙조산장뒤편의 마애불을 알현한다.
♤ 나무관세음보살..
오랜 풍상에 표정이 어렴풋한 양각의 입상이다.
♤ 산장은 비어있고 무인카메라가 작동중이란다.
산장앞 텃밭에 익모초꽃이다.
♤ 낙조대를 향해 산장을 오른편으로 돌아 오름길이다.
태고사 갈림길을 지나 낙조대다.
오로지 석양을 조망하기 위한 위치로 낙조대는 그저 평범하다.
언젠가 산장에 머무르며 해지는 풍경을 꼭한번 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능선길에 내려선다.
♤ 깜짝이야! 산삼잎을 닮았지만 잎차례가 틀리다.
피식...꿈도 야무지지..
♤ 돌아본 능선길의 운치가 멋스럽다.
♤ 고사목 뒤로 우뚝솟은 바위가 옆구리에 자란 소나무와 어울려 아름답다.
♤ 석천암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의 바위능선이다.
눈으로만 따라가고 오른편 날등으로 내려선다.
♤ 별다른 특징없는 급경사 내림길과 조릿대밭이다.
물기에 미끄러운 길에 발끝을 조심하며 내려선다.
오늘 산길 곳곳에서 보이는 빨간열매를 품은 나무이다.
녹나무도 아니고..이름을 모르겠다.
♤ 하산길의 중간에 바위다. 이 풍경을 마지막으로 오솔길이 이어진다.
♤ 요즈음 한창인 기름나물꽃.
♤ 기름나물 닮았지만 자세히 보면 전혀 다른 뚝깔꽃이다.
♤ 아쉬운듯 한차례 모습을 더 보여주는 바위다.
♤ 저 아래 수락리..동네의 저수지가 평화롭다.
♤ 분취꽃도 한창이지만 산들거리는 바람에 모습을 닮기가 영 어렵다.
겨우 하나 건진 모습이다.
♤ 마을로 내려서는 오솔길에 붉나무가 꽃송이를 매달고 있다.
연한 녹색꽃이 꽃인지 열매인지 가까이 보기까지 구별이 어렵다.
어느사이
시간이 숲속에도 저녁을 놓고갔다.
어스름한 이시간..
이 숲길의 고즈넉한 향기가 좋다.
어둠을 따라 접히는 풀잎새의 향내도 짙어지고
눈이 어두워 지는 대신
귀와 후각이 열린다.
저녁새의 긴울음을 뒤로하고
오늘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