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그 아름다운시절 대전둘레산행

대전둘레 산길걷기..아홉번째 [식장산~ 독수리봉~ 마달령~ 증약터널~ 꾀꼬리봉~ 내탑] 2004.12.08

푸름님 2011. 7. 30. 14:55

 


 

 

대전둘레 산길걷기..아홉번째

[식장산~ 독수리봉~ 마달령~ 증약터널~ 꾀꼬리봉~ 내탑] 
 

 
     
길은...

누군가 열어간 흔적,

세월이 지나간 자리...

이 그곳에 있어 산으로 향한 길을 찾고,

돌아갈 집을 향해 세상으로 가는 길을 닦는다.

가는길엔 세상의 시름을 벗고, 오는길에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아침에 둥근해를 보며 희망을 찾아 떠나더니..

오늘..

붉은해를 안고 오는 歸家의 발길이 힘차다.

무지개 너머로의 飛上을 꿈꾸며..

 

대전둘레 산길걷기 아홉번째....*


9번째  발자국 : 2004년 12월8일 수요일, 맑은후 구름조금..

산 행   코 스 : 식장산-> 독수리봉-> 마달령-> 증약터널-> 꾀꼬리봉-> 내탑

함께한 사람들 : 대전둘레산행팀 10명


아침 7시 30분,

차량으로 수고해 주시는 어르신의 승용차로 식장산 세천유원지를 향한다.

아직 붐비지 않는 한밭대로를 달리는 차창 앞유리로 동녘해가 쟁반처럼 커다랗게 떠오르고 있다.

옅은 아침안개로 눈부심이 제거된 둥근 태양을 향해 달리는 느낌은 '이카루스'의 飛上처럼 몸이 달뜨는 흥분을 준다.

대전의 동쪽을 향하며...

오늘 코스는 산길이 불분명한 곳과 가시덤불을 지나야 하기에 시간단축을 위해 식장산 전망대까지 포장된 길은 차로 이동한다.

 

 

 

 8시 55분, 차를 주차하고 철탑과 유원지 사이의 등로를 오른다.

 

  

포근한 겨울이라고는 해도 차가운 아침 기온으로 인한 오름길의 서릿발이 제법 살벌하다.

 

 

나무계단이나 돌쩌귀의 서리를 조심하며 걷는다.

철탑아래를 지나는 동안 이곳 철탑의 터줏대감개의 환영송을 푸짐하게 들으며 지난산행의 시계 종점이었던 삼거리에 다다른다.

 초입부터 오름길을 오르느라추운 기온임에도 땀이 설핏 돈다.

 

    
철탑아래의 능선에 올라 지난번 산길을 돌아보니 옅은 안개 사이로 켜켜이 쌓아 올린 기왓장처럼
가지런한 산봉우리들이 아침햇살과 함께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9시 15분, 지난번 시계종점이었던 삼거리에서 겹쳐입은 겉옷을 벗고 잠시 숨을 고른다.

 

 

구절사 안내판 방향으로 다시 오름길이다.

식장산은 소나무가 많은 산이다.

아침 솔밭의 공기는 더없이 상쾌하고 푸른 솔의 기상은 언제 보아도 믿음직하다.

묵묵히 말없는 선비의 자태로 굽으면 굽은대로 쭈욱 뻗으면 뻗은대로의 품위를 보여주며 부드러운 솔잎길을 이어준다.

곳곳에 통나무를 이용한 의자가 설치되어 피곤한 발길을 쉴수 있게 해 놓았다.

나무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편안함을 주고 있다.

 

 

  


9시 39분, 독수리봉에 도착한다.

 

 

 

 

봉우리의 정상치고는 넓은 평지로 한여름 뙤약볕에는 부담스러울 만큼 햇볕이 쏟아진다.

역시 나무로 만든 탁자와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 휴식과 함께 사방을 조망하기에 좋다.

 

 

의자에 기대어 놓은 가방이 저혼자 오른편 깍아지른 비탈로 구르는 바람에 잠시 소란하다.

이어진 등로를 따라 경사가 급한 바위길을 무심코 내려가다보니 잠시 알바다.

시계는 구절사 방향이 아닌 세천유원지 쪽으로 이어지는 방향이다.

나무로 널찍하게 층을 잡아놓고 밧줄로 경계를표시해놓은 내림길로 들어선다.

 

 

가파른 내림길 끝에서는 이정표의 쇠정골 방향인 우측으로 꺽어진다.

뿔당골 이정표에서 계속 직진한다.

솔숲사이로 편안한 등로가 이어진다.

  

 

삼신봉 안내판에서 세정골로 표시된 방향으로 진행한다.

