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무는 곳

가을이 깃드는 정지용생가와 소정리....*

푸름님 2012. 10. 3. 19:30

 

 

 

 

 

햇살 좋은날....*

 

[2012.10.02]

 

휘영청 달이 밝더니

한 낮도 햇살의 작렬이다.

 

연휴로 한가해진 거리를 달려

멋진신세계에 가기전 정지용생가를 다시 찾았다.

 

 

 

 

다시 오니 바라보는 시선이 여유롭다.

사립문의 안으로 제 그림자에 눈알 디록디록 겁을 삼키는 암탉 몇마리가 그려진다.

 

 

 

잎 진 나무의 그림자가

엎어진 장독에 밑그림을 그렸다.

햇볕이 강할 수록 짙어지는 그림자

반질반질 윤이나는 장독들과 아주까리와 봉숭아,

담너머 감나무까지 참 편안한 그림이다.

그러고 보니 말뚝처럼 길다란 저 항아리에

아버지는 새우젓을 담그셨었다.

 

*****

 

아주까리와 봉숭아를 보니 아련히 떠오르는 봉숭아빛 유년의 여름밤..

봉숭아 꽃잎을 따서 백반이나 소금을 넣고 찧어 손톱위에 얹고

아주까리 잎으로 꽁꽁 싸매고 다시 무명실로 묶고는

행여 빠질세라 두 손을 뻗치고 잠들던 선홍빛 기다림....*

 

 

 

 

뒤란....*

누구나 인생에 있어 한번쯤

이런 뒤란에서 웅크리고 울어본 적이 있지 않을까?

 

 

 

흙과 짚 , 하얀 참취꽃이 흰 머리수건의 어머니 같으다.

 

 

 

아주까리잎은 대보름날 묵나물중 가장 맛난 기억이다.

 

 

 

그저 향수의 시인으로만 알았던 정지용시인

 

 

 

지난 여름 멋진신세계에서 만났던 그의 한없는 시의 바다에 다시 뭉클 감동이 인다.

 

 

 

자라는 크기를 스스로 재며 크는 담쟁이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듯 하지만 멋진 그림이 된다.

 

 

 

 

그대... 어떤 교감을 하였는지요?

 

 

 

 

 

 

발견의 기쁨

 

이  동순

 

누더기처럼

함석과 판자를 다닥다닥 기운

낡은 창고벽으로 그 씨앗은

날려왔을 것이다.

 

거기서 더 이상 떠나가지 못하고

창고벽에 부딪쳐

그 억새와 바랭이와

엉겅퀴는 대충 그곳에 마음정하고

싹을 틔웠을 것이다.

 

사람도 정처없이

이렇게 이룬 터전 많았으리라

다른 곳은 풀이 없는데

창고 틈새에만 유난히 더부룩

돋았다.

 

말이란 놈들이 그늘 찾아

창고 옆으로 왔다가 그 풀을 보고

맛있게 뜯어 먹고 갔다.

새풀을 발견한 기쁨 참지 못하고

연신 발굽을 차며

히히힝 소리질러 댔다.

 

-제 22회 정지용문학상수상작-

 

 

 

 

 

 

 

 

 

문학관을 돌고 나와 마당 한켠의 까만 씨앗을 나도 발견했다.

나는 히히힝 소리 내지 않고 네모틀에 담고 나온다.

파란 하늘이 꿀꺽 침넘기는 소리.. 찰칵!!

 

 

 

 

밖으로 나오니 길거리에도 온통 시의 향수다.

좋다.

 

"시가 있는 상회 "

 

 

 

 

시가 흐르는 마을

 

 

 

이곳이 향수100리길의 시점이구나....*

 

 

 

좀 더 위에 있는 육영수여사 생가를 향한다.

그야말로 푸른 벽오동을 베어 냈다.

속이 틈실하니 장롱하나가 나올까?

 

 

 

누런 들판이 더 없이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런 시간을 누릴 수 있음에....*

 

 

 

 

 

 

사당 뒤편으로 정자가 보인다.

집이라는 개념보다는 작은 성내를 도는 듯한 크기다.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암탉이 알 났다고 소리를 질러댄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속담은 속담일 뿐 유념하지 말아야 한다.

일제가 명성황후를 힐난하기 위해 했던 말이라 하니..

 

 

 

유홍초를 만났다.

작지만 선홍의 작은 별 같은 아름다운 꽃이다.

한 여름 푸르다 못해 검푸른 잎새위에 떨군 든 피어나는 선홍의 정염

 

 

 

 

 

 

붉은 점 하나 마음에 심고 육영수여사 생가를 나선다.

 

**********

 

지난 비오는 날 동화 속 같던 그 길을 찾았다.

아직도 그 길엔 그 이야기 같은 모습이 남아 있을까? 기대반 우려반으로..

 

먼저 물봉선이 보랏빛 햇살로 맞이한다.

벌써 꽃진 자리엔 콩 꼬투리 같은 열매가 자라고 있다.

스스로 만든 이슬인지 물방울 하나가 햇살에 반짝인다.

 

 

 

 

 

 

 

그리고 바닥에 납짝 엎드려 핀 오늘 처음 만난 털진득찰꽃

털부숭이에 독특한 모습이 겨울의 털목도리같다.

 

 

 

 

 

 

 

 

 

 

 

 

 

 

그리고 그녀가 탄성을 질렀다.

 

언니 빨리 와봐유~~

오늘 처음 만난 흰애기나팔꽃

이름처럼 앙증맞고 이쁜 꽃이 찰랑대는 물가에 가까스로 뿌리를 박고 고운 꽃을 피웠다.

얼핏 보면 색깔만 다르지 구슬붕이같이 귀엽다.

 

 

 

 

 

 

 

 

역시나 소정리는 기대만큼

또 아름다운 풍경을 안겨주었다.

 

털부숭이 진득찰과 흰애기나팔꽃의 추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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