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 오는곳....*

대둔산..수락리에서 낙조대로....*

푸름님 2007. 9. 12. 21:39

 

 

대둔산....*

 

가까이 있어 늘 찾아갈 수 있는

나의 보물창고..

긴 우기가 끝나고 반짝 햇볕이 아침창을 연다.

이런 저런 사정 볼것 없이

배낭을 매고 대둔산으로 달린다.

수락리로 올라 그동안 눈으로만 자취를 쫓던

가장 바깥능선을 타리라 마음먹고

수락리입구 밭둑에서부터

신발끈을 조인다.

 

 

수크령의 길다란 수염사이로 가을이 엿보인다.

 

묵은 밭둑에 핀 이질풀꽃이 샛뜩한 분홍빛으로 곱다.

 

누구에게나 고향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둥구나무 한그루쯤 있을게다.

도시에서 자랐지만

고향에 온듯 반겨주는 짙푸른 그 나무 그늘..

그안에 들어서면

토닥토닥 등 두드리듯 반짝이는 나뭇잎과 살랑대는 바람아래

넉넉히 쉬어갈 수 있으리라

아낌없이 주는나무의 주인공처럼..

 

수락리입구의 커다란

둥구나무다.

 

 

 ♤ 성급한 가을이 단풍부터 물들여 놓은

매표소를 지나 포장길을 따라

수락계곡입구로 산에 든다.

 

 

조롱조롱 매달린 조롱박터널이 정겨웁고

 

꽃범의 꼬리가 여린 분홍꽃잎을 열고있다. 푸훗..

꽃잎에 매달린 수술이 미운일곱살 사내아이의 이빠진 모양같으다.

 

코스모스를 빼고 가을을 이야기 할 수는 없으리..

나비는 꿈을 꾸고 있을까? 

 

 

오늘 등로는 220계단을 지나 왼편으로난 가운데 능선으로 올라 마천대로..

마천대에서 금강구름다리로 내려가, 다시 삼선계단을 올라 낙조산장을 거쳐 낙조대로,

수락리 방향 가장 바깥능선을 타고 하산하기로 마음먹는다.

 

 

대둔산은 아픔이 많은 산이다.

동학혁명과 전란을 겪으며 산세가 험한 만큼

산의 연혁도 굴곡이 많다. 다리의 이름마져 승전교라니..

계곡물의 마중이 불어난 몸집으로 우렁차다.

 

 

왼편으로 승전탑오르는 긴 계단에 마음이 잠시 착잡하다.

빨치산과 의 전적에서 이룬 승전탑이라..

 

오른편으로 선녀폭포를 지나쳐 화랑폭포다.

 

군지계곡은 사철 습기가 배어나와 겨울이면 고드름으로 성을 이루고

여름이면 계곡전체가 눅눅한 습지 식물로 가득하다.

내려다 본 군지계곡의 모습이다.

 

좁은 통로계곡을 오르는 바윗길이 불어난 물로 발걸음이 쉽지만은 않다.

 

 ♤ 바위절벽 틈새에서 우람하게 흐르는 군지폭포다.

 

 군지폭포의 모습이 남성적이라면 비선폭포의 자태는 살며시 비껴선 모습과

치마폭처럼 여린 물줄기가 여성적이다. 비선폭포를 기점으로 220계단이다. 

 

가끔은 산이 사람의 발길을 거부할때가 있다.

만일 계단이 없었다면 앞으로 펼쳐질 멋진 모습은

몇몇의 허락된 사람들만이 가능했을것이다.

인공의 아쉬움이 있지만 튼튼해보이는 계단을 한발한발 오른다.

 

계단오름을 끝내고 왼쪽으로 꺾어 가운데 능선으로 방향을 잡는데

건너편 바랑산이 눈길을 끝다.

 

잡목이 우거진 조용한 숲길을 지나 첫번째 조망터다.

아쉽게도 하얀구름모자가 산 능선을 덮고 있다.

 

산위의 모습은 안개에 가려졌지만 산아래 풍경은 아쉬운대로

잔잔한 한자락을 보여준다.

 

멋진소나무다.

애국자는 아니지만 이토록 정정한 소나무를 보면 애국가 2절이 생각난다.

 

아까보다 멀리 바랑산과 다리성봉까지 훤하다.

 

오름길 왼편의 깔딱재로 오르는 길은 구름이 몰려 회의중이다.

언제쯤 물러날 것인지.. 꿈쩍 않을 기세다.

 

그래도 청아하게 반겨주는 산꽃이 있어 함께 미소짓는다.

미역취가 샛노랗게 피어있다.

 

대둔산의 남릉에서 오는길과 마주치는 길목에 선 절벽이다.

날이 맑다면 그 아래 대둔산의 속살같은 바위들이 절경을 보일텐데..