 

 

아까의 쇠정골 안내판과 이름이 달라 잠시의문을 갖지만 같은 지명으로 생각된다.

 10시 30분, 나무의자 두개가 있는곳에서 잠시 휴식이다.

 

 


지나온 독수리봉쪽 능선위의 나뭇가지가 짧은 까까머리의 밤송이마냥 빗금으로 하늘과 경계한다.

아래쪽으로 자모 소류지가 보이고 옛 문헌에서 백제의 충신 성충과 흥수가 신라군을 막아야할 지명으로 꼽은 탄현이 이곳 이었다고 주장하는 길목이어서 주변을 찬찬히 둘러본다. 옥천쪽에서 부여로향하는 옛길목은 곧이어 넘어갈 마달령을 넘어 세천으로 빠지는 길과, 지금 보이는 이 자모실고개와 지난번 산길의 곤룡고개를 넘어 진잠으로 이어지는 길, 그리고 닭재를 넘어가는 길, 이렇게 네갈래길이 있었다고 하니 지나온 산길에 방치된 성터와 식장산의 지리적 군사적 중요성이 새삼 느껴지기도 한다.

 

 

솔밭으로 이어진 넓은 안부는 소풍장소로 안성마춤일 만큼 넓고 평평하다.

저기 저 나무와 돌사이에숨겨질 보물찾기를 나는 오늘 산길에서 무엇으로 찾을까...

첫번째 송전탑이 푸른 옥색으로 칠해져있다. 154000kv..송전탑을 지나 가파른 오름길이다.

이제까지는 잘 정비된 산길이었지만 지금부터는 시계종주꾼들만이 지나간 길이다.

5분정도 가쁘게 올라서니 삼각점이 박혀있고 북쪽으로 대청호가 빠끔 보인다.

 

 

일행이 오기를 기다려 희미한 길을 따라 우측으로 칡넝쿨과 명감나무가시가 뒤엉킨 길을 내려선다.

 희미하게 이어진 산길을 누군가 나무를 잘라 길을 내어 놓았다.

 각오는 했지만 가시덤불이 발목을 잡고 넝쿨이 얼굴을 할퀴는 험한 길이다.

계속된 내림길이다.

급박한 내림길 중간에 굵고 커다란 소나무를 지나 아까의 송전탑보다 더 큰 송전탑이다.

345000kv..두배다. 주판알처럼 굵은 애자를 주렁주렁 달고 보기에도 주눅들게 떡 버티고 서있다.

재빠르게 통과해 늪지처럼 아직 습기가 배어 있는 묵밭을 지나 마달령[해발158m]고개에 이른다.

 11시 25분이다.

 

 

 

왕복4차선 도로는 고개로인한 비탈인데다 내리쏘는 차들의 속도가 무시무시하다.

대전시 세천동과 옥천의 경계선상에 있는 4번국도로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어

 100미터 가량을 내려가 횡단보도로건너 다시 마달령표지판이 있는 곳까지 거슬러 올라와 송신탑이 있는 우측으로 올라붙는다.

 

 

볕바른 고개마루에는 몇기의 묘가 있다.

전주이씨의 묘를 거쳐 진주강씨묘에서 능선으로 우측으로 방향을 꺽는다.

 묘 둔덕을 지나 그야말로 희미한 감으로 느낄수 있는 산길이 나 있다.

표지기와 지도의 방향을 감으로 나아간다.

 본래의 산길이 베어 넘어간채 방치된 나무들로 막혀있어 덤불과 잡목사이를 손으로 헤쳐가며 진행한다.

말개미 부근의 묘 둘레에 탱자나무를 심어 놓았다.

우측으로 인가가 보이고 약재나무인듯 잎새가 떨어진 조림지 둘레에는 가시철망을 쳐 놓았다.

떨어진 나뭇잎은 두충나무 잎사귀를 닮았지만 정확히는 알수없다.

가파른 철망옆의 길을 따라 십여분 오른다.

철망이 끝나고 내림길에 여러기의 묘가 있다.

 중간에는 가건물이 한동 있고 건물 아래로 갓이 싱싱하게 심어져 있다.

김장용으로 뽑아가고 반 너머 남짓 남아 있는 검은갓의 고갱이를 뜯어 한입 베어 무니 맵싸한게 먹을 만하다.

 묘지 끝길에서도 뒤쳐진 일행이 보이지 않아 전화로 확인하며 한분이 남아 기다리기로 하고 표지기를 따라 숲길로 올라선다.

11시 55분, 삼각점이 있는251.0봉에 도착한다.

 

 

볕이 좋아서인지 유독 묘지가 많이 보인다.

 잘 다듬어진 납골묘의 날개둑을 타고 숲길로 내려서다
우측으로 표지기를 따라 오른다. 다시 묘지가 보이고 배가 고파진다.

 '밥먹고 갑시다~' 여성 일행들은 이른 아침식사로 시장기가 돌아 외쳐보지만 장소가 적당치 않은지 선두는 치고 올라간다.


12시 07분,

적당한 장소를 찾아 점심을 준비 하려다 라이터가 없어 인가가 있는 증약터널 까지 내
려가기로 한다. 겨울 산행에 불씨는 필수라고 서로 강조하며 내려가는 길은 험하기 그지 없다.

 배도 고프고 발길을 붙잡는 넝쿨들이 지겨워 지기 시작한다.

 12시 30분, 산아래 인가를 발견한 일행들은 그리 멀지 않은 인가를 오아시스 만난듯 반기며 주인장께 양해를 구하고 점심을 준비한다.


점심은 꿀맛이다.

집에서 몰래 가져온 88올림픽때 담근 솔방울술로 몸을 뎁히고 솔향기 그득한 점심을 먹는다.

 헤~ 우리 낭군님, 술병에서 술이 줄었다고 갸웃갸웃했는데 제발 이글을 안 읽기를...
가양동 동아아파트에 사신다는 주인장은 부지런한 주말농장주 인 듯 했다.

마당에는 비닐로 원두막을 지어 곶감과 메주를 정갈하게 널어 놓았다.

백구 한마리와 벗 삼아 밭을 갈고 계신다.

 모양 좋게 나이 드시는 푸근함이 베어 나온다.

 따뜻하고 배부른 양지에서 바라보니 맞은편에 지난번 '산찾사'님 산행기에서 본 고리산이 준수한 자태로 굽어보고 있다.

 

 

 1시 30분, 조금 늦은 점심을 마치고 증약터널 윗길을 걸어 독골재를 향한다.

증약터널을 지나며 산길의 몇몇 묘지에 공고판이 붙어 있다.

 이장공고다.

 

 

 

 왼쪽으로 우거진 산봉우리에서 계속 기계음이 따라온다.

나무를 켜는 소리가 소 울음 같기도 하고 경주용 자동차의 소음같기도 하다.

가시덤불과 어울리는 효과음으로 잘 어울린다. 험난하다.

산길이 편안하면 앞서간 이의 고마움을 느껴야한다.

지금, 한발씩 내딛는 걸음마다 칡넝쿨과 가시덤불이 발을 잡는다.

아차 하는 순간 모자를 채가는 나뭇가지와 제대로 펴고 걸을 수 없는 높이로
우거진 잡목들사이를 헤쳐 나가며 앞의 일행은 조그맣게 '아야'소리를 낸다.

새조롱모양의 가시덤불이 둥글게 자리를 틀며 군데 군데 모여 말라버린 모습은 병정놀이의 진지마냥 이채롭다.

오른손장갑을 뚫고 들어온 가시는 가운데 손가락 끄트머리에 뿌리를 남기고 부러졌다.

잡목숲 사이로 백골산이 건너다 보이며 길은 계속 북으로 향한다.

 3시가 다 되도록 가시덤불은 끝이 없다.

 

 

 

 


조망도 없이 헤쳐나가는 잡목숲이 이어지며 꾀꼬리봉에 오른다.

온몸에 달라붙은 풀씨는 질기게 달라붙어 잘 털어 지지도 않는다.

다행히 숨통이 트이는 조망으로 잠시 숨을 고른다.

언뜻 보여지는 대청호의 반짝임이 지난번 비경처럼 멋지지는 않지만 조금은 갈증이 풀어진다.

가시는 가시와 어울리는지 온갖 가시나무의 전시장처럼 계속되는 가시밭길..찔레가시, 명감나무가시, 기타등등의 가시..

소나무 숲이 그립다.

그러고 보니 가시나무가 우거진 곳엔 소나무가 살지를 않는다.

 소나무가 무리를 지은곳엔 가시나무가 살지 않고.. 대청호가 보이면서 토질은 마사토가 많다.

 

 

 3시 40분, 드디어 가시밭길이 끝나고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쫘악 펼쳐진 밤나무 단지에 이른다.

 

 

정말 이대로 데굴데굴 구르고 싶을 만큼 반갑다.

모두들 털고르기 하는 원숭이처럼 옷에 묻은 풀씨와 가시를 떨어내느라 바쁘다.

오후 햇살을 비껴 받는 대청호의 모습이 아름답다.

 

 

 

 구름사이로 퍼져 나오는 햇살을 받은 식장산의 철탑이 아득히 보인다.

  
밤나무마다 이름표처럼 목초액인듯한 플라스틱병을 하나씩 매달고 있다.

밤나무단지 왼쪽의 넓은 길 을 따라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 간다.