절벽에 가까스로 뿌리내린 구절초가 아찔하게 까마득한 안개뿐이다.

 

♤ 홀로 푸른 소나무야

얼마나 많은 바람결이 널 스쳤을까..

왼편도 오른편도 아닌 까마득한 벼랑가운데서

너는 그리도 손잡기가 싫었는지..

휩싸인 안개에 오히려 안도하는 네모습..

 

무슨의미일까..

마천대에 오를때마다 정상에 버티고선 저 개척탑이 못마땅하다.

이름도 모양도..눈치챘는지 안개속에 침묵이다.

에이 조망마져도 도망가고 발도장만 찍고 돌아선다.

 

아쉬운 발길에 쑥부쟁이 두송이가 방긋! 해맑다.

 

케이블카승강장을 지나 금강구름다리 직전에 올려다 보이는 바위군상이다.

 

금강구름다리 위로 펼쳐진 절벽들이 구름바위로 장엄함을 감추고 있다.

 

까마득한 아래를 보면 아찔하지만 건너다 보이는 풍경의 아름다움은

겁없이 발을 내딛게 한다.

출렁.. 마음은 출렁했지만 다리는 꿈쩍도 않는다.

 

구름다리에서 건너다 보이는 풍경이다.

구름의 심술이 아니라면 아래쪽 푹신한 초록융단과 함께

시원스레 뻗어 올라간 절벽의 아름다움이 어찌했을지..

건너편 천등산의 등허리는 얼마나 푸근했을지 마음으로 그리며 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는 것은 미묘한 기분을 준다.

이쪽과 저쪽의 분명한 가름,

한세계의 시작과 다른세계의 별리로 구획을 긋는다. 

 

내마음을 읽듯이 

청록의 산수화가 수묵화로 다가온다.

 

삼선계단이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계단을 노인 한분이 거꾸로 내려오고 계시다.

중간쯤에서 오름을 포기하고 되돌아 내려 오신단다.

기왕에 나선 걸음인데.. 함께 아쉬워하며 양난간을 단단히 쥐고 오른다.

 

꺄오! 카메라를 들고 내려다 보니 다리가 후들후들..

얼른 셔터를 누르고 시침을 떼본다. 마른침이 꼴깍..

 

그래도 하늘길보단 흙밟는 땅이 좋다.

단숨에 능선으로 올라 낙조산장뒤편의 마애불을 알현한다.

 

나무관세음보살.. 

오랜 풍상에 표정이 어렴풋한 양각의 입상이다. 

 

산장은 비어있고 무인카메라가 작동중이란다.

산장앞 텃밭에 익모초꽃이다.

 

낙조대를 향해 산장을 오른편으로 돌아 오름길이다.

태고사 갈림길을 지나 낙조대다.

오로지 석양을 조망하기 위한 위치로 낙조대는 그저 평범하다.

언젠가 산장에 머무르며 해지는 풍경을 꼭한번 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능선길에 내려선다.

 

깜짝이야! 산삼잎을 닮았지만 잎차례가 틀리다.

피식...꿈도 야무지지..

 

돌아본 능선길의 운치가 멋스럽다.

 

고사목 뒤로 우뚝솟은 바위가 옆구리에 자란 소나무와 어울려 아름답다.

 

석천암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의 바위능선이다.

눈으로만 따라가고 오른편 날등으로 내려선다. 

 

별다른 특징없는 급경사 내림길과 조릿대밭이다.

물기에 미끄러운 길에 발끝을 조심하며 내려선다.

오늘 산길 곳곳에서 보이는 빨간열매를 품은 나무이다.

녹나무도 아니고..이름을 모르겠다. 

 

하산길의 중간에 바위다. 이 풍경을 마지막으로 오솔길이 이어진다.

 

요즈음 한창인 기름나물꽃.

 

기름나물 닮았지만 자세히 보면 전혀 다른 뚝깔꽃이다.

 

 ♤ 아쉬운듯 한차례 모습을 더 보여주는 바위다.

 

 ♤ 저 아래 수락리..동네의 저수지가 평화롭다.

 

분취꽃도 한창이지만 산들거리는 바람에 모습을 닮기가 영 어렵다.

겨우 하나 건진 모습이다.

 

마을로 내려서는 오솔길에 붉나무가 꽃송이를 매달고 있다.

연한 녹색꽃이 꽃인지 열매인지 가까이 보기까지 구별이 어렵다.

 

어느사이 

시간이 숲속에도 저녁을 놓고갔다.

어스름한 이시간..

이 숲길의 고즈넉한 향기가 좋다.

어둠을 따라 접히는 풀잎새의 향내도 짙어지고

눈이 어두워 지는 대신

귀와 후각이 열린다.

저녁새의 긴울음을 뒤로하고

오늘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