솔잎이 황금색으로 소중하게 느껴지는건 험한 가시밭길의 잔상으로 한층 더 부드럽기 때문이리라..

가벼운 발길로 이어지는 산길에 대충산사의 '초원의향기'님의 표지기가 새로이 보인다.

5분쯤 내려가면 두갈래 갈림길이 나오지만 묘지로 내려서는 길을 따라내려서자 임도를 만나고

지난번 물길따라 국사봉에서 꽃봉으로 산행할때 목표했던 은하파크앞 도로를 건넌다.

 

 

길을따라 내려가면 방아실 가는 길이다. 임도를 따라 오르는 길에 손에 닿는 고염나무가지를 꺽어 하나 입에 넣어보지만 떫은 맛이 입안에 하나가득 고인다.

왼쪽 주택의 배경으로 서있는 소나무의 낙엽이 그대로 쌓인 모습이 잔디와 배색되어 붉게 보인다.

보이지 않는 산꾼들의 발자국소리에 개들의 짖어댐을 뒤로 하고 지난번 꽃봉가는 갈림길까지 수월하게 당도한다.

 

 4시 50분, 산불에 그을린 둔덕에 가시나무들이 먼저 자라나고 있다.

그랬구나.. 산불의 흔적뒤에 가장 먼저 무성해지는 것이 가시나무 였던 것이다.

소나무의 밑둥이 검게 부러져 나뒹굴고 있다. 인간의 실수를 가시의 교훈으로 되돌려주는 자연의 이치다.

버스시간에 임박해 서둘러 내려가는 황혼 녘의 해가 대청호 위로 붉게 부풀어 있다.

 

5시 정각, 늘푸른가든앞 버스 정류장에 당도한 일행은 느긋하게 버스를 기다리며 5시 22분, 당도한63번 순환버스에 몸을 싣는다.

 차를 세워둔 세천유원지 입구의 '옻벗은 닭한마리'집에서 옻닭 백숙으로 뒤풀이를 하고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

 

[사진 : 정신일도님, 글 : 푸름]

 

 

 


오늘 산행을 하며
어쩌면 산행은 어느날 계획한 하루의 일정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길의 한 궤도로
정해져 있던 길을 가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 생각하니 오늘 그토록 집요하던 가시밭길의 교훈도
스스로 깨달아야할 한 화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만이 인생길이 아니기에..
고난도 불편함도 껴안고 가야할
인생길이기에...


 

 

 

 

 

 --------꼬리말 쓰기 --------

샘터 푸름님의 산행기를 읽으면 자연의 모든모습을 느끼게 합니다.

항상 기다려지고 재밌고 알차게 쓰신 글에 감동을.....한해가 서서히 가고 있네요.산을찾아 많은 추억 남기시고 언제나 건강하세요.화이팅!!! "아~~~자" [2004/12/14]

 

설송 대전주변에 이처럼 많은 등산코스가 있는 줄은 예전에는 몰랐군요. 이담에 꼭 기회를 만들어 전부 돌아 봐야지........길을 잘못 들으면 가르쳐 주세요 [2004/12/14]

 

너른 숲 많이 가셨네요? 얼마 남지 않았지요? 건강 지키면서 화이팅!!! [2004/12/14]

 

초지일관 길이 있고 산이 있서...누군가에 발자국 다시밟으며 목적지를 향해 자연인이 되어버린 푸름님 9 번째 후기도 내안에 잘 새기고 갑니다.^^

헌데 그 귀한 酒를 낭군님 허락도 없이...예측컨데..혹 낭군님 달리기sub-3 달성후 축하주 하려 아껴 두시지 않았나?? 세상엔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디...ㅋ=ㅋ [2004/12/15]

 

코요테 오랫만에 내탑이란 이름을 들어보네요...요즘도 내탑이라고 부르고 있나요...

제가 고교때 내탑에서 ㅎㅎㅎ 한여학생을 만나 일년이상을 사귀었던 곳이라 왜이리도 반가운지요...세천유원지 입구에서 저도 보만식계때 백숙을 먹었었는데 그집이 그집였는진 잘 모르게지만 무척 반갑네요.......... [2004/12/17]

 

푸름 초지일관님!ㅎㅎ 17년산 솔방울술.. 자백하고 광명 찾았습니다. ^^*

꿀밤대신 눈 한번 흘기고 말던데요~sub-3는 희망일뿐,

목표로는 벅차구요..코요테님!내탑은 제게도 정겨운 이름입니다.

 둘째언니가 시집갔던 곳이라서 어릴적 추억이 가물가물 남아있는곳이죠. 그냥 귀에 익어 정겨운 이름들이 향수를 더욱 일으키죠